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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가 사라진 지상낙원은 어디에 있는가. 도끼 자루가 썩는 줄도 모르고 신선과 같이 놀던 곳은 어디인가. 금수강산 곳곳에 흩어져 있는 우리네 정원이 바로 그토록 찾아 헤매던 무릉도원이자 지상낙원이 아니었던가.

"현존하는 우리 옛 정원을 살펴보면 선비 계층이나 왕공, 귀족 등 상류사회 사람들에 의해 조성된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일반 민가에도 정원이 있었겠지만, 오늘날 그 원형이 제대로 보존되어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대부들의 정원의 경우에는 벼슬에 물러난 뒤 낙향하여 조성한 별서정원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정자나 누대를 중심으로 한 산수정원은 그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저자의 말 중에서)

우리 나라 정원의 역사와 정원의 조형물, 자연물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사례별로 묶은 '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계'(다른세상, 1만8000원)가 나왔다. 이 책은 전남 담양에 있는 소쇄원을 비롯하여 부용동 정원과 서석지 정원 등 우리 정원사에 있어서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정원 12곳을 소개하고 있다.

'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계'는 모두 2부로 구성된 책이다.

1부 '전통 정원의 상징세계'에서는 한국 정원의 특징, 전통 정원의 배후 사상, 정자와 산수정원, 정원 속의 상징세계, 편액과 암각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2부 '전통 정원을 찾아서'에서는 별서정원 편으로 소쇄원, 부용동 정원, 서석지 정원, 다산초당, 윤증고택 정원, 청암정 등을 소개하고 있으며, 향원 편에서는 무산십이봉 정원과 광한루원 등을, 왕실정원 편에서는 창덕궁 후원, 경복궁 경회루 등을, 산수 임천정원 편에서는 농월정, 의상대 등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있어 정원은 일상생활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또 하나의 생활공간으로 존재해 왔다. 사람에게는 가치관과 생활관, 그리고 사상이 있게 마련이듯 정원을 조성할 때도 그러한 면이 어김없이 들어가 있다. 정원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상징형들은 정원이라는 사실적 공간을 새로운 차원의 생활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출판사 기획의도 중에서)

우리 나라 정원에는 다른 나라 정원과는 또 다른 독특한 멋과 특징이 담겨져 있었다고 한다. 특히 우리 나라 미의식과 생활철학을 가늠할 때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건축물이나 불교 미술품, 공예품 등에서 엿보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조형예술 못지 않게 우리 나라 정원의 역사 속에서도 우리 민족만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개성을 발견할 수 있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의 정원은 자연 그대로를 강조하는 우리 정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중국 정원은 대부분 인공 경관을 조성한 것이 주를 이루고, 일본 정원은 나무 등 자연물과 더불어 각종 석물이나 연못, 다리 등을 배치하여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함께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우리의 정원은 자연 그대로를 살려내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즉 우리 조상들은 사람이 자연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존재, 즉 천지인은 하나라고 여겼다. 또 우리나라 정원에 숨겨져 있는 사상은 유학과 성리학, 도가사상이며 그 저변에는 신선사상과 풍수사상이 깔려져 있다는 데에서 우리 민족이 정원을 구성하는 데에 있어서도 얼마나 자연 그대로를 사랑하는 존재였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우리 정원을 구성하는데 있어서 빠지지 않는 것이 연못과 연꽃이다. 연못은 우주의 존재와 우주 운행의 원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며, 연꽃은 비록 진흙 속에서 자라나지만 맑고 깨끗한 군자를 상징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또 정원 속에 삼신산을 만들어 생로병사에서 해탈하고자 했으며, 신선이 산다는 선경을 상징하는 무산십이봉과 대자연의 정취를 즐기기 위한 바위와 괴석 등을 조성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잉어 조각상, 두꺼비와 토끼 조각상, 은행나무, 소나무, 대나무, 매화 등도 조성했다고 한다.

저자 허균은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를 전공했고, 우리문화연구원장을 거쳐 문화관광부 문화재전문위원, 문화재감정위원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고궁산책' '뜻으로 풀어본 우리 옛그림' 등이 있다. 이 책 곳곳에서 살아 움직이는 사진을 찍은 이는 이갑철씨로 '충돌과 반동'이라는 사진집을 낸 이다.

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계

허균 지음, 이갑철 사진, 다른세상(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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