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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가 진정 노리는 것은 빅브라더가 되는 것

모두 알다시피 이라크 침공은 일말의 도덕적 정당성이나 명분이 없는 야만이다. 다가오는 에너지 위기 시대에 대비하여 세계 2위의 석유 매장국을 성조기의 깃발 아래 두기 위하여, 중동, 더 나아가 잠재적인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 프랑스에 대해서 미 제국의 확고하고 유일한 패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재고 무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무기를 실험하면서 미국의 매파들과 유착관계에 있는 군산복합체를 살찌게 하기 위하여, 공포를 더욱 조장해 미국민 다수가 이성을 잃어야만 재선에서 당선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여, 부시는 수백만이 죽고 미국과 전세계를 경제위기로 내모는 대학살극을 단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만이 아니다. 세계 경제위기가 올 경우 수백만, 수천만 명의 어린이가 굶주려 죽을 것이고 전 인류가 상당한 기간 동안 고통의 나날을 보낼 것이다. 미국은 나머지 무기와 에너지를 소비하고 세계의 반미, 반전 운동에 강력히 대응하고 재선 때까지 전쟁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전쟁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부시는 이라크 사태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대로 북한을 비롯한 다른 나라를 침공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것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북한은 남한에 미사일을 날리기 십상이다. 이라크 침공은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미국이 가장 노리는 것은 석유나 무기판매가 아니다. 국제질서를 바꾸는 것이다. 이제까지 UN을 중심으로 강대국과 약소국이 힘의 차이는 있지만 견제와 균형을 통해 민주주의 질서를 유지하였다. 그런데 미국이 UN의 결의를 무시하고 이라크 침공을 단행함으로써 이 질서는 무너졌다. 미국은 모든 나라를 통제하는 유일 초강대국, 부시는 빅브라더가 되려고 하는 것이다.

제3세계의 독재자들도 밝혀질 경우 정권에서 물러나야 할 정도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될 인류 보편의 범죄가 고문과 학살, 그리고 도청이었다. 지금 미국은 이 야만적이고 전근대적인 범죄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행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전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에 반하는 야만에 동참하고서 과연 어떤 논리로 미국의 북한 폭격에 대응하려고 하는지 묻고 싶다. 문명의 적, 대량학살자의 발발이가 되고서 어떻게 세계 평화와 동아시아 중심 국가를 운운하겠는가. 부시정권이 굳이 북한에 폭격을 하려하면 결국 평화 세력에 호소해야 하는데 침략자의 편에 서서 전쟁을 수행하여 그들을 적으로 만든 상황에서 과연 그것이 가능한가.

혹자는 후세인의 독재와 민중탄압과 쿠르드족 학살을 응징해야 한다는 논리를 이라크전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물론 필자 또한 후세인을 증오한다. 그러나 후세인을 독재자로 만들고 학살과 탄압을 후원하고 지원한 것은 미국이다. 설사 후세인을 몰아내고 새로운 지도자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그가 민주주의를 수행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는 제2의 후세인일 뿐이다. 왜냐하면 부시 정권은 9000억 달러에 달하는 전비 손실을 보전하기 위하여 그를 통하여 석유를 비롯한 자원을 약탈할 것이고 미국 무기를 강매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무런 저항을 받지 않고 민중의 고혈을 짜내고서만 가능하기에 새로운 지도자 또한 강력한 독재를 행할 수밖에 없다.

국익을 위해서도 파병을 중지해야 한다

명분만이 아니라 국익을 위해서도 이라크 파병을 재고해야 한다. 부시 정부는 이라크에 파병한 것에 대한 고마움으로 북한의 폭격을 재고할 만큼 신의와 이성에 입각한 정부가 아니다. 파병과 지지를 하지 않는다 해서 미국 시장을 잃지 않는다. 그것은 미국에 더 불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미국 시장을 잃는다 하더라도 이라크전 후 전세계가 미국에 등을 돌릴 터인데 미국 시장 하나만을 위해서 전 세계 시장을 포기하는 것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전후 복구도 미국은 생색만 낼 것이다. 한국이 간신히 파이의 한 쪽을 갖는다 하더라도 이슬람을 비롯한 전세계의 저항으로 복구에 참여하여 얻는 이득보다 더 많은 것을 잃을 것이다.

혹자는 이에 대해 미국과 우리나라의 힘과 군사력과 경제력의 차이란 현실론이나 동맹론을 내세운다.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 가운데 우리나라가 앙골라와 기니보다 더 못한 약소국이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캐나다보다 미국과 강한 동맹관계를 형성한 것도 아니다. 그 나라들이 미국의 온갖 회유와 압박 속에서도 지지를 거부한 까닭을 곰곰 되새겨야 한다.

WTO 협상에서 프랑스가 거둔 승리에서 보듯 외교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킬 때 승리할 수 있는 것이지 굴욕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실제로 김영삼 대통령 때 북한을 제치고 미국과 동맹관계에만 혼신을 다하였다. 그러니 94년 영변위기 때 미국은 만만히 보고 남한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북한 영변에 폭격을 가하려고 하였다. 미국의 폭격기는 폭탄을 실은 채 발진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카터가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지 않았더라면 한반도는 한국인의 의지와 전혀 관계없이 전쟁에 돌입하였을 것이다.

파병하면 김영삼 꼴 된다

더불어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 사회의 진보와 개혁을 열망하는 이들의 지지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음을 잊으면 안된다. 개혁을 한다고 해서 90% 이상의 지지를 받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김일성 조문 파동 하나로 날개가 꺾여 IMF를 초래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검찰의 반발을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노대통령의 능력 때문이 아니다. 검찰 스스로 자충수를 둔 것도 둔 것이지만, 개혁을 열망하는 수많은 국민들이 검찰의 저항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노정권의 개혁이 물 건너갈 것이라는 위기감을 가지고 정몽준 파동 때처럼 검찰의 오만함과 집단이기주의에 질타를 가하는 운동을 전개하였기 때문이다.

이라크에 파병해서 진보 세력과 국민이 등을 돌릴 경우 노무현 정부는 권력의 기반을 잃고 좌초할 것이다. 이것은 노무현 개인의 비극이자 지금 개혁할 기회를 상실하면 21세기에 3등 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한국과 한국민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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