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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도심 병원 폭격 피해를 보도하는 AP통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도심 병원 폭격 피해를 보도하는 A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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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도심의 한 병원이 폭격을 당해 최소 500명이 숨졌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17일(현지 시각) 가자시티의 알 아흘리 아랍 병원이 공습을 받아 최소 5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어 "수백 명이 다치고 수백 명의 희생자가 아직 건물 잔해 밑에 깔려 있다"라고 전하면서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이슬람 지하드 로켓 오발"... 지하드 "날조된 거짓말"

AP통신은 "병원이 불길에 휩싸이고 훼손된 시신으로 뒤덮였다"라며 "희생자 다수는 어린이들이고, 병원 잔디밭에는 담요, 학교 배낭 등의 어린이들의 소지품이 흩어져 있었다"라고 전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무차별한 공습 탓이라며 "끔찍한 학살이자 명백한 전쟁 범죄"라며 비난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병원을 겨냥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는 끔찍한 전쟁 학살"이라며 사흘간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반면에 이스라엘군 수석 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성명을 통해 "병원 폭발 당시 이스라엘군의 공격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라며 "우리가 입수한 여러 정보에 따르면 이슬람 지하드의 로켓에 책임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분석 결과 가자지구 내 테러리스트들이 발사한 로켓들이 알아흘리 아랍 병원이 폭발했을 때 병원의 아주 가까운 곳을 지나간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전 세계는 알아야 한다"라며 "가자지구 병원을 공격한 것은 이스라엘군이 아니라 야만적인 테러리스트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슬라믹 지하드는 "근거 없이 날조된 거짓말이고,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잘못을 회피하려고 애쓰고 있다"라며 "우리는 예배 장소나 공공시설, 특히 병원을 겨냥한 공격은 하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 향하는 바이든... '반쪽 순방' 됐다 

병원 폭격 소식이 전해지자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시리아, 이라크, 이란, 파키스탄 등 이슬람 국가들은 일제히 이스라엘을 향해 규탄 성명을 냈다.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하마스와 연대하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모든 아랍인은 지금 바로 거리로 나가서 강력한 분노를 보여줘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번 사태를 중재하려던 조 바이든 대통령의 현지 방문도 '반쪽'이 되고 말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뒤 요르단 암만에서 아바스 수반,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4자 회담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요르단에 있던 아바스 수반이 병원 공습에 항의하며 회담을 취소했고,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갔다.

요르단도 "지금은 전쟁을 멈추는 것 말고는 모두 소용없다"라며 "전쟁을 멈추고, 팔레스타인의 인류애를 존중하며,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지원을 제공한다는 목적에 모두가 동의할 때만 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요르단 왕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측과 상호 협의를 통해서 회담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곤혹'... 지상군 투입 불투명 

바이든 대통령은 별도의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의 병원 폭발과 그로 인한 끔찍한 인명 피해에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낀다"라며 "이 비극으로 숨진 환자, 의료진, 여러 무고한 사람들을 애도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미국은 분쟁 중 민간인 보호를 분명히 지지한다"라며 "이번 병원 폭격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조사할 것을 국가안보팀에 지시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미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해 연료, 물, 전기 등을 끊어 인도적 위기를 일으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로서는 이번에 병원 폭격 사태까지 터지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특히 이스라엘이 지상군까지 투입할 경우 국제사회 여론이 등을 돌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때문인지 이스라엘군 대변인 리처드 헥트 중령은 "우리는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라면서도 "모두가 지상 공격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다를 수도 있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비영리기구 국제위기그룹(ICG) 분쟁 전문가 리처드 고원은 로이터통신에 "이번 끔찍한 사건으로 외교가 더 힘들어지고, 긴장이 격화할 위험이 커졌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 목적은 미국이 이 상황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었지만, 전쟁을 통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이런 비극적 사건에서 드러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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