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조회수 500만 회를 기록한 '눈네모 챌린지'

최다 조회수 500만 회를 기록한 '눈네모 챌린지' ⓒ ralral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고리타분한 옛말이 요즘 유튜브에서 핫한 콘텐츠가 됐다. 최근 틱톡, 유튜브에서 이른바 '눈네모 챌린지' 또는 '센 언니 챌린지'가 화제에 올랐다. 일반인부터 이효리, 엄정화, 한혜진 등 유명한 연예인까지 너도나도 참여하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센 언니' 스타일로 꾸미고 카메라를 째려보며 이 말을 따라 하면 된다.

"눈을 왜 그렇게 떠?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

이 표현은 tvN 예능 프로그램 <댄스가수 유랑단>, SBS <신발 벗고 돌싱포맨> 등에 출연한 유튜버 '랄랄'이 발매한 'Square Eyes'의 노래 가사다. 구독자 수 100만 명을 자랑하는 유튜버 '랄랄'은 클럽 화장실이나 카페에서 여성들이 화장하며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기 싸움 ASMR' 시리즈로 인기를 끌고 있다. 좋은 반응에 힘입어 그의 발매 곡 'Square Eyes'는 "눈을 왜 그렇게 떠?",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 등 가사에 여성들의 기 싸움을 담았다.

처음 챌린지를 접했어도 어딘가 익숙한 데는 이유가 있다.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는 2015년 한 예능 프로그램 촬영 도중 나눈 여성 연예인들 간의 대화가 유출되었을 당시 등장한 말이기 때문이다. 이 대화는 곧바로 욕설 논란으로 이어졌고 당사자들이 방송 하차와 공백기까지 겪게 했다. 이에 챌린지를 둘러싼 시청자 논쟁이 치열하다.

과연 '눈네모 챌린지'는 여성 연예인에게만 엄격한 잣대가 가해졌던 사건을 겨우 '웃음거리'로 사용하는 것일까? 혹은 금기시되던 여성들의 기 싸움을 수면 위로 꺼낸 유쾌한 콘텐츠일까.
 
말싸움 한 번에 이어진 자숙, 하차, 불매 운동

2015년의 '그' 사건은 여성 출연진 사이에 빚어진 말싸움이었다. "연예인 A씨가 일방적으로 연예인 B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자 A씨는 질타를 받았고 참여가 예정되어 있던 작품에서 하차하며 사실상 연예계에서 퇴출되었다.

이때 그들이 출연한 방송 촬영본이 유출되었다. 녹화본에는 A씨와 B씨 사이의 말싸움이 담겼고 이젠 B씨를 향한 거센 비난이 시작되었다. 프로그램 하차 요구부터 그가 출연한 프로그램의 협찬사까지 불매하겠다는 여론이 모아졌다. '유출된 대화본'으로 누군가의 직업 활동이 완전히 멈췄다.
 
 여성 직원 간의 갈등을 묘사한 <SNL코리아 시즌3> 화면 갈무리

여성 직원 간의 갈등을 묘사한 화면 갈무리 ⓒ 쿠팡플레이


게다가 유출된 녹화본에 담긴 이들의 대화는 '밈(meme)'으로 소비되며 각종 예능에도 패러디되었다. 여성 캐릭터 혹은 여성처럼 분장한 남성 예능인이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 "눈을 왜 그렇게 떠?"라는 말을 주고받고 서로를 째려보며 그들의 싸움을 재현하는 개그가 크게 유행한 것이다.

왜 여성 연예인들의 '말싸움'은 조롱의 대상이 되었을까. 남성들의 싸움이 공적 담론이나 목표 달성을 위한 행보로 인식된다면, 여성들의 싸움은 대개 시기심과 질투로 뒤덮인 감정싸움으로 치부된다. 마치 '여성의 적은 여성'이란 여성혐오적 프레임처럼 여성들은 서로를 존중하지 않고 의미 없는 견제와 기 싸움을 할 거란 사회적 인식이 존재한다. 그들의 말싸움은 '여적여'를 상징하는 '밈(meme)'이 되어 이제 코미디 예능에서 여성 캐릭터끼리 싸울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고정 멘트'가 되었다.

