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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4일 당시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년 9월 4일 당시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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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해 외압을 행사한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신임 호주 대사로 임명한 것과 관련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장관은 군형법상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군사재판에 넘겨진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사건의 핵심 당사자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30일, 임성근 해병1사단장을 포함한 8명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경찰로 사건을 이첩하겠다는 해병대수사단의 수사결과 보고서를 직접 서명했다. 하지만 불과 하루 만에 이 전 장관은 죄명과 혐의자를 빼라는 지시를 하며 이첩보류 지시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사건 개입 의혹이 불거졌다. 박정훈 대령은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는 윤석열 대통령의 질책을 받은 후 이 전 장관이 이첩 보류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이 전 장관은 이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군 검찰 수사기록에는 실제 그런 취지의 말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장관은 경북경찰청으로 이첩된 해병대수사단의 채 상병 사건 조사기록 회수를 지시한 혐의(공용서류무효죄)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다. 수사외압의 몸통으로 지목되고 있는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의 핵심 연결고리로 의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12일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야당의 탄핵대상이 된 이종섭 전 장관은 자진 사퇴했다. 그의 거취를 두고 방위산업 수요가 많은 국가에 대사나 대통령 특사로 파견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은 당시부터 나왔다. 국방부장관 직을 스스로 내려놓은 후 6개월 만에 그는 호주 대사에 임명됐다.

'국방·방산 협력'이 배경?... 적절성·임명시점 등 논란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첨단 신산업으로 우뚝 솟는 대구'를 주제로 열린 열여섯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에서 '첨단 신산업으로 우뚝 솟는 대구'를 주제로 열린 열여섯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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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호주가 국방‧방산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대사 내정 배경을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부장관 출신이 재외공관장을 맡는 것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김장수 전 주중대사 이후 약 9년 만으로 아주 이례적 인사다. 지금까지 22명의 역대 주호주 대사를 통틀어도 군 출신은 제4대 이한림(예비역 육군 중장, 1977~1980) 대사와 제7대 임동원(예비역 육군 소장, 1984~1987) 대사 2명밖에 없다. 두 사람 모두 유신정권과 5공정권에서 임명됐을 뿐, 민주화가 진행된 지난 1987년 이후 군 출신이 호주대사에 임명된 사례는 없었다.

대사 임명 시점도 논란거리다. 이 전 장관은 이미 호주 정부로부터 임명동의(아그레망)을 받고 부임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져 호주 대사 임명은 이전부터 차근차근 진행돼왔던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지난 1월 중순 채 상병 사건 경찰 이첩을 보류하고 관련 자료 회수에 관여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사무실과 자택, 박진희 전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의 사무실, 국방부 검찰단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정종섭 부사령관 집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이들의 윗선이었던 이 전 장관도 곧 수사대상이 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이런 와중에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이 해외로 나가는 것이다.

문제적 공천... 신범철·임종득
 
국민의힘에서 4.10 총선을 준비중인 신범철 전 국방부차관,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왼쪽부터).
 국민의힘에서 4.10 총선을 준비중인 신범철 전 국방부차관,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왼쪽부터).
ⓒ 남소연/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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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전 장관 외에도 채 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한 인사들이 이번 총선에 공천을 받은 것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단수공천을 받아 국민의힘 충남 천안갑 후보로 출마한 신범철 전 국방부차관은 지난해 7월 당시 이종섭 국방부장관이 외국 출장을 간 사이 장관을 대행해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도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강한 영주‧영양‧봉화에 단수공천을 받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지난해 10월 24일 이종섭 전 장관,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1차장과 함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이 따뜻하고 살기 좋은 남쪽 나라로 도피하려는 것"이라며 "이뿐 아니라, 여당은 권력의 외압 의혹 당사자들인 신범철 전 국방부차관,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에게 공천까지 줬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실 은폐·수사 외압 사건에 대통령과 주요 권력자들, 여당까지 공범이 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국정조사를 틀어막고 피의자를 해외로 빼돌린다고 해서 진실을 영원히 숨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태그:#박정훈대령, #채상병, #이종섭, #신범철, #임종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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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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