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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재판이 오는 12월 7일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김용균 재판은 2022년 2월 10일 제1심에 이어 2023년 2월 9일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대표이사는 1, 2심 모두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는 물론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책임도 인정되지 않았고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장도 1심에서 유죄 판결받은 업무상과실치사죄와 산안법 위반 행위에 대해 2심에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한국서부발전 임직원은 아무도 산안법 위반의 책임을 지지 않았고 다만 태안발전본부의 중하위급의 관리자들만이 업무상 과실치사죄가 인정되었습니다.

이에 재판정 밖에서 투쟁을 이어오던 유족과 동료, 시민들이 마지막으로 대법원 재판부에 진짜 책임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보냅니다. - 기자말 

 
2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공공운수노조와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 김용균재단 주최로 김용균 2심 판결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공공운수노조와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운동본부, 김용균재단 주최로 김용균 2심 판결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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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사망사고 대법원 재판부에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합니다. 한국서부발전의 잘못은 있지만, 처벌은 하지 않겠다는 1, 2심 판결을 대법원 재판부가 바로잡아 주십시오.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청년 노동자의 사망사고는 수많은 노동자와 시민의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우리 사회가 후진국형 산재공화국임을 확실하게 인식하게 해준 산재 참사였습니다. 대한민국은 하루에  6∼7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일하다 죽어도 사회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노동자의 죽음이 일상화된 사회였습니다. 김용균의 죽음은 수많은 노동자와 시민이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게 하였습니다. 

일터에서 사람이 죽어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기업의 경영책임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사망사고가 일어나도 평균 4∼5백만 원의 벌금만 내면 끝나기 때문에 산재 사고는 반복해서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매년 2000여명 이상이 일터에서 일하다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OECD 국가 산재사망률 1위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김용균의 죽음 이후 생명안전에 대한 우리사회 노동자와 시민의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생명안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계속되는 산재와 재난 참사로 달라지고 있지만, 기업과 경영책임자는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청에 재하청이란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의한 노동자의 죽음이 계속되어도 '위험의 외주화'는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원청은 책임지지 않기 위해 사내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더욱 확대하고 있고, 이로인한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하고, 우여곡절 끝에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29년 만에 개정되었지만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은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위험한 작업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고 도급(원청)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원청의 안전보건조치 책임 범위를 기존 사업장 22개 위험장소에서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제한하는 장치를 둔다고 하였지만, 실제로는 도급 금지 범위가 수은, 납, 카드뮴 가공 작업 등 지나치게 제한적이어서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이 되고 말았습니다.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중대재해를 예방하는데 실효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계속되는 중대재해를 막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안전관리의 책임이 가장 막중한 원청과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했습니다. 그러나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말단 실무자에게 전가하는 관행과 악습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산재 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디엘이엔씨(구 대림산업) 건설업체에서 중대재해법 실시 이후 1년 6개월이 지날 동안 7명이나 죽었음에도 누구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지거나 처벌 받는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청년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난 8월 11일, 강보경 노동자가 일을 하다 숨졌습니다. 산재 사망 사고가 반복해서 일어나는 디엘이엔씨와 경영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에 죽지 않아도 될 노동자가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김용균 사망사고 1심 결심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다시는 일터에서 일하다 노동자가 죽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과 원청의 책임자를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유죄를 구형하는 순간, 산재 사망사고 유가족은 눈물이 나도록 감동했습니다. '원청의 대표이사를 안전관리의 최종 책임이 있기에 현장의 위험을 잘 몰랐다고 해서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한 정의로운 검사님께 정말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그 이전에도 유사한 중대재해가 반복되었음에도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이사는 취임 후 9개월이 지나도록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안전관리를 이행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위험에 대해 몰랐다'면, 경영책임자로서 안전관리와 안전조치 책임을 방기한 것이며,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청의 관리와 감독 아래 현장에서 2인 1조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안전관리와 안전조치 위반이 명백한데도 원청의 경영책임자가 책임이 없다고 한다면 누가 발전소를 책임지고 운영했다는 것입니까? 이것이야말로 무책임하거나 무능한 경영자이기 때문에 처벌받아야 마땅합니다.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죄를 인정하지 않고 책임이 없다고 하는 대표이사를 경영책임자라는 이유로 면죄할 수는 없습니다. 그보다 책임이 무겁지 않은 실무 책임자들만 유죄로 인정하는 것은 형평성의 원칙에도 맞지 않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이 목적이 아니고 예방이 목적입니다. 안전관리와 안전조치의 최종 권한과 책임이 경영책임자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 경종을 울려야만 재발방지대책을 기업과 경영책임자가 성실하게 마련하여 반복되는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김용균 사망사고는 국민적 공분을 사게 했던 중대재해입니다. 이를 계기로 안전한 일터에서 일하다 죽지 않게 하는 노동자의 안전권 확보의 시금석이 될 수 있도록 대법원 재판부가 1, 2심 판결을 바로 잡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산재와 재난 참사로 가족을 잃은 수많은 유가족은 다시는 우리와 같이 가족을 잃고 상실의 고통 속에 살아가는 이웃이 나오지 않기를 염원하며 모든 국민이 안전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희의 이러한 소망이 이루어지고, 우리 사회가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안전에 대해 경각심을 갖도록 대법원 재판부가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용관(고 이한빛PD 아버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호소문①] 김용균 죽음, 판결 바로잡을 곳은 이제 대법원뿐 https://omn.kr/26la0
[호소문②] 대법관님, 그 사장에게 벌을 주십시오 https://omn.kr/26lnf
[호소문③] 무죄라니요, 학생들이 묻습니다 https://omn.kr/26luz
[호소문④] 대법관님, '크레인 충돌 사고' 판결을 기억하십시오 https://omn.kr/26mdt

태그:#김용균재판, #대법원, #중대재해, #산업재해, #김용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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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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