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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LG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대구 야구장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온 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경찰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삼성과 LG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대구 야구장에서 '흉기 난동'을 부리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온 5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경찰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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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르는 흉기 난동 사건을 막기 위해 경찰이 총기 사용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4일 대국민 담화문에서 "흉기 난동 범죄에 대해 총기, 테이저건 등 정당한 경찰 물리력 사용을 주저하지 않겠다"면서 "국민 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경찰관에 대한 면책 규정을 적극 적용하겠다"고도 밝혔다. 

총기 사용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한민국 경찰이 범죄 현장에서 총기를 사용하는 게 쉽지 않다는 반박도 나온다. 

경찰은 총기를 사용할 준비가 됐나?

현재 경찰은 연 2회 사격 훈련을 한다. 1회 훈련 시 영점 사격 5발을 제외하고 완사 10발과 속사 20발을 포함 총 30발을 쏜다. 매년 60발의 사격 훈련을 하지만 대부분 고정 표적지(대퇴부, 허벅지)이다. 

신림역과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은 사람이 밀집한 곳에서 발생했다. 고정 표적지로만 사격 훈련을 한 경찰이 수십 명의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소란스러운 현장에서 정확히 범인의 대퇴부만 쏠 수 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미국 경찰들은 총기 사용이 비교적 자유롭지만 공식적인 사격 훈련뿐만 아니라 개인이 사격장에 가서 자주 훈련을 한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사용하는 권총이지만 반복 숙달되지 않을 경우 정확도가 떨어져 위험하기 때문이다. 

경찰특공대처럼 평소에 사격 훈련을 자주 하거나 소총 등으로 확실히 조준해도 힘든 상황에서 일선 지구대 경찰이 총기를 완벽하게 사용하기는 쉽지 않다. 총기 사용 전에 경찰의 사격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총기 사용 경찰의 면책, 어디까지 가능할까

경찰이 총기를 사용할 경우 도비탄(다른 물체에 부딪히고 튕겨 나간 총탄)이나 유탄(비껴나간 총탄) , 오발 사고 등으로 무고한 시민이 총상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경찰의 총기 사용 시) 면책도 해주시나요?"라며 총기 사용 후 책임 소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직장인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글
ⓒ 블라인드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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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관이 말하는 경찰청장이 흉기 적극 대응하겠다는 말이 거짓말인 이유 세 가지"라는 제목의 글을 쓴 이는 "일선 경찰관이 총기 사용시 경찰청은 절대 책임져주지 않는다"면서 "총기를 사용한 직원은 내부 감찰과 민형사 소송에 시달리고 범죄자에게 패가망신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외부적으로는 저렇게 기자회견하겠지만 내부 직원들은 아무도 총기를 적극 사용하라는 경찰청장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통과된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보면 범죄가 행해지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범죄 예방 또는 진압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입혔을 때 정상을 참작해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형사 책임 감면 내용이 포함됐다.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면책 범위를 넓힌 개정안이지만 민사는 다르다. 미국은 소송에 대비해 경찰노조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한국은 쉽지 않다. 무고한 시민이 총상을 입어 사망 또는 장애를 입을 경우 발생하는 민사 소송에 대한 책임을 경찰관 개인이 홀로 떠안을 수 있다.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예고성 글이 인터넷에 잇따라 올라온 4일 범행 예고 장소 중 한 곳인 경기도 성남시 오리역에 경찰특공대가 배치돼 있다.
▲ 경찰특공대 배치된 오리역 1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비슷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예고성 글이 인터넷에 잇따라 올라온 4일 범행 예고 장소 중 한 곳인 경기도 성남시 오리역에 경찰특공대가 배치돼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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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보호장구와 비살상 무기 보급이 우선 

현직 경찰관이라고 밝힌 이는 "비상이라면서 방검조끼 등은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서 형광조끼, 형광봉, 방검장갑만 착용하고 흉기든 난동법을 상대하라고 내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112 신고 등을 통해 가장 먼저 출동하는 일선 경찰관들은 보호장구가 없다 보니 범인 제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일부 경찰관들은 총기보다 보호장구와 방패가 범인 검거에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병원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과 서현역 흉기 난동범 체포 시에도 경찰들은 방패를 적극 활용해 검거했다. 
 
미국 경찰이 용의자를 향해 빈백 샷건을 겨누고 있는 모습
 미국 경찰이 용의자를 향해 빈백 샷건을 겨누고 있는 모습
ⓒ 유튜브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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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보다 비살상 탄환을 사용하는 저위험 권총이나 무기 보급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미국 경찰들도 비살상 고무 유탄발사기와 빈백(Bean bag, 콩알탄) 샷건을 사용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기존 권총의 경우 살상력이 어느 정도 되다 보니 정말 긴박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기가 어렵다. 사용하더라도 범인의 하반신, 허벅지 쪽으로 조준을 해야 하는데 반동이 심해 정조준해서 격발하기가 쉽지 않다. 저위험 권총은 살상력을 줄인 만큼 반동도 줄어든 것으로 아는데, 아무래도 목표 부위에 최대한 근접하게 맞출 수도 있고 부담 없이 제압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 조동빈 전라남도경찰청 제2기동대 경사, KBS와 한 인터뷰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면서 국민이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 강력한 대응도 필요하지만 막무가내식 제압은 더 위험하다. 효과적인 장비와 체계적인 제압 훈련 등을 통해 무고한 시민이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흉기난동 사건, #경찰, #경찰 면책, #윤희근 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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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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