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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윈난성 일대를 굽이쳐 흐르는 누강
ⓒ Wang Yongchen
▲ 험준한 산악지형 사이로 흐르는 누강
ⓒ Wang Yongchen
중국 서부 윈난성 일대를 흐르는 '누강'에 무려 13개의 수력발전 댐이 건설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수려한 경관과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자랑하는 '삼강병류세계자연유산' 지역 일대가 훼손되고 5만여 주민의 터전이 수몰될 위기에 처했다.

티벳 고원에서 발원하여 태국과 버마 사이를 지나 남쪽의 안다만해로 흘러드는 3200km의 살윈강(Salween River) 상류를 중국쪽에서는 누강(怒江·노강·Nujiang)이라고 부른다. 누강(살윈강)은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긴 주요 국제하천이며, 중국에서 댐이 건설되지 않고 자유로이 강물이 흐르는 두 개의 강 중 하나다.

누강은 세계의 온대지역에서 가장 생태적으로 풍요로운 곳 가운데 하나인 삼강병류(三江竝流·산장빙리우·Three Parallel Rivers)세계자연유산 지역을 지난다. 삼강병류는 중국 윈난성 북서부 산간지역에 있는데, 티벳 고원지대에서 발원한 3개의 큰 강인 누강(살윈강), 란창강(瀾滄江·난창강·Lancang River·메콩강 상류), 진사강(金沙江·금사강·Jinsha River·양쯔강 상류)이 400여km를 나란히 흐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얻게 되었다.

중국 고유 생물종의 중심지, 동방대협곡

▲ 누강 일대에서 살고 있는 소수민족
ⓒ Wang Yongchen
동방대협곡이라고도 불리는 이 지역은 높은 산과 굽이치는 계곡이 조화를 이루어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강 주변의 숲과 습지에는 희귀하고 멸종위기에 처한 여러 야생동식물이 많이 살고 있어, "중국 고유 생물종의 중심지"라고 알려질 정도로 생태적 가치가 매우 높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03년 7월, 이 지역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역으로 지정했는데, 중국 내 세계유산 지역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삼강병류 세계자연유산 지역에는 6천 종이상의 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세계 동물종의 25% 이상과 중국 동물종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가 멸종위기에 처한 것들이다. 또 세계유산 지역 안에는 서로 다른 13개 소수민족 30만 명이 살고 있어 문화적으로도 매우 다양하다.

중국은 인구 증가와 경제 발전에 따라 계속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서부지역의 주요 강인 누강(살윈강)과 란창강(메콩강), 진사강(양쯔강)에 집중적으로 댐을 건설하여 2020년까지 수력발전 용량을 지금보다 3배로 증가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서부대개발'이라고 불리는 이 계획을 통해 서부지역에서 전력을 생산하여 인구와 산업시설이 몰려있는 동부지역에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 2개월만인 2003년 9월, 윈난성 정부는 삼강병류 일대의 누강에 13개의 수력발전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댐들이 모두 완공되면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인 삼협댐보다 더 많은, 2만 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계획은 중국의 NGO와 언론인, 국제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그 결과, 2004년 2월 원자바오 총리는 누강의 모든 수력발전댐 건설 계획을 중지시키고 면밀한 환경영향평가를 하라고 명령했다.

NGO·환경단체 거센 반발에 부딪힌 '댐 건설'

▲ 누강의 댐 건설 계획과 삼강병류 세계자연유산 지역
ⓒ IRN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난성 정부는 여전히 댐 건설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원래보다 축소된 4개의 댐 건설을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 새로운 계획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구체적인 환경영향평가 내용은 '국가 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최종적으로 몇 개의 댐을 건설할 것인지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도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이미 마지(Maji), 야비루오(Yabiluo), 리우쿠(Liuku), 사이거(Saige) 등 4개의 댐에 관한 이주와 지질조사가 시작되었다는 보도가 있으며 세계유산 지역 안팎에서 굴착과 도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어 이 지역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댐이 건설되면 삼강병류 지역의 동식물에 매우 심각한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누강 인근 저지대가 물에 잠기면 수많은 희귀 야생동식물의 서식지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어류 생태계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주어, 강에 살고 있는 75종의 어류 가운데 1/3 가량이 생존에 위협을 받을 것이다.

세계유산 인근 지역에 대형 댐들이 만들어지면 도로 등 관련시설들이 함께 건설될 것이다. 이에 따라 밀렵꾼과 벌목꾼 등이 세계유산 지역으로 보다 쉽게 들어올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이 지역의 생태적인 통합성을 위협할 것이다. 건설 작업 때문에 비탈지역의 토양이 유실되고 강에는 퇴적물이 쌓이게 될 것이다.

13개의 댐이 건설되면 5만 명이 넘는 소수민족들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떠나야하며 그들이 유지하던 독특한 삶의 방식과 전통은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더구나 이주할 고지대의 땅은 강 주변 계곡만큼 비옥하지 않아 사람들이 살기 힘들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연례회의서 이 문제가 논의되길

▲ 이 지역 소수민족들에게 누강은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 Wang Yongchen
▲ 아이들이 계속 누강에서 멱을 감을 수 있을까?
ⓒ Wang Yongchen
생존을 위해 인근 세계유산 지역에서 땔나무와 각종 임산물을 채취하는 행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적은 자원을 두고 경쟁이 증가하여 지역 공동체와 소수민족 사이의 적대적인 관계가 초래될 우려도 있다.

당국은 댐이 누강 지역에 발전과 현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에서 있었던 과거의 이주 사례들을 살펴보면 이주민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기는커녕 새로운 이주지역에서의 정착에 실패한 경우가 다반사다.

게다가, 하류인 버마와 태국에는 어업과 농업 등을 통해 누강(살윈강)에 의존해 사는 사람들이 수백만 명에 달한다. 하류의 사람들은 상류에서 강을 통해 운반되어온 영양물질을 활용하여 농사를 짓고 있으며, 누강의 물고기가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자 수입원이다. 댐 건설은 이러한 자연자원 이용에 치명적인 위협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마침, 7월8일~16일 사이에 리투아니아 수도인 빌니우스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연례회의가 개최되어 새로운 세계유산 지정을 심의하고, 기존의 세계유산이 잘 보전되고 있는지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중국 삼강병류세계자연유산 지역의 댐 건설 문제도 제기되어 인류 공동의 자산이 오랫동안 보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지구의 벗 '환경연합'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 글은 환경연합 홈페이지(http://kfem.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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