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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모임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 70년대생 동년배들이 고민하는 이야기를 씁니다.[편집자말]
TV를 보다가 우연히 오연수, 손지창 부부의 일상을 보게 되었다. 오랜만에 보았는데도 전성기의 모습과 많이 변치 않은 모습이었다. 세기를 떠들썩하게 하며 결혼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25년이나 지났다니. 그렇게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연수는 30대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아니 나랑 몇 살 차이도 안 나는 데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런 피부와 몸매를 어떻게 유지하며 사는 걸까? 뭔가 비결이 있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시청했다.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그녀의 아침 루틴이었다. 느지막한 시간에 일어나자마자 그녀가 한 일은 바로 세안이었다. 세안 후 파우치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얼굴에 문질 문질 하는 게 아닌가.
 
동상이몽 시즌2:  너는 내 운명 298회 방송캡처
▲ 동상이몽 오연수님 동상이몽 시즌2: 너는 내 운명 298회 방송캡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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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건 뭐야?"

자세히 보니 괄사가 달린 앰플 스틱이었다. 영판 말이 없으시던 분이 바르시면서 혼잣말로 '괄사 마사지가 주름에 좋다니 꼼꼼히 발라야지....' 하시길래 '아 저건 PPL 인가 보다' 했다. 그렇지만 '저렇게 피부 좋은 분도 부지런히 관리 하시는구나' 싶어 눈길이 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뿐만 아니었다. 아침에 손수 홈메이드 두유를 만들어 먹는데 또 처음 보는 기계가 등장했다.

"아니 저건 또 뭐야."

불린 콩을 넣으면 가열하고 갈아서 두유로 만들어주는 기계였다.
 
오연수
▲ 동상이몽 시즌2: 너는 내 운명 298회  오연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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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런 게 있었구나" 하면서 나도 모르게 순간 혹한다. 또다시 '저것만 있으면' 병이 도지는 것이다.

유독 까만 나의 피부는 멜라닌 색소도 많은지 여전히 까맣고, 청춘이 지난 지가 언제인데 얼굴엔 여드름 자국이 아직도 성성하다. 뿐만 아니다. '4N'년간 찌워온 살과 남들이 절대 부러워하지 않을 법한 통증들도 다수 가지고 있다.

TV에서 뭔가 신기하거나 새로운 물건들은 보면 '저것만 있으면' 나의 모든 문제들이 해결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일쑤이다. 나름 이성적이라고 자부하는 나인데도 그 순간에는 뭐에 씌우기라도 한 것처럼 꼭 눈앞의 것들을 사야만 할 것 같다. 특히 50대인데도 30대 같은 얼굴과 몸매를 과시하는 저 사람이 쓰는 물건이 아니던가. 당장이라도 저 물건들을 사야 할 것만 같다.

"나도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세안 후에 저걸로 얼굴을 문질 문질 마사지하고 집에서 아무런 첨가물을 넣지 않은 두유를 마시면 나도 회춘할 수 있는 거 아냐?"라고 착각을 단단히 하며 바로 검색을 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나와 같은 시청자들이 많았는지 검색창에 오연수라고 이름만 써넣었는데도(아직 엔터도 안 눌렀다) 이미 #오연수앰플 #오연수두유기 등등의 검색어가 자동완성으로 검색되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 참 빠르다. 방송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미 누군가는 블로그에 포스팅도 해 놓았다.
 
방송후 포털 사이트 자동 완성 검색어
▲ 오연수 자동완성검색어 방송후 포털 사이트 자동 완성 검색어
ⓒ 이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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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이것 한번 사볼까?' 하면서 검색의 세계로 한참 빠져들어가다가 눈앞에 서 있는 거대한 실내 자전거를 보는 순간 정신이 확 들었다.

"앗! 또 살 뻔했다."

고백하자면 내가 "저것만 있으면 다 될 것 같다"라고 하면서 산 물건은 한두 개가 아니다. 그렇게 사 제긴 온갖 물건들로 집 안을 꽉 채운 것 또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큼직한 몇 개만 나열하자면 이렇다. 저것만 있으면 내 피곤이 싹 풀릴 것 같아서 거금 들여 구매한 '발 마사지기', 저것만 있으면 살 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어느 순간 옷걸이가 되어버린 '실내 자전거', 저것만 있으면 건강한 간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채 열 번도 안 쓴 '식품 건조기', 저것만 있으면 등과 어깨의 통증이 싹 사라질 것 같던 '폼 롤러' 등등 우리 집에는 온통 '저것만 있으면' 아이템 투성이다.

이 정도 돈을 버렸으면 쓸데없음을 깨달을 법도 한데 나는 여전히 매일매일 '사지 않기 위한' 전쟁 중이다. TV나 미디어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을, 방송은 어찌 보면 무엇인가를 나에게 팔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을 이제는 아주 잘 알면서도 좋아 보이는 것에는 자꾸자꾸 혹하고 까먹게 된다.

피부가 좋아지고 싶다면 열심히 세안을 하고 관리를 해야 하고, 살을 빼고 싶다면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지 눈에 보이는 물건을 사기만 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런데도 눈에 보이는 것에 현혹되면서 그저 머리를 모래 속에 묻는 타조와 같은 삶을 계속해서 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미 괄사 마사지기가 있다. 화장품을 바르고 그걸로 마사지하면 된다. 집에 믹서기도 두 종류나 있다. 하나는 핸드 타입의 믹서이고 다른 하나는 얼음도 갈린다는 3.2HP 마력의 초강력 믹서이다. 그걸로도 두유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물건이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라 부지런과 노력이 모자라서 못 했던 것이다.
 
동상이몽 시즌2:  너는 내 운명 298회 방송캡처
▲ 방송출연한 오연수 동상이몽 시즌2: 너는 내 운명 298회 방송캡처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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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연수도 말했다. 건강하게 아프지 않으며 살고 싶어서 노력한다고. 신기한 물건들에 눈이 팔려 그녀가 하는 노력이라는 중요한 포인트를 간과했었다. 방송을 보고 나는 바로 콩을 불렸다. 기계가 없어도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가능하다. 매일 까먹지 말고 잘 챙겨 먹기로 다짐하면서 영양제도 잔뜩 챙겨 먹었다.
     
방송을 보고 불린 검은콩
▲ 불린 서리태 방송을 보고 불린 검은콩
ⓒ 이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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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신기한 물건을 보면 또 혹하겠지. 어쩌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또 사고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항상 기억해야겠다. 물건을 사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내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오늘도 TV를 보다 말고 자아성찰을 해버렸다.

글쓰기 모임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 70년대생 동년배들이 고민하는 이야기를 씁니다.
태그:#오연수, #동상이몽너는내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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