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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싸우는 게임을 많이 접하다보니 약한 상대를 누르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무의식중에 친구와 "너, 나랑 맞짱뜰래?"라는 말을 자주하고 마음에 안드는 친구를 따돌리는 것도 나쁜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도덕 관념을 세워주는 것이 어른들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순수해야 할 아이들이 만약 "어차피 힘이 센 사람이 이기는 거 아닌가요?"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설명을 할까?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이 되면 아이들은 어른들의 세상을 보면서 '어차피 그렇게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현상을 보고 본질을 뒤엎는 회의적인 말을 하게 된다.

열살 터울 남동생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런 현상을 피부로 실감한다. 선생님처럼 '이건 나빠서 아닌거야'라는 식의 도덕교과서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은 '그래도 어차피 세상은 이렇게 되는데, 뭘'이라고 생각을 정리한다.

한마디로 착한 사람이 능력없는 사람이 되고, 자기 것을 못 가지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세상이라고 생각을 굳히게 되는 것이다.

난 아이들이 점점 이런 가치관을 갖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못내 슬프고 안타깝다. 그리고 그런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것 또한 어른들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최근 일어나는 사회 현상에 관해 아이들에게 정확하고 쉽게 알려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겉그림
ⓒ 비룡소
여기 전쟁에 대한 그림책 <여섯 사람>이 있다. 데이비드 매키의 그림책, <여섯 사람>은 전쟁 이야기고, 강자가 약자를 침탈한 이야기다. 그러나 아주 단순하게 단 여섯 사람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여섯사람은 평화로운 곳을 찾아 땅을 일구고 열심히 일을 한다. 여섯 사람은 잘 살게 되자 자기 땅을 지킬 보초를 세우게 된다. 하지만 도둑은 오지 않고 보초를 서는 군인들은 심심해서 빙 둘러 누워있다.

여섯 사람은 아무 일도 하지 않는데도 군인들에게 돈을 주어야 하는 것이 걱정이 되어 온갖 방법을 찾는다. 그러다가 군인들을 시켜 가까이에 있는 다른 농장을 침탈한다. 아주 쉽게 많은 땅을 차지하자 여섯 사람은 힘을 써보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곧바로 군인들에게 명령을 해 옆에 있는 모든 농장을 빼앗으라고 말한다. 결국 군인들은 군대를 만들고, 그 군대는 더 커져서 더많은 땅을 침탈한다.

며칠이나 양쪽 강가와 강 위에서 미친 듯이 싸움을 해서 싸움이 끝났을 때, 살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양 쪽 모두 여섯 사람만 살아 남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떠나갔어.
이 사람들은 땅을 찾아 떠돌아다녔어.
평화로이 일하면서 살 수 있는 땅을.


강자가 약자를 침탈하는 것은 결국 모두가 없어져버리는 참혹한 결과를 빚어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과 이 결과에 대해 이야기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가장 단순하고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과 이라크 전쟁을 이야기할 수도 있고, 제국주의의 표본인 미국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수 있다.

다국적 기업 맥도널드가 중국 아이들을 노동착취하는 이야기도 아이들에게는 아주 진지한 토론거리가 된다. 아이들이 힘의 원리나 현실정치 운운하며 결국엔 자신만을 위한 삶으로 파고들기 전에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보여주고 작은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바로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여섯 사람

데이비드 맥키 글, 그림, 김중철 옮김, 비룡소(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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