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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콘텐츠란 무엇인가?' 표지입니다.
ⓒ 살림
시대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느끼게 하는 것은 새로운 용어가 아닌가 싶다. 남들이 흔히 쓰는 용어가 생소하게 들릴 때 새로운 변화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자주 듣게 되는 컬덕트(cul-duct), 컨버전스(clnvethence), 하이브리드(hybrid), 트랜드(trends), 유비쿼터스(ubiquitous), 콘텐츠(contents) 따위의 용어들 앞에 주눅이 든다.

이런 신종 용어들을 큰 테두리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이 문화 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콘텐츠란 무엇인가>에서는 문화 콘텐츠의 개념을 정의하고, 문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또 현재와 미래에 문화콘텐츠로 인해 생겨나는 산업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콘텐츠란?

인터넷이나 컴퓨터 통신 등을 통하여 제공되는 각종 정보나 그 내용물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자면 콘텐츠가 영어를 해석하듯 단순히 ‘내용이나 목차’라는 의미가 아니라 ‘테크놀로지를 전제로 하거나 테크놀로지와 결합된 내용물’을 말한다.

‘원론적으로 콘텐츠는 미디어를 필요로 한다. 바꾸어 발하면 미디어는 기술의 발현물이다. 텔레비전이라는 미디어는 기술의 산물이지만 여기에는 프로그램 영상물이라는 콘텐츠를 담고 있으며, 책이라는 기술미디어에는 지식 콘텐츠를 동반한다. 결국 미디어와 콘텐츠는 분리될 수 없는 변증법적 결합물이다’

문화를 내용물이라 한다면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그릇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내용물이 바뀌면 그걸 담아내는 그릇이 바뀐다. 문화와 기술이 결합된 형태를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은 물질영역이고 문화는 정신영역에 가깝다. 얼핏 기술과 문화는 물질과 정신의 관계처럼 상이하거나 대조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얼굴보다는 마음, 형식보다는 내용, 기술보다는 문화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아날로그 적인 생각이다. 얼굴과 마음, 형식과 내용, 콘텐츠와 미디어, 기술과 문화는 따로 떼어놓을 수도 없거니와 떼어놓는다고 해도 큰 의미가 없다. 디지털 시대에는 사실 기술과 문화를 기술적으로 구분하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역사의 큰 흐름을 돌아보면 시대의 문화를 만들어 온 것은 기술이었다. 큰 흐름에서 보면 문화가 기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문화를 만든다. ‘기술결정론’(technological determinism)이라는 사회과학이론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새운 문화를 만들어 논 일차적인 요인은 언제나 기술변동이었다.'

따라서 문화적인 변화와 트렌드의 변동을 읽기 위해서는 기술변화의 추이를 살펴봐야 한다.

문화 콘텐츠 산업을 ‘문화콘텐츠의 기획, 제작, 유통, 소비 등과 이에 관련된 산업’이라 정의할 수 있다. 그 예로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캐릭터, 음악/공연, 인터넷/모바일 콘텐츠, 방송 등을 들 수 있다. 그렇지만 문화 콘테츠는 학문적 편향에 따라 다르게 정의 내리고 있다. 심승구 교수의 경우는 ‘문화콘텐츠란 곧 문화의 원형 또는 문화적 요소를 발굴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원형성, 잠재성, 활용성)을 찾아내어 매체와 결합하는 문화의 창조과정이다’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문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이 책에선 문화에 따라 어떻게 사회가 달라지는 지를 극명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1960년대 가나와 한국의 경제 상황은 놀랍도록 비슷했다고 한다. 30년이 지난 뒤 한국은 세계 14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산업 강국으로 발전한 반면 가나의 1인당 GNP는 한국의 15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으로 한국인들이 검약, 투자, 근면, 교육, 조직, 기강, 극기정신 등을 하나의 가치로 여기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또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가 서구에서 탄생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서구사회가 합리성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특히 베버는 서구문화의 근간이 되는 종교라는 요소가 자본주의 정신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주장한다.

