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상영작 < LTNS >의 '관객과의 대화(GV)'가 부산광역시 해운대구에 위치한 CGV 센텀시티 스타리움관에서 진행됐다. 영화의 확장된 흐름과 가치를 포괄하는, 그 해 최신의 드라마 시리즈 화제작을 상영하는 부문인 '온 스크린'에 초청된 이 작품은 올 하반기 티빙(TVING)을 통해 공개를 앞두고 있다.

'Long time No Sex'라는 다소 발칙한 원제를 갖고 있는 이 작품은 이제 육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다소 시들해진 부부 사이가 된 우진과 사무엘 커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불륜 커플 협박단이 된 두 사람이 그 과정에서 이미 망가져있던 그들의 관계를 마주하는 내용의 코미디 드라마. 영화 <소공녀>를 통해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전고운 감독과 안재홍, 이솜 배우의 재결합으로 큰 관심을 받았고,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 <윤희에게>를 통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확고히 한 임대형 감독까지 함께하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

공동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전고운, 임대형 감독과 두 주연 배우 안재홍, 이솜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드라마 시리즈 < LTNS >의 GV 내용을 요약하여 전달한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상영작 <LTNS> 현장 사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상영작 현장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 어떻게 이 작품을 함께 연출하게 되셨을까요?
전고운 감독: "아주 긴 과정을 압축해서 설명드리면, 제가 임대형 감독님의 팬이었고, 대형 감독님도 인사치레인지는 모르겠지만 <소공녀>를 좋아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서로 혼자 하는 작업에 조금 지쳐있던 와중에 시리즈물을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그렇게 해서 훈련 삼아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임대형 감독: "제가 전고운 감독님께 저희 동네로 한번 놀러 오시라고 말씀을 드렸었는데요. 제가 평소에도 고운 감독님의 팬이었고, 같이 작업하면 좋을 것 같아서 서로 그런 제안을 주고받았던 것 같아요."

- 전고운 감독님과 배우 이솜, 안재홍씨는 인연이 있으시지만 임대형 감독님과는 또 이번에 새로 호흡을 맞추게 되셨는데 두 분 감독님에 대해서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안재홍: "직관적으로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를 하면, 전고운 감독님은 집요하세요. 그리고 임대형 감독님은 굉장히 섬세하세요. 그 두 지점이 저희 작품에서 가장 시너지가 난 부분이 아닐까 생각이 들어요."

이솜: "제가 느끼기에는 고운 감독님은 조금 더 본능적이고 동물적인 게 있는 것 같고요. 대형 감독님은 정말 식물은 아니고요, 섬세한 느낌이 있으세요."

- 전고운 감독님은 <소공녀>의 커플과 함께 새로운 시리즈에 도전을 하셨는데요. 영화가 아니라 시리즈물을 선택하셨어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전고운 감독: "그동안은 독립영화를 해왔지만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사람으로서 이제는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싶어서 상업적인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코로나가 터지고 극장이 어려워지면서 위축이 많이 되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되려나? 하면서요. 그때 OTT가 활성화가 되면서 저쪽으로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고요. 긴 호흡의 글을 쓴다는 게 용기가 나질 않아서 가장 작업해 보고 싶었던 감독님께 같이 해보자고 했던 것 같아요."

- 오늘 상영된 것은 총 6부작의 시리즈 가운데 처음 두 편이었거든요. 앞으로 남은 4편의 이야기에서는 어떤 모습이 그려지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임대형 감독: "앞으로 점점 더 흥미로워질 거예요. (웃음)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우진(이솜 분), 사무엘(안재홍 분) 캐릭터가 계속 변화해요. 후반부에서는 두 캐릭터가 교차되면서 바뀌는 그런 재미도 있을 것 같고요. 각 화마다 새로운 불륜 커플이 등장하는데 그 양상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화가 거듭될수록 농도도 더 짙어지고, 표현수위도 더 노골적으로 표현될 예정입니다. (이날 공개된 1화와 2화에서는 진한 키스신이 처음부터 등장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상영작 <LTNS> 현장 사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상영작 현장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 두 배우 분들은 오늘 큰 스크린을 통해 이 작품을 처음 만나셨다고 하는데요. 어떠셨는지 소감이 궁금합니다.
안재홍 배우: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어제가 첫 상영이었는데 사실 어제 관람을 하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오늘 너무 궁금하기도 하고, 긴장도 하면서 관객 분들과 함께 봤는데, 이렇게 큰 스크린으로 새삼 정말 액션 시리즈물을 찍은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도 영화제에 시리즈물로 참석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더라고요. 임대형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회가 거듭될수록 더 빠르게 치닫는 작품이 될 것 같아서 저 개인적으로는 오늘 2부까지만 공개한 게 참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솜 배우: "오프닝 장면부터 조금 강한 스킨십이 있어서 부끄러워하면서 봤는데, 너무 큰 화면이라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3부부터가 더 박진감이 넘치고 정말 재밌거든요. 저 역시도 2화까지밖에 못 본 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 캐릭터를 창조하실 때 특별히 고려하시거나 신경을 쓰신 부분이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전고운 감독: "캐릭터를 만드는 일이 가장 오래 걸리고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냥 한 개인을 그릴 때 개인이 갖고 있는 문제가 결국엔 사회 속에서 다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을 해서 그 고민을 사회적인 문제와 많이 결부시키는 편인 것 같아요. 영화 <소공녀>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캐릭터의 엣지를 살리기 위해 특징적인 것들을 세게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임대형 감독: "시나리오를 쓸 때 제일 중점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캐릭터를 만드는 부분이고 이 지점이 제일 어렵고 또 시간을 많이 써야 하는 작업인 것 같아요. 저희 둘이 앉아서 계속 이름을 어떻게 짓느냐부터 시작했는데, 그렇게 캐릭터를 만들어도 시나리오를 배우 분들이 어떻게 해석하느냐, 현장에서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바뀌기도 합니다. 이번에도 배우 분들이 잘 해석해 주신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두 배우 분은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솜: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고운 감독님께서 처음에 리뷰식으로 주셨어요. 정식으로 받기 전에 리뷰를 받았었는데, 제가 그날 굉장히 피곤한 촬영을 하고 와서 밤늦게 보게 되었거든요. 그런데도 너무 재미있어서 혼자 깔깔거리면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감독님들의 유니크한 개성이 묻어있었고, 또 대사들이 말맛이 좋아서 이런 소재를 빨리 한국에서 촬영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안재홍: "저도 대본 자체가 이미 너무 신선했고, 누군가의 집안을 들여다보는 듯한 디테일이 좋았습니다. 여러 가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대본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꼭 참여하고 싶을 정도로 흥미로웠어요."