그 사건을 '챌린지'로 즐겨도 될까요

'눈네모 챌린지'가 주목하는 건 2015년 여성 연예인에게 가해진 도덕적 잣대가 아닌 여성들의 '기 싸움'이다.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라는 멘트는 사건 이후 인터넷상에서 여성들의 감정싸움을 대표하는 '밈(meme)'으로 소비되었고 이를 무비판적으로 착안한 챌린지라는 것이다.

실제 해당 밈(meme)은 여성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을 단순한 '기 싸움'으로 치부하기 위해 사용된 바 있다. MBC는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개표 방송에서 여성 후보 간의 출구조사 결과를 전하며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라는 표현을 사용하였고 이에 해당 밈이 '여성의 적은 여성'이란 여성혐오적 프레임을 강화하는 표현이란 비판이 이어졌다.

또한 해당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여러 작품에 출연하여 이미지를 탈피 중인 당사자들이 다시금 '사건의 주인공'으로 회자하고 있다. 다시금 그들의 불화, 혹은 밈(meme)의 주인공으로 화제에 오른 것이다. 이에 '눈네모 챌린지'가 당사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해당 사건을 유머로 소비하는 데 그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멘트는 따라 했지만, 똑같은 건 아니다?

반면, '눈네모 챌린지'를 2015년의 사건과 무관한 콘텐츠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해당 챌린지에 출연하는 사람은 '센 언니'만이 아니다. 남성, 혹은 편안한 차림의 여성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기에 '눈네모 챌린지' 속 기 싸움은 여성 대 여성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 이에 기존 밈(meme)이 가진 '여성의 적은 여성' 프레임에서 벗어나 대인관계 속에서 발생할 법한 다양한 기 싸움을 다룬다는 의견이다.

실제 챌린지 영상 댓글에는 여성 간의 기 싸움을 지적하기보다 'OOO(특정 연예인)이 더 강해 보인다', '센 언니 같아서 멋있다', '색다른 모습이다' 등 챌린지 출연진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이 다수다. 그렇기에 '눈네모 챌린지'가 여성들의 싸움을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반응이다.
 
 유튜브 채널 '노빠꾸탁재훈' 영상 갈무리

유튜브 채널 '노빠꾸탁재훈' 영상 갈무리 ⓒ nobacktack

 
그러나 '눈네모 챌린지'의 재미 포인트인 기 싸움은 여전히 2015년의 '그' 멘트에서 시작한다. 멘트의 당사자는 그들 간의 대화가 '기 싸움'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몇 년의 공백기를 겪고 현재까지도 "둘이 싸우면 누가 이기냐"는 식의 질문을 받고 있다. 챌린지 속 멘트는 '웃고 넘어갈' 콘텐츠지만, 당사자는 여전히 여성 연예인에게 가해지는 무례한 잣대 밖으로 넘어가지 못한 상황.

또한 출연진의 성별과 무관하게, 해당 챌린지는 '언니'라는 호칭을 사용하여 여성들의 기 싸움을 전제한다. 다양한 기 싸움을 다루지만, 정작 멘트는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로 시작하기에 여전히 여성과 '기 싸움' 사이의 연관성을 암묵적으로 떠올리게 한다. '센 언니 챌린지'로 불리기도 하는 '눈네모 챌린지', 이름부터 여성을 향한 프레임과 별개의 콘텐츠로 보기 어렵다.
 
뭐든지 '챌린지'가 되는 세상

SNS의 발달로 무엇이든 함께 따라 하는 '챌린지'가 되는 세상이다. 이제는 따라 해도 되는 것과 따라 해선 안 되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 한때 틱톡에서 '가정폭력 피해자 따라하기' 챌린지가 유행하며 일부러 얼굴에 멍이나 상처를 연출하거나 울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영상이 등장하여 비판받았다. 엄연히 가정폭력으로 고통받는 피해자가 있기에 이를 하나의 콘텐츠로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눈네모 챌린지'는 따라 해도 되는 챌린지일까?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는 여전히 2015년의 '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멘트일까 혹은 여성들의 기 싸움이 문제시되지 않는 2023년의 유쾌함일까.

챌린지를 즐기기 전에 한 번쯤은 '여적여' 프레임에, 여성들의 싸움은 '기 싸움'이란 인식에 눈 네모나게 뜰 시간이다.
눈네모챌린지 쎈언니챌린지 여성 유튜브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