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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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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검찰이었다. 지난 1일 오전 9시경, 검찰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알렸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오늘(9. 1.) 오전부터 피의자 A○○(화천대유 회장)가 피의자 B○○(전 언론인)에게 허위 인터뷰 관련 금품제공으로 인한 배임수·증재 및 청탁금지법위반 사건에서, 피의자 B○○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입니다."

A는 김만배이고 B는 신학림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허위 인터뷰'라고 명시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의혹' 또는 '혐의'라는 단어를 붙이지도 않았고, 하다못해 작은 따옴표를 치지도 않고 그냥 허위 인터뷰라고 규정했다. 이후부터 약 일주일간 보수언론과 여당, 방송통신위원회, 대통령실 등이 총출동해 <뉴스타파>의 2022년 3월 6일 보도는 대선 개입을 목적으로 기획한 허위 인터뷰였다는 파상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장의 근거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 김만배씨가 신 전 위원장에게 1억6500만 원을 줬다. 둘째, 대장동 사건 핵심 인물인 남욱 변호사와 조우형씨가 관련 진술을 했다. 셋째, 녹음한 지 6개월이 지나 대선을 불과 사흘 앞둔 2022년 3월 6일에야 터뜨렸다.

하지만 공개된 김만배-신학림 대화 72분 전체를 들어보면, 기획된 허위 인터뷰였다는 주장에 의문을 갖게 된다. 당시 전문위원 신분이었던 신 전 위원장의 돈거래 사실에 대해 공개 사과 입장을 밝힌 <뉴스타파>는 그와 별개로 "윤석열 정부와 검찰의 탄압에는 당당히 맞서겠다"며 7일 오후 5시 전체 음성파일과 녹취록을 공개했다. ( [무편집 공개] 김만배-신학림 72분 녹음파일 https://newstapa.org/article/xan9t )
 
7일 뉴스타파는 '기획 인터뷰' 공격을 받고 있는 지난 2022년 3월 6일 보도한 김만배 녹취에 쓰인 원본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7일 뉴스타파는 '기획 인터뷰' 공격을 받고 있는 지난 2022년 3월 6일 보도한 김만배 녹취에 쓰인 원본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 뉴스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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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인터뷰보다 사적 대화에 가깝다

가장 근본적으로 '인터뷰' 자체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김만배씨가 하는 말이 허위인지 아닌지를 떠나, 당시 자리의 성격은 인터뷰가 아니라 두 사람 사이의 사적 대화에 가까웠다. 당시 이슈로 떠오른 사건에 연루된 지인을 오랜만에 만나서 자세한 뒷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대화는 2021년 9월 15일 오후 성남시 운중동 한국학중앙연구원 근처 카페에서 있었다. 당시는 대장동 사건이 떠오른 초기로, 아직 김만배씨의 이름도 나오기 전이었다. 또 그날은 국민의힘 대선후보 1차컷오프 8명이 발표된 날로, 윤석열 대통령이 아직 대선후보로 선출되기 전이었다.

대화 초반부터 김씨는 "그냥 우리 이거 좀 잠잠해지면 고문료나 많이 가져가서 형 편하게 살어. 고문. 부정한 회사 아니야. 알았지? ...(중략)... 대장동 사업지에 밝혀지지 않은 얘기들이 있는 거야"라면서 노트에 써가며 대장동 개발이 흘러온 과정을 신 전 위원장에게 상세히 설명한다. 인터뷰라고 하기에는 신 전 위원장의 사전 조사가 거의 없었음을 알 수 있고, 따라서 질문다운 질문이 별로 없다.

대화는 종종 샛길로 샌다. 김씨가 어떤 인물을 이야기하면 신 전 위원장이 그 인물과 관련된 가계도 지식을 읊는다. 예를 들어 김씨가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처남 조우형씨 이야기를 하자 신 전 위원장이 "부산저축은행 오너들이 누구냐면, 금호아시아나 박인천 회장의 조카, 조카들이야"라면서 부산저축은행 전 회장(박상구)이 DJ 목포상고 동기이며 그럼에도 부산으로 가서 사업하게 되는 경위를 말하는 식이다. 모두 한국일보 기자 출신인 두 사람은 2013~2014년 삼화제분의 한국일보 인수 시도에 대한 이야기로 빠지기도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 박영수 변호사가 특별검사가 된 뒷이야기,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온다.

대화 중간에 김씨에게 전화가 다섯번 오는데, 김씨는 모두 전화를 받는다. 심지어 기자로 추정되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오는데, 김씨는 그에게 천화동인 1~7호까지의 주인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해준다.