- 극 중에 등장하는 임 박 사무엘의 이름에 담긴 의미가 궁금합니다.
임대형 감독: "사실 캐릭터 이름을 지을 때, 지금 보신 드라마에는 생략이 되어 있는데요. 임 박 사무엘의 아버지가 임 씨고, 어머니가 박 씨라는 설정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조금 일찍 돌아가시고 사무엘이 젠더 감수성을 가진 남자다, 그래서 엄마의 성을 따라서 임 박 사무엘로 개명을 했다는 설정이죠. 그런데 그 설정을 보여주지 않고 그냥 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진행을 했습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상영작 <LTNS> 현장 사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상영작 현장 사진 ⓒ 부산국제영화제

 
- 안재홍씨는 <마스크 걸>에서도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참여한 부분이 있으실까요?
안재홍: "이번 작품은 두 감독님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던 것 같습니다. 전고운 감독님은 <소공녀> 때 이미 한번 호흡을 맞춘 바 있었고, 임대형 감독님은 대학 시절에 같이 단편 작업을 하기도 했었거든요. 그래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흔들리는 차를 제가 사진을 찍는 장면에서 (2화에 등장하는 장면) 차에 기대서 같이 흔들리는 게 어떨까요? 하고 의견을 냈었는데요. 두 감독님께서 더 재미있을 것 같다며 흔쾌히 받아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솜: "저희는 현장에서 리허설을 하면서 하나씩 추가하고 변경했던 부분이 많았습니다. 제가 아이디어를 냈던 건, 체모가 흘러내려가는 장면에서 (2화에 등장하는 장면) 실제로 털이 꼭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제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웃음)"

전고운 감독: "두 배우님께서 연출을 어느 정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너무 많은 대사와 상황들을 같이 만들었습니다. 방금 이솜씨가 말씀하신 장면만 해도 저는 실제로 체모가 흘러가게 할 것이라고는 아예 생각을 못했어요. 배우님께 너무 실례가 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솜씨가 꼭 털이 필요할 것 같다고, 그래야 이 코미디가 완성될 것 같다고 먼저 말씀해 주셔서 촬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찍고 난 후에도 이 장면을 안 쓸 줄 알았는데 잘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부터는 이솜씨 말씀을 잘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 전작 <소공녀>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이었던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 그리고 이번 작품까지 두 배우 분이 현실 커플 케미를 연기하실 수 있었던 포인트는 어떤 것이었을까요?
안재홍: "이전 작품에서 호흡을 같이 맞췄던 부분이 정말 자연스럽고 사실적인 장면을 담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성향의 연기자인지도 서로 알고 있다는 게 굉장한 도움이 되었고요. 하지만 촬영을 하면서는 그런 지점들이 오히려 더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전작들을 같이 연기해 본 경험은 있었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또다른 새로운 느낌들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저희끼리 농담 삼아 10년쯤 후에 전고운 감독님께서 또  다른 작품에 저희 둘을 캐스팅해 주시면 너무 재밌겠다고 말했던 적이 있어요.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안고>는 단편 영화니까 따로 두고, <소공녀>와 이번 작품 < LTNS >에 이어 한편 더 이렇게 하면 의미도 있고 재미있겠다고요. 그랬더니 전고운 감독님이 그때는 어떤 캐릭터를 가져오지? 두 사람을 부모로 나오게 할까? 이런 농담도 하셨어요."

이솜: "안재홍씨와 세 번째 커플 연기를 했는데요. 전 작품들에서는 조금 짧게 보여주기도 했었고, 이번 작품의 경우에는 농도가 깊은 부분이 있어서 이번에 좀 제대로 작품을 같이 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사실 상대 배우가 안재홍씨라서 가능했던 순간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코미디 같은 경우에 말투나 호흡 같은 경우도 그렇고요, 주고받는 신이 너무 잘 되는 느낌이 항상 들기도 했었고요. 스킨십 같은 경우에도 너무 친하더라도 서로 배려를 해줘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만나본 이 작품은 처음의 두 편만 공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와 신선함을 모두 갖춘 수작처럼 느껴졌다. 두 배우의 물 흐르는 듯한 호흡과 그 위에서 펼쳐지는 과감하고도 재기 발랄한 대사와 편집. 여기에 회차마다 등장하는 재능 넘치는 배우들의 면면은 이후에 남아 있는 4회 차의 내용을 벌써 기다리게 만든다. 다음 회차에 또 어떤 배우가 등장할지 기대하게 되는 것 또한 이 작품의 다른 묘미가 될 것 같은 기분. 여러모로 시리즈 전체가 공개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LTNS 부산국제영화제 안재홍 이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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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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