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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대안포럼이 '정율성 역사공원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호남대안포럼이 '정율성 역사공원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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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을 놓고 광주광역시와 국가보훈부, 시민단체가 갑론을박을 벌였다.

당시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반대 성명을 낸 호남대안포럼은 "오직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발전시킨 사람만이 국가적 기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면서 "그러나 오늘 광주시장은 북괴의 부역자를 기념하자며 자유민주주의를 오판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호남대안포럼의 성명을 인용해 보도한 <조선일보>는 <"정율성 공원 조성은 5·18 정신 먹칠" 호남 지식인들도 반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호남대안포럼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추구하는 민주적인 담론 공동체'를 주장하며 결성된 단체로 채명희 전 광주 동구의원, 주동식 전 국민의힘 광주 서구갑 당협위원장, 배훈천 광주시민회의 대표, 박은식 내과전문의 등이 소속돼 있다.

그러나 호남대안포럼의 전 공동대표이자 운영위원이었던 배훈천씨는 지난달 26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호남대안포럼의 이번 성명에 반대한다"라며 "한중 우호 분위기가 조성됐을 때 이의 없이 추진됐던 사안을 두고 색깔론을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관련기사: "정율성과 호남 공격, 지지했던 윤석열 정권에 회의감" https://omn.kr/25d41).

5일 호남대안포럼이 배훈천 회원에 대한 '제명' 징계를 의결했다. 호남대안포럼 윤리위원회는 "배훈천 회원의 행위는 포럼 내부 구성원에 대한 인신공격으로서 포럼의 단합을 저해함은 물론 회원으로서의 품위를 현저히 손상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 "피신청인이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호남대안포럼 전 공동대표' 직함을 사용한 건 허위사실은 아니지만 마치 포럼 내부에 자신의 견해에 동조하는 사람이 있는 듯한 착각을 야기하게 했다"라며 "이는 본 단체의 명예를 손상시키고 목적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 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했다.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를 이유로 단체에서 제명된 배훈천씨를 6일 인터뷰했다. 아래는 배훈천씨와의 일문일답.

"다른 의견 냈다고 제명하는 게 민주적인가"
 
호남대안포럼에서 활동했던 배훈천씨.
 호남대안포럼에서 활동했던 배훈천씨.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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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호남대안포럼에서 공동대표와 운영위원을 역임했던 배훈천입니다. 이번에 단체와 다른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단체에서 제명됐습니다."

- 소속 단체에서 제명되신 심경은 어떠한가요?
"참담한 심정입니다. 제가 지난 정부 때부터 호남대안포럼에서 활동했던 이유는 단체가 추구한 정신 때문이었습니다. 호남대안포럼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추구하는 민주적인 담론 공동체'를 지향했습니다. 저는 일방의 주장이 아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담론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받고 단체에 합류했습니다. 이를 통해 호남지역 시민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다양성과 민주성을 지향해야 할 단체가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다양성을 잃고 점점 더 진영화 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결사체가 아니라 포럼인데도 반대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의견을 내는 일이, 단체 내부에서도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진심을 다해 소통하면 통할 거라는 생각이 순진한 생각이었다는 느낌이 들어 회한이 듭니다."

- 징계 과정은 어떠했나요?
"저는 징계 과정에서 상임대표에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상임대표는 탈퇴하는 게 좋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명하겠다고 했습니다. 이후, 거의 즉시 제명에 이르게 됐습니다. 소명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의견을 낸 전직 공동대표를 즉시 제명하는 게 과연 민주적인지 깊은 의문을 느낍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저는 일방적인 정치 구도를 가진 호남의 변화를 위해 단체의 많은 분들과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그러나 단체 내부의 모든 분들이 호남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바탕으로 호남 발전을 이야기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국민의힘 광주 서구갑 당협위원장을 지낸 주동식씨는 '호남은 반(反) 대한민국이니 대한민국의 호남화를 막아야 한다'는 망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개인적인 영역을 넘어 <펜앤마이크>와 같은 공론장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징계가 논의됐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습니다.

정율성 역사공원 논란을 제기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역시 호남을 고립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을 갖고 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호남 지역을 모욕하고 비하하고, 혐오를 부추기는 최근의 흐름에 깊은 안타까움을 느끼며 단체 내에서 자정의 역할을 다하지 못해 아쉽게 생각합니다."
 
호남대안포럼
 호남대안포럼
ⓒ 호남대안포럼 결정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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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호남대안포럼, #정율성 역사공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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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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