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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미역하면 다들 잘 아시겠지만, 기장의 짚불구이 꼼장어(표준말은 먹장어이나 이 글에서는 말의 묘미를 살리기 위해 그대로 사용합니다 -편집자주)라고 하면 아직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짚불구이 꼼장어는 그 이름에서 은유하듯 독특한 요리방법과 역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 수족관의 꼬불꼬불 꼼장어
ⓒ 안동희
꼼장어의 모양새를 볼라치면, 볼일 끝난 말 거시기마냥 허여멀건 것이 꿈틀꿈틀대는 것을 보면 망측하기 이를데 없다. 생긴 것도 흉측스런 놈이 표피에 끈적끈적한 진액을 뿜어대고 있어 요리하기도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그래선지 옛날에는 어부들도 어쩌다 한 두마리 어망에 따라 올라와도 바로 떼어버리곤 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조선말 극심한 흉년과 춘궁기에 마지못해 들판에 굴러다니는 짚에 불을 놓아 구워 먹은데서 유래했다고 하니 진정 서민의 음식이 아니고 무엇이랴.

꼼장어는 생긴 것과는 달리 최고의 청정수역에서만 서식한다. 짚불구이 꼼장어집들이 기장에서도 시랑리 주변에 주로 몰려있는 것은 기장 앞바다의 2-300m 깊은 바다에서 바로 잡아 상에 올려야 되기 때문일 것이다. 포장마차에서 냉동고에 보관하다 연탄불에 구워주던 그 꼼장어와 비교해 보기 바란다.

▲ 양동이에 하나 가득 퍼온 꼼장어를 소쿠리에 옮겨 담는다
ⓒ 안동희
짚불구이 꼼장어를 요리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살아서 꿈틀대는 꼼장어를 방호막이 둘려쳐진 화덕에 철망소쿠리에 들어부어 올려놓는다. 이때 서로 뒤엉킨 진액을 걷어내야 한다.

▲ 싱싱한 꼼장어가 뒤엉켜 꼬물거린다
ⓒ 안동희
소쿠리에 담았어도 싱싱한 몇 놈은 탈출을 시도한다. 짚단을 풀어 성냥을 그어 불을 붙인 후 1차 초벌구이를 한 다음, 폭이 듬성듬성한 철망 위에 펼쳐 놓고 본격적인 재벌구이에 들어간다.

▲ 초벌구이로 살짝 익혀낸다
ⓒ 안동희
▲ 바싹마른 짚이 불길을 뿜어낸다
ⓒ 안동희
화라락 타오르는 짚단의 불길이 꼼장어의 사이사이를 비집고 헤쳐내며 골고로 익혀낸다. 적당히 익은 꼼장어 중간 중간에 칼집을 내어 김을 뺀 후 뒤집어 놓고 한번 더 구어 마무리를 한다.

▲ 노릇하게 1차 구워낸 꼼장어를 뒤집는다
ⓒ 안동희
▲ 마무리 불길로 화라락 익혀낸다
ⓒ 안동희
새까맣게 탄 꼼장어를 목장갑을 끼고 죽죽 잡아당겨 껍질을 홀라당 벗겨내고, 짚단연기 내음이 물씬 풍기는 속살을 미리 기름칠해 달궈 논 무쇠 그릇에 적당한 크기로 썰어 담는다.

▲ 노릿한 꼼장어구이가 짚불의 향기에 묻혀 나온다
ⓒ 안동희
노릇노릇하게 익은 꼼장어를 소금기름장에 찍어 입에 넣으면, 처음엔 물컹하다가 한입 씹으면 오드득하고 계속 씹으면 아작아작하면서 담백한 맛이 우러난다. 실상 이맛은 그 어떤 표현보다도 꼼장꼼장하다는 신조어로 이놈에게만 붙여 표현하는 것이 더 어울릴 일이다. 꼼장어 1Kg이면 어른 2명이 소주 한 병에 후딱 해치울 양이다. 아이들하고 같이 간다면 껍질 벗겨 산채로 볶아내는 양념구이도 곁들여 권할 만 하다.

꼼장어 한 마리에는 구론산 2개 분량의 영양소와, 여타 물고기다 비타민 A가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어 가히 영양 덩어리라 할 수 있다. 특히 정력에 좋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장에서 짚불구이 꼼장어를 먹고 바로 옆에 위치한 용궁사를 들러 바닷가 절경을 감상하시고, 좀 더 위로 올라가면 임랑에 정훈희.김태화가 하는 '꽃밭에서'라는 찻집이 있다. 

차 한잔 시켜놓고 드넓은 바다로 바라보며 정훈희가 직접 불러주는 '무인도'를 감상하는 것도 운치가 있고 낭만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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