무엇보다 김씨가 아니라 신 전 위원장이 먼저 연락해서 만난 자리임을 알 수 있다. 대화 초기에 신 전 위원장은 김씨에게 "내가 (네)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알아?"라며 "(김씨 아버지의) 부고 보고 내가 왔어"라고 말했다. (실제 김씨가 법조팀 부장을 한 머니투데이 인터넷판 2016년 4월 30일자 부친상 부고란에는 김씨의 핸드폰 번호가 남아 있다.) 또한 모든 대화는 신 전 위원장에 의해 몰래 녹음된다. 심지어 화장실같은 지극히 사적인 내용까지도. 김씨는 설명 도중 수차례 "이거 기사 나가면 나도 큰일 나", "정영학. 형, 이거 쓰면 안돼"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김씨에 의해 주도된 허위 기획 인터뷰였다는 주장과 모순된다.

72분 전체 녹음파일은 검찰보다는 김씨와 신 전 위원장의 설명과 더 부합한다. 7일 새벽 0시에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된 김씨는 당시 자리에 대해 "신학림 선배는 제 오랜 지인이다, 15~20년만에 처음 전화했고 위로가 되는 자리라고 생각해 만났다"라면서 "사적인 대화"라고 말했다. 그는 "대화가 녹취되고 있는지 몰랐다"면서 "신 선배가 저에게 사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신 전 위원장은 지난 1일 "(2021년 9월 15일 당시는) 김만배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지만 화천대유, 천화동인 같은 주역 글귀로 회사 이름을 지을 사람은 김씨밖에 없다고 생각해 그를 수소문했다"면서 "김씨가 나를 되게 존경한다. 그렇기 때문에 20년만에 만났는데도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② '윤석열 커피'는 봐주기 수사의 상징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7일 오전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7일 오전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돼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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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7일자 사설에서 "김만배씨가 만든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라고 말했다. 조사를 받으러 온 조우형씨에게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과장이 커피를 타준 적이 없는데 타줬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만배씨는 윤석열 검사가 커피를 타줬다고 한 적이 없다. 이번에 공개된 전문에는 이 부분이 더욱 명확히 드러나 있다.

좀 길지만 소위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와 직접 관련된 부분이자 저축은행 봐주기 수사 의혹의 핵심이기 때문에 전체를 인용한다.
 
- 김만배 : "얘가 이제 다른 기자를 통해서 찾아와."
- 신학림 : "응. 조우형이 찾아온다고."
- 김 : "응. 조우형이가 나를 (조우형이가 말하기를) '형님, 제가 이렇게 수사 받고 있는데 다른 기자분들이 해결 못해주는데... 형님이 좀 해결해 주세요' 그래서...
- 신 : "응."
- 김 : "그래? 그런데 형이 직접 가서 얘기하기는 어렵다. 내가 법조 오래 (취재한) 기자인데 내가 검사한테 가서, 대검 가서 내가 다 안다 솔직히. 아는데 '(박)길배야, (조우형이) 내 동생이니까 해줘라' 하면 어떻게 되겠냐? 내가 돈 받고 해주는지 알지. '석열이 형, 내 동생이야'라고 어떻게 하냐. 그 당시에 윤석열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과장. 박길배, ○○○이 남편이 주임검사야. 그래서 내가 박영수를 소개해줘 내가."

- 신 : "아, 조우형한테?"
- 김 : "응. 박영수 변호사를."
- 신 : "응. 그래도 나름대로 거물을 소개해 줬네."
- 김 : "왜냐하면 나는 형, 그 혈관을 다 아니까. 무슨 말인지 알지?"
- 신 : "응. 통할 만한 사람을."
- 김 : "통할 만한 사람을 소개한 거지. 그래서 박영수 변호사를 소개해 줬더니, 박영수가 (조우형 사건 관련) 진단을 하더니, 나한테 '야, 그놈 보고 가서' 덜덜덜덜 떨고 오니까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라 그래. 검찰 들어가서. 대검에서 부르면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라 그래.' 그래서 나도 모르고 그냥 (조우형한테) '야, 형님(박영수)이 그랬는데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란다' 그러니까, 진짜로 (조우형이 검찰에) 갔더니, (조우형한테) 커피 한 잔 주면서 "응, 얘기 다 들었어. 들었지? 가 인마'이러면서 보내더래."

