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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저녁을 먹고 대전 천변 올레길로 나선다. 비가 온 뒤 끝이라 땅거미가 진 어둑어둑한 밤사이로 골바람이 제법 차다. 아직 가시지 않은 구름에 달빛은 흐리고 가로등 빛에 젖은 풀잎들이 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다. 천변으로 흐르는 물결에 단풍잎들이 조각배가 되어 홀로 걷는 필자를 반긴다. 구름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개밥바라기 별(금성) 앞세우고 천변길을 걸을수록 늦가을의 향기가 짙어진다.

한참을 걷고 있는데 저 멀리 불빛 하나가 반짝거린다. 궁금하기도 하고 발걸음이 빨라진다. 혹시 그 사람이 아닌가 싶었는데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 이마에 전등을 매달고 천변길 주변 쓰레기를 줍는 그 사람. 평소에 천변길을 걸으면서 정신없이 쓰레기를 줍는 그 사람을 자주 본다. 저 사람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항상 이 시간에 초지일관 쓰레기를 줍고 있을까 궁금해하면서도 지나치곤 했다. 오늘은 궁금증을 풀어보자.

내가 '안녕하세요. 항상 이렇게 쓰레기를 줍고 계시네요. 힘들지 않으세요?' 질문하자 그분은 멋쩍은 듯 뜻밖의 답변을 한다.

"그저 운동 삼아 하는 거예요."

호기심이 더욱 생겨 여쭤본 결과, 어느 날 선유도 앞바다에 여행을 갔었는데 쓰레기가 너무 널브러져 있어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선유도 여행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5년째 문창동 천변에서부터 가오동 천변까지 짧지 않은 지역의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그는 신분을 밝히고 싶지 않은 듯 조심스럽게 답변을 이어간다. 앞으로도 운동 삼아 쓰레기를 계속해서 줍고 싶다고 한다.

며칠 전 필자가 재직하는 교정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업을 하느라 목이 약간 잠긴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복도 계단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그때 한 학생이 계단 옆에서 무릎을 꿇고 목발 짚고 있는 한 학생의 신발 끈을 매어주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가는 길을 멈췄다. 어떤 설명도 필요 없는 광경이기에 물끄러미 쳐다만 보았다. 교육자로서 교정에서 그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본 것이 얼마만인가. 지친 몸이 순식간에 생기가 돌고 얼굴엔 웃음기가 감돈다. 그 학생은 아마 지식은 모르되 인간 됨됨에 있어서는 이미 스승을 능가하고 있었다.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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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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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향기 나는 세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전 천변을 걷다 보면 반려동물들을 동반하는 펫(pet) 가족들이 많다. 천변 곳곳에 펫 에티켓을 알리는 부착물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손 쉽게 눈에 띄고는 한다. 심지어는 어린아이만한 큰 개를 데리고 다니면서도 입마개도 착용하지 않고 다니면서 심리적 위압감을 주기까지 한다.

교정에서도 마찬가지다. 교묘하게 일부러 교사의 수업을 방해하거나 친구들에게 서슴없이 욕설을 내뱉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매스컴을 통해 이미 잘 알려진 바다. 심지어 선생님에게까지도 예의 없이 항의하거나 행동하는 학생들도 있다. 더욱 문제는 소수의 악화가 다수의 양화를 구축하는 데 있다. 소수임에도 더 많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된다.

그러함에도 친구 신발 끈을 매어주는 그 학생처럼 보통 학생들은 교정에서 향기를 내뿜으며 학창 시절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운동 삼아 쓰레기를 줍는 사람들 덕분에 대전 천변은 여전히 향기 나는 올레길로 남아 있다.

생각건대 그들이 바로 향기 나는 사회를 만들고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이들이 아닐까. 내일도 역시 서둘러 저녁을 먹고 개밥바라기 별, 금성을 보면서 향기 나는 천변길을 걸어보리라. 

태그:#천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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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대전일보나 계간 문학지에 여론 광장, 특별 기고, 기고, 역사와 문학 형식으로 20 여 편 이상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는 따뜻한 시선과 심오한 사고와 과감한 실천이 저의 사회생활 신조입니다. 더불어 전환의 시대에 도전을 마다하지 않고 즐기면서 생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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