종교개혁의 지도자 루터는 세속적인 직업 노동을 이웃 사랑의 외적 표현으로 여겼는데 세속적인 직업 활동을 긍정적으로 말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변화였다. 한편 또 다른 종교개혁가 장 칼뱅 (Jean Calvin)은 인간의 구원을 전적으로 신의 소관으로 돌리는 예정론을 주창하며 루터보다 더 세속적인 관심을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누가 어떻게 구원을 받을지는 이미 신에 의해 예정되어 있고,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이를 확인하는 길은 현실세계에서 성실하고 금욕적으로 살아 성공하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프로테스탄티즘에서는 세속적인 성공이 신의 구원과도 같은 것이었다. 프로테스탄티즘의 기본 윤리인 금용은 경제적인 성공이나 이익 추구를 합법화시켰던 셈인데, 배버는 이런 프로테스탄트의 윤리가 자본주의의 정신과 연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화사회학의 선구자인 베버는 프로테스탄티즘이라는 문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면서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하고 있다.

미래 사회에 문화 콘텐츠가 중요한 이유?

문화 콘텐츠 사업은 미래산업이고 전략산업이라고도 한다. 19세기 서구 자본주의가 태동해 발전하던 시대, 노동자들의 생활은 열악했다. 그래서 ‘8시간 일하고, 8시간 자고, 8시간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원했다. 그러니 당시로서는 칼 마르크스의 등장은 필연적인 시대적 요청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했고 노동시간은 줄어든 반면 여가시간은 늘어나고 있다. 미래 산업은 여가를 어떻게 즐기는 가가 관건이다. 이러한 시대의 추이에 따라 발 빠른 사람들에 의해 ‘문화’와 ‘상품’이라는 ‘컬덕트’(cul-duct)라는 말이 생겨나고 있다.

컬덕트의 대표적인 예로 미디어를 통해 메시지나 콘텐츠를 접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요즘 주가를 높이고 있는 영화산업이나 와이브로, DMB등이 좋은 예이다. 그런데 이런 경쟁력 있는 콘테츠를 만들어 가는 힘이 과학기술과 더불어 축적된 문화에 있다. 문화라는 내용을 개발하여 과학기술을 접목해 나갈 때 미래 산업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요지이다.

문화 콘텐츠가 대세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문화 상대주의 입장에서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겠다. 문화 콘텐츠 사업이 미래를 주도 는 것이 옳으냐 그르냐가 논의 대상에서 배제된 것이 아쉽다.

문화 콘테츠 산업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문화 콘텐츠 산업은 시장 규모가 크다. 시장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고 성장속도도 빠르다. 둘째, 문화콘텐츠 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일례로 게임업체의 수익률은 자동차나 전자산업을 추월하고 있다. 셋째, 문화 콘텐츠 산업은 파급효과가 큰 사업이다.

기술적 변화를 거쳐 생산, 유통되면서 새로운 수요를 계속 창출해 추가적 이익을 발생시키는 윈도우 효과가 크다. 넷째, 문화 콘텐츠 산업은 해외시장 진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해 미래의 수철 역군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저자는 문화 콘텐츠 산업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하며 선택과 집중을 통한 문화 콘텐츠 산업을 지원 육성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문고판인 이 책의 분량은 100쪽이 채 안 되는 책이다. 적은 분량에 문화 콘텐츠에 대해 다양하게 접근하고 있다. 그래서 내용이 알찬 반면, 진행속도가 빨라 단번에 숙지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래서 줄을 치게 되고 다시 읽게 되는 야무진 책이다.

기술과 문화에 따른 시대의 변화는 자연이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지만, 인간 스스로 제어하기 어렵다. 그러나 시대변화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변화가 발생시키는 부작용만 듣고 걱정하는 것은 큰 도움이 안 된다. 일반인들도 변화추이를 감지하고 그 변화가 어떤 일을 만들어 내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변화에 따라 우리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문화콘텐츠란 무엇인가 / 최연구 지음 / 살림 펴냄 / 96쪽. 값3,300원

문고판이라 가지고 다니며 읽기 좋고 내용이 알찹니다. 리더스 가이드, 알라딘, 네이버에 실었습니다.


문화콘텐츠란 무엇인가

최연구 지음, 살림(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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