- 신 : "그 누가? 아까 그 박길밴가 하는 검사가? 누가?"
- 김 : "윤석열이가 '니가 조우형이야?'이러면서."
- 신 : "윤석열한테서? 윤석열이가 보냈단 말이야?"
- 김 : "응... 박길배가 커피, 뭐 하면서... 몇 가지를 하더니 보내주더래. 그래서 사건이 없어졌어. 그런데."
- 신 : "그럼, 아니 잠깐만. 조우형이... 그러니까 박영수가..."
- 김 : "이거 기사 나가면 나도 큰일 나."
- 신 : "이게 박영수가, 박영수가 그러면 윤석열이하고 통화했던 거야?"
- 김 : "(박영수가) 윤석열을 데리고 있던 애지."

- 신 : "아니 데리고 있었기 때문에..."
- 김 : "통했지."
- 신 : "박영수 변호사가, 그 조우형한테 박영수를 소개해 주니까, 박영수가 윤석열하고 통화를 해서 그러면 조우형은 가가지고 박길배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온 거야? 아니면 윤석열하고 마시고 온 거야?"
- 김 : "아니, 아니, (조우형) 혼자. 거기서 타주니까 직원들이. 차 한 잔 어떻게 (검사와) 마시겠어. 갖다 놨는데 못 마시고 나온 거지."

- 신 : "아니, 검사도 못 만나고 온 거야?"
- 김 : "아니, 검사를 만났는데..."
- 신 :"검사, 누구 검사 만났는데?"
- 김 : "박길배를 만났는데. 박길배가 얽어 넣지 않고 그냥 봐줬지. 그러고서 부산저축은행 회장만 골인(구속)시키고, 부회장 김양 부회장도 골인(구속)시키고 이랬지. 응?"

이처럼 김씨는 윤석열 당시 중수부 과장이 조우형씨에게 커피를 타줬거나 같이 마셨다고 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이 대화에서 핵심은 당시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 의혹이고, '커피'는 그 상징 역할을 할 뿐이다.

김씨의 육성 발언은 봐주기 수사에 자신과 박영수 변호사, 윤석열과 박길배 당시 중수부 검사들이 관련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검찰은 봐주기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당시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검사였고, 당시 검찰은 조씨를 조사했지만 결국 무혐의 처분했으며, 이후 2015년 조씨는 재수사 끝에 징역형을 받은 것은 팩트다.

③ 전혀 다르게 해석 가능한 '대선 사흘 전' 시점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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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뉴스타파>의 보도가 대선 기획이었다고 공격 받는 주요한 근거는 2021년 9월 15일 녹음됐음에도 6개월이 지나 대선 사흘 전인 2022년 3월 6일 오후 9시22분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7일 <뉴스타파>는 신 전 위원장이 녹음파일을 넘긴 시점이 보도 이틀 전인 2022년 3월 4일 오후 10시56분이고 그 전에는 몰랐다고 해명하며 파일이 오간 텔레그램 화면을 공개했다. 이후 최대한의 검증과 내부 논의를 거쳐 이틀만에 보도했다면서, 이를 증명하는 텔레그램 화면도 일부 공개했다. 그 과정에 전문위원 신분인 신 전 위원장은 결정 권한이 전혀 없었다고 한다.

이런 해명과 별개로 상식적으로 볼 때 대선 사흘 전이라는 시점은 '고도의 대선 개입을 위한 기획'이라고 하기에 이상한 점이 있다. 무엇보다 3월 6일이라는 시점은 3월 4~5일 있었던 대선 사전투표일이 하루 지난 시점이다. 당시 사전투표율은 36.9%(1632만3602명 참여)로 최종 투표율(77.08%)을 감안하면 참여 유권자의 거의 절반 가까이가 이미 투표를 마친 상황이었다.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층을 중심으로 왜 이제서야 이걸 내보내느냐는 지적과 비판은 당시에도 나왔다. "사전투표 전에 나왔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만약 이 녹음파일이 사전 선거 전에 나왔다면 지금의 이런 결과는 안나왔겠지" 하는 댓글은 유튜브의 해당 영상에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선 사흘 전이라는 시점은 '대선 개입 기획의 근거'가 아니라 오히려 '전혀 기획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검찰과 여권의 시각처럼 고도의 대선 개입을 의도했다면, 공개 시점을 대선 사흘 전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앞당기거나, 최소한 사전투표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시기로 했어야 합리적이다.

<오마이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애초 신 전 위원장은 녹음 파일을 공개할 생각이 없었으나 2022년 2월 25일 대선후보 2차 토론(정치분야)에서 윤석열 후보가 대장동 사건에 대해 하는 발언을 보고 공개를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몰래 녹음한 것이기 때문에 김만배씨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미 구속 상태였기 때문에 여의치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갔다. 결국 대선 불과 사흘 전에야 보도는 나갔지만, 김씨의 동의는 받지 못한 상태였다.

태그:#김만배, #신학림, #뉴스타파,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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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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