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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영역이라고 여긴 운전의 장벽이 무너진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지만, 중장비나 대형차량의 운전은 여전히 남성들의 전유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 한 부부가 덤프트럭 운전대를 잡고 사랑을 키워가고 있다.

▲ 부인 이씨는 운전을 차량은 남편 최씨가 담당한다.
ⓒ 김성덕
전남 영광군 군서 남죽리의 최귀연(34)·이기자(31) 부부를 만났다. 15톤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여성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왜소한 외모에 놀랐다.

다섯 살배기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이씨는 화재보험회사 대리점을 영광에 개설, 젊은 나이에 덤프트럭과 중장비를 대상으로 하는 보험을 전문으로 취급하면서 이쪽 덤프계(?)와 처음 인연이 닿았다.

보험 가입과 권유 등을 이유로 당시 덤프트럭을 운전하고 있던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이후 사랑이 싹터 98년 결혼에 성공했다. 이후 남편은 덤프트럭 등 대형차를 대상으로 하는 정비소를 불갑에서 운영했고, 부인 이씨는 덤프트럭을 운전했다. 그리고 남편이 정비소 운영을 접으면서 덤프트럭을 부부가 함께 운전하게 된 것이다.

남자들만의 직업이고 험하다는 건설, 도로 등의 공사현장이기에 이씨에게는 에피소드도 꽤 있다. 특히 현장에 여자가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한 남자 인부들이 덤프트럭의 바퀴 옆에 숨어 소변을 보다가 운전석에 앉아있는 이씨를 발견해 화들짝 놀란 일들은 부지기수라고.

▲ "트럭운전이 좋아요"
ⓒ 김성덕
글로는 표현할 수 없는 남자들의 비하와 어려움도 있었지만 이제는 겪어냈다고 생각하기에 웃을 수 있는 이씨의 덤프트럭 운전은 매일 운행 후 차를 손봐주고 위로해 주는 남편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들의 사랑은 더욱 각별하다.

특히, 남편이 음주했을 땐 부인이, 부인이 피곤할 땐 남편이 그들만의 애마인 15톤 덤프트럭을 운전한다는 말만으로도 그들의 사랑이 전해지는 듯싶다.

하지만 요즘 이들 부부의 한숨이 늘고 있다. 함께 운전하며 생활하고 있는데, 최근 덤프트럭을 필요로 하는 현장에서 더 큰 덤프트럭을 원해 일량이 줄어들고 있는 것. 게다가 아내의 뱃속에 둘째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일을 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이곳 영광은 딱히 할 일이 없어 15톤 덤프에 목을 매고 있는 최씨의 한숨 소리는 더 깊어 진다.

그래도 날씨만 좋으면 일거리가 기대되기에 최씨와 부인 이씨는 밝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사랑을 키워주고 있는 15톤 덤프와 함께 그들의 소박한 꿈인 '행복한 가정 만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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