초록 이파라마다 햇살 내려 눈부신 5월이다. 담장 옆 찔레꽃 가시성성한 줄기 사이로 하얀 꽃이 꿈결처럼 향기를 날리고 새들은 식구 늘리는 달이라 흥겨워 노래한다.
불룩해진 텃밭 완두콩 까투리를 따고, 뒤안 장악하려 솟고 솟는 죽순을 꺾어 겉껍질로 무장한 푸른 속내를 하나 하나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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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순 껍질 까 갈라 부드러운 부분만 잘라놓는다. 데쳐 장아찌나 회 무침, 나물로 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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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처럼 푸른 까투리를 열자 꿈꾸는 완두콩이 오종종히 들어앉아 있다. 좁으면 좁은 대로 살아가는 서민들처럼 서로 안고 키우는 푸른 질서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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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알이 든 완두콩. 껍질째 쪄 먹거나 까서 밥에 넣어 먹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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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터운 껍질로 무장한 죽순은 한 껍질 한 껍질 벗겨내는 데 인내가 필요하다. 먼저 짙푸른 마디는 고착화된 경직이라 잘라내고, 사람들 입을 즐겁게 할 연둣빛 보드라운 마디만 취하는데 그 보드라움을 탐하는 벌레 한 마리가 숨죽이고 있다 기어나와 꿈틀댄다.
벌레를 보니 마치 5월 민주화 운동을 막던 주범 같아 그 마디를 싹둑 잘라내며 생각한다. 그동안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꿈꾸던 사람들의 푸른 꿈이 군부의 세력에 짓밟히고 왜곡되어, 숨죽인 채 살아야 했다.
이제야 그 속이 드러나 억울함이 풀렸다지만, 그렇게 사는 동안 가슴 밑동까지 흉터가 남아 그 후유증으로 뼛속까지 아픔이 스며들었을 것이다. 여도 야도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참가해 고개 숙여 새 세상 열겠다고 하는데 그 속내까지는 알 길 없어 두 손 모아 기원해 본다.
죽순 다듬기처럼 벌레들의 공격으로 진물 흥건한 부분은 명쾌하게 잘라내고, 왜곡된 것들을 밝혀 진정한 용서를 구하고 죗값을 치러야 한다. 피해자 어머니의 인터뷰처럼,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던 사람들의 아픔까지 품어 안을 수 있다면 품되, 그 주범 세력은 처벌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