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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사고 막기 위해 인감도장 써라."
"전 근대적인 발상... 사인도 있다."

부동산 계약서 작성 때 매도인 등의 인감도장 날인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놓고 공인중개사 관련 협회와 건설교통부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국회·정부와 공인중개사 관련 협회가 갈등하고 있는 모양새다.

통상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전세 또는 매매 계약서를 체결할 때 매도인과 매수인은 막도장이나 지장으로 날인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때로는 자필 사인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가 관련법 개정을 통해 이런 관행을 뿌리뽑기로 했다. 부동산 계약서 체결 때부터 인감도장으로 날인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한 것.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대안)에는 부동산 거래 계약서 작성 때 부동산을 내놓은 매도자가 인감도장을 반드시 날인하도록 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예를 들면 부동산의 실제 소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인 확인이 불필요한 점을 틈타 소유자처럼 행사함으로써 발생하는 거래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것이다.

이 법안을 발의했던 김맹곤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발의취지문을 통해 인감도장 날인 의무화 도입 취지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거래사고를 예방하고 거래질서를 보다 강화하기 위하여 중개업자는 거래계약서를 작성하는 때에 거래당사자가 중개대상물에 대하여 정당한 권리를 가졌는지 여부를 인감증명, 신분증, 인감으로 신고한 인장을 이용하여 확인하도록 하고, 거래계약서의 내용을 허위로 기재한 경우 징역 등의 벌칙에 처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중개업법 제16조 3항이 '제2항의 규정에 따른 확인은 중개대상물에 대한 권리를 나타내는 서류와 인감증명법에 따른 인감증명 및 신분증에 기재된 인적사항을 각각 대조한 후 인감으로 신고한 인장을 날인하여야 한다'라는 문구로 수정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도 적극 호응하고 있다. 애초 정부가 제출한 부동산 중개업법 원안에 이 조항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 그러나 도입 취지에 대한 공감이 이뤄진 뒤부터는 정부가 이를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건설교통부 토지관리과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사는 입장에 있는 사람은 파는 입장에 있는 사람이 본인인지 확인할 길이 없지 않느냐"며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거래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도 찬성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공인중개사협회와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서울지부는 이러한 정부와 국회의 법령 개정안에 대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공인중개사의 생존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 반발의 명분이다. 뿐만 아니라 금융거래에서도 자필 서명이 활성화되고 있는 마당에 인감도장을 의무화하는 것은 전근대적 발상이라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해광 대한공인중개사협회 서울시지부장은 29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어차피 소유권 이전할 때에는 인감도장을 사용해야 하고 그때 해도 이상이 없다"며 갑작스런 계약 관행 변경에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이 시지부장은 "지금은 서명 제도가 많이 도입돼 있다"며 "인감도장 날인을 의무화하자는 것은 전근대적일 뿐 아니라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른 한 관계자도 인감도장 날인 의무화는 "또다른 거래상의 규제"라며 "계약 체결에 있어서 인감도장을 꼭 가져와야 한다는 것은 거래 당사자의 불편함만을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와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서울지부는 오는 30일 오후 2시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총궐기대회를 갖고 이 문제에 대한 반대입장을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이러한 공인중개사들의 반발 목소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다소 무리한 요구라는 얘기까지 들린다. 거래사고를 방치하면서까지 '막도장'과 '지장'이라는 관행을 끌어안고 가겠다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친 거래편의주의적 발상이기도 하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인감도장을 날인해야 하는 관행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엔 귀찮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혹시나 모를 거래사고를 막자는 취지인 만큼 반대할 만한 사항이 아니다"고 관련 이익단체쪽의 주장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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