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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낮의 암흑 속에서 한줄기 빛이 쏟아지던 날의 보길도 앞 바다
ⓒ 강제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온 곳을 모르니 갈 곳을 모른다 말하지 마라
우리는 모두 어딘 가로부터 왔으므로 종국에는 어딘 가로 갈 것이니
끝내 답을 얻을 수 없다해도 묻고 또 물을 뿐
물음을 멈출 수 없다

오늘도 나는 묻는다
우리는 모두 어디로부터 왔는가
우리는 모두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사람은 산은, 바다와 이 지구는 또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나는 신을 믿지 않으나 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나는 외계의 지적 존재에 대한 확신이 없으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
우리 인류는 누구의 손에서 빚어졌는가
외계의 어느 별에서 왔는가
물 속 어느 미생물로부터 자라났는가
나는 알 수 없으나 어느 것도 부정하지 않는다

인류 이전의 인류는 없었는가
우리 문명 이전의 문명은 없었는가
초 고대 문명은 존재했는가
아틀란티스는 무 대륙은 레무리아 대륙은

늦게 사 나는 깨닫는다
지금 기억되지 못한다고 부재는 아닌 것
나는 상상한다
초 고대 문명을, 우리 문명보다 더욱 발달했던 문명의 존재를
그 종말을

어떠한 존재도 양면이다
과학이 문명을 진보시키는가, 멸망을 재촉하는가
기억하라!
저 초고대 문명의 흥망을, 문명의 반복을!

나는 상상한다
거대한 공룡과 익룡들, 매머드들
그 큰 몸집의 동물들은 모두 어디에서 왔는가
그 거대한 동물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그들을 절멸시킨 힘은 또 어디에서 왔는가
초고대 문명의 멸망은 이 거대한 동물들의 존망과 어느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가

인간이나 개나 고양이나, 들쥐나 토끼나 다람쥐나 호랑이 정도나 살아가기 적당한
이 작은 행성에 공룡과 익룡과 매머드 같은 거대한 동물들이 어떻게 생겨났는가
어느 별에서 찾아왔는가

그들은 먼 곳으로부터 오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초 고대 문명으로부터 왔다
그 크고 사나운 공룡들은 모두 도마뱀으로부터 왔다
그 큰 날개의 익룡은 참새나 두루미로부터 왔다
매머드는 들쥐나 두더지로부터 왔다
그들을 키운 것은 초고대 문명의 과학이었다

초 고대 문명은 스스로 만든 괴물들에게 멸망당했다
문명의 몰락은 괴물들에게도 종말이었다
괴물들을 멸망시킨 힘은 또 어디서 왔는가
우주로부터 왔는가
지구로 날아든 거대한 운석이 괴물들을 멸종 시켰는가

운석이 아니었다
그것은 핵 폭탄이었다.
스스로 키운 괴물들을 몰살시키고자 초고대 문명의 인류는 핵 폭탄을 날렸다
괴물도 초고대 문명도 함께 날아갔다
매머드를 얼음 속에 가둔 것은 빙하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핵겨울이었다.

괴물의 공격으로부터, 핵 폭풍 속에서, 핵겨울에도
살아남은 극소수의 인간들은 야만의 시대로 갔다
다시 문명을 세우기까지 수 만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우리는 모른다
초고대 문명의 존재를, 그 흥망의 시간을

흔적이 있어도 모른다
공룡의 잔해들, 매머드의 잔해들, 빙하시대의 전설들, 신화의 시대,
그것들이 증거해도 모른다
계시가 있어도 모른다
우리는 초고대 문명의 존재조차 믿으려 않는다.
터럭 같은 과학지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모든 것은 미신이요
불가사의일 뿐

하여 우리는 다시 우리 문명의 몰락을 재촉한다
유전자조작으로 들쥐를 황소로, 황소를 매머드로 만들어 간다
도롱뇽을 악어로 악어를 또 공룡으로 키워 간다
평화의 이름으로 핵 폭탄을 만들고 번영의 이름으로 핵 폭풍을 부채질한다

여름에 눈보라 몰아치고 겨울이 불 지옥으로 변해 가도 모른다
수도를 틀면 피가 쏟아져도 알아채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는 나날이 문명의 몰락을 재촉한다
저 초 고대 문명처럼
우리는 그저 망하기 위해 바쁘다
머지않아 괴물들이 몰려오리라
공룡의 시대가 오리라
빙하의 시대가 오리라 핵겨울이 도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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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섬 활동가입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당신에게 섬><섬을 걷다><전라도 섬맛기행><바다의 황금시대 파시>저자입니다. 섬연구소 홈페이지. https://cafe.naver.com/isla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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