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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시골인 처가에 갔다. 처갓집 들어가는 골목이 갈 때마다 더욱 썰렁한 느낌이 든다. 골목에 굳게 닫인 대문들은 인기척이 없다. 장인어른께서 하도 동네가 썰렁하다고 하니 한 말씀 하셨다.

"00집은 서울 딸네 집으로, 00집은 인천 아들집으로 ,00집은 광주로 가 부렀어야."

이제 시골노인들마저도 미래가 없는 농사일에 지쳐 도시의 아들 딸네 집으로 고향을 떠나는 모양이다. 장인은 모두 떠나고 없다는 말을 줄줄이 외웠다.

장인은 7월의 뙤약볕 아래 들로 일하러 나가신다. 장모님도 고추밭을 메시느라고 밭에 계셨다. 70이 넘은 두 노인이 관절염 등으로 고생하시면서도 농사일에 손을 못 놓고 있다. 이것이 내 처갓집뿐만이 아닌 우리 농촌의 현주소이다. 다 떠나버리고 노인들만이 남아 농업을 이어가고 있다.

농업은 첨단 산업사회에서 이제 경쟁력이 없다고 버려야 할 부문인가. 도시 소비자단체들은 농민들의 생산비보장 주장에 농산물수입개방을 벌이겠다는 협박까지 하고 있다.

만약 농촌이 피폐하여 더 이상 농사를 짓지 않는다면 모든 농토는 누런 황무지로 변해 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도시인들은 어디에서 마음의 위안을 얻어야 하나. 푸른 녹색공간이 없는 우리 국토를 생각해 보라. 우리 국토는 삭막한 중동의 사막같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 농토를 매년 푸르게 옷을 입혀가는 농민들에게 우리 도시인들은 감사해야 한다.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국민정서에 끼치는 농업의 영향을 우리는 깊이 깨달아야 한다.

또 이 땅에서 난 우리 농산물이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알맞은 음식이다. 수입하면서 많은 방부제를 뿌려 농약에 중독된 외국 농산물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외국에서 오렌지, 바나나, 밀 등에 엄청난 양의 맹독성 농약을 뿌리는 것을 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물론 우리 농산물도 농약오염을 걱정하고는 있지만 수입농산물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정부, 농협에서도 소비자의 욕구에 부응하여 우수농산물, 친환경농산물생산으로 모든 정책방향을 바꿔 나가려고 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회사, 학교 급식에서 자국산을 쓰도록 강력히 유도하고 있다 한다. 미국은 1988년부터 학교, 병원, 급식소 등에 미국산 농산물만 구매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일본도 일본산 농산물만을 쓰도록 의무를 지우고 있다. 학교급식에서 수입농산물이 급식재료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이다.

정부기관, 각종사회단체, 노동자단체 등등 모두 나서서 우리 농산물애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결국 우리 농산물 애용이 국민, 노동자를 위한 것이다. 쌀 개방에 따라서 농업이 붕괴되면 결국 지역경제가 어려워져 기업에 피해가 가고 구조조정 등으로 노동자 스스로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농업은 다른 산업에 자양분을 공급하는 뿌리이다. 농업이 어려워지면 다른 산업에도 영향이 가며 악순환은 계속된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것이 웰빙이다. 진정한 웰빙은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는 것이다.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면 내 몸의 건강을 지킬 수 있으며 우리 삶의 고향인 농촌이 산다. 농촌이 살아나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보존되는 것이며 우리 부모형제들의 노고를 위로하는 것이다. 이어서 내가 근무하는 회사가 살고 대한민국이 사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남도일보 기고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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