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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흉기난동' 사건 이후 비슷한 범행을 예고하는 글이 잇따르는 가운데 4일 오후 범행 예고지 중 한 곳인 서울 강남역 인근에 소총, 권총 등으로 이중무장한 경찰특공대원들과 전술 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 강남역, 총기 무장 경찰특공대 배치 '분당 흉기난동' 사건 이후 비슷한 범행을 예고하는 글이 잇따르는 가운데 4일 오후 범행 예고지 중 한 곳인 서울 강남역 인근에 소총, 권총 등으로 이중무장한 경찰특공대원들과 전술 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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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흉악범죄에 대해 정부가 엄벌주의 기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신설하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시작했다. 하지만 범죄 예방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뿐 아니라, 사형제를 그대로 둔 채 이 제도를 도입한다면 실질적으로 중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오는 14일부터 내달 25일까지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을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11일 밝혔다. 최근 신림동 사건과 분당 서현역 사건 등 흉악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지난 4일 정부와 여당이 도입 뜻을 밝힌 지 열흘만이다.

정부는 최근 온라인에 퍼지고 있는 살인 예고글에 대응해 경찰특공대와 장갑차를 거리에 배치하고 게시자를 체포해 구속 처리하는 등 엄벌주의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11일 현재까지 구속된 살인 예고글 게시자는 총 12명이다.

이날 법무부는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절대적 종신형)은 사형제와 함께 우리사회에서 장기간 논의, 검토되어 온 방안으로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다"라며 공식적인 입법 예고를 알렸다. "현행법상의 사형제도와 별도로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을 도입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을 추진한다"라는 것이다.

현재 형법에는 무기형의 경우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20년이 지난 후 가석방을 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가석방 없는 무기형을 신설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럴 경우 법원은 무기형을 선고할 때 가석방 허용 여부도 판시하게 된다.

법무부는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사형 집행 이후 현재까지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흉악범죄자에 대한 형 집행의 공백이 발생하고, 현행법상 무기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도 20년이 지나면 가석방 될 수 있어 국민 불안이 가중됐다"며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향후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면,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심의→ 대통령 재가를 거쳐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다.

사형제는 그대로 둔 채... 국회에서 논란 불가피

가석방 없는 무기형은 오래된 논의 사항이다. 보통 사형제 폐지의 대안으로 언급된다. 우리나라는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사형제 자체는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았는데 찬성론부터 신중론, 반대론까지 다양하다.

서영교 국회의원을 비롯한 의원 10명은 지난달 28일 사형제를 그대로 둔 채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을 도입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법무부의 입법예고안과 궤를 같이한다. 반면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묻지마 범죄를 예방하는 대안으로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은 적절하지 않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사형제 폐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소병철 국회의원은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21년 <사형의 대체형벌로서 종신형의 도입에 관한 연구> 논문을 내놓은 한영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형 대체 수단이 아니라, 형벌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사형제도가 있는 이상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이 도입돼도 범죄예방 실효성은 떨어진다"면서 "또한 사회 복귀 가능성이 사라지니 교화 가능성이 없어질 것"라고 강조했다.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온라인 게시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 강남역 인근에 배치된 경찰특공대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온라인 게시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6일 오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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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가석방 없는 무기형, #절대적 종신형, #흉악범죄, #엄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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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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