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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글빛냄
지난 7월 중순경 천재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생전에 만났던 다양한 연인관계가 그의 사후 50여년 만에 구체적으로 공개된 적이 있었다. 1986년 7월에 숨을 거둔 아인슈타인의 의붓딸 ‘마르고트 아인슈타인’이 남긴 유언대로 그녀가 죽은 지 20년 만에 아인슈타인이 생전에 남겨둔 편지 1400여 통이 공개되면서 한 천재물리학자의 여성편력이 밝혀진 것이다. 이 편지들에 따르면 생전 아인슈타인은 본부인 외에도 6명의 다른 연인들과 각각 염문을 뿌린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인에겐 ‘특수상대성이론’으로 잘 알려져 있는 물리학자 아인슈타인(1879~1955)의 이름과 업적은 그 천재성으로 인해 그의 사후 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2005년은 특수상대성이론 발표 100주년이자 아인슈타인 사후 50주년을 기념해 유엔이 정한 ‘국제 물리학의 해’였다. 또한 국제물리학협회는 2005년을 ‘아인슈타인의 해’로 정하고 다양한 기념전시회와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업적을 되새기는 행사들을 마련했었다.

아인슈타인 사후에도 이렇듯 그가 남긴 과학적인 업적은 여전히 당대에까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더불어 그의 사생활에 대한 세간의 관심과 흥미 또한, 천재물리학자로서 그가 남긴 생전의 과학적인 업적에 못지않게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최근 50여년 만에 밝혀졌다는 아인슈타인의 염문 사실은 과학자로서 천재성 못지않게 한 인간으로서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삶의 흔적들을 들추고자 하는 대중심리에 편승한 기사라고 볼 수 있다.

아인슈타인에 관한 기사와 책들은 그의 일생과 사후를 통틀어 그의 입지에 비례해 숱하게 출판되었을 것이다. 그 중에는 그의 과학적 업적에 대한 천재성을 인정한 것도 있을 것이고, 그의 인간적인 삶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단순한 가족사나 평전을 다룬 것도 있을 것이다. 아예 그의 과학적인 업적을 인정하지 않고 비판하거나 곡해한 기사나 책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인간 아인슈타인’, ‘천재물리학자 아인슈타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반증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아인슈타인 평전을 비롯해 많은 역사 인물 평전들을 저술한 베스트셀러 작가인 데니스 브라이언이 저술한 <아인슈타인, 신(神)이 선택한 인간>은 올해 3월에 번역, 발간된 신간이다. 그동안 아인슈타인에 대해 다룬 많은 책들과 생전에 아인슈타인을 직접 만나고 교제를 나누었던 지인들을 인터뷰한 내용들을 간추려 새롭게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은 머리말에 앞서 다음과 같이 아인슈타인이 남긴 말을 꺼내 이 책에 대한 저자의 의중과 책에 대한 사실성을 간접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나에 관한 뻔뻔스러운 거짓말들과 순전히 꾸며낸 이야기들은 이미 무수히 많이 출판되었네. 그런 이야기들에 일일이 신경을 썼다면 나는 벌써 오래 전에 무덤 속에 묻혀버렸겠지.” (1949년 2월 12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친구 막스 브로드에게)

<아인슈타인, 신(神)이 선택한 인간>은 아인슈타인의 성장과정과 가족사, 당대 물리학을 이끌었던 저명한 과학자로서 다른 과학자들과의 인간적인 교류와 과학적인 논쟁들, 앞서 언급한 아인슈타인의 여성편력 등을 소상하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과 관련된 다른 책들에 소개된 그에 대한 평가와 평소에 아인슈타인을 만나고 교류를 나누었던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느꼈던 아인슈타인에 대한 인간적인 면모들을 다루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천재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종교성향에 대한 다양한 증언과 해석들이다. 세기의 천재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과연 신의 존재를 믿었던 것일까? 아인슈타인은 생전에 자신의 종교성향이나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여부를 자주 질문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의 천재성은 한 인간의 후천적인 노력보다는 하늘이 내려준 선천적인 재능에 기인하다고 사람들은 여겼던 것일까?

생전, 신에 대한 관점을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가령 우리가 어린아이이고, 갖가지 언어들로 쓰인 책들이 가득 찬 거대한 도서관에 들어섰다고 생각해 봅시다. 아이는 분명 누군가가 그 책들을 썼으리라는 사실은 알고 있죠. 하지만 그 책들이 어떻게 쓰였는지는 모릅니다. 그리고 그 책들에 쓰인 언어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이는 어떤 신비한 질서에 의해 책들이 배열되어 있음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죠. 아무리 지적으로 뛰어난 인간이라 해도 신을 대하는 태도는 이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본문 중)

아인슈타인은 평소 자신의 종교를 ‘우주적 종교’라고 정의했다. 일반인들이 믿는 신의 개념이 아닌, 세상의 물리법칙을 발견하고 논증해 내는 과학자로서 조화로운 자연법칙에 대한 믿음이 곧 아인슈타인의 종교관이었다는 설명이다.

“나의 종교는 자연법칙의 조화에 대한 열광적인 경탄이라는 형태를 띤다. 이러한 자연법칙의 조화는 그야말로 탁월한 지혜를 보여준다. 그에 비하면 인간의 모든 사고와 행동은 순전히 하찮은 반응에 불과할 뿐이다.”(본문 중)

1921년 아인슈타인이 미국 첫 방문기간 중 프린스턴 대학에서 상대성이론에 관해 강연한 후, 그의 상대성이론에 결정적인 타격을 안길 수도 있는 과학적 실험에 대해 그의 의견을 물었을 때 그가 답변했다는 말은 현재 프리스턴대학 파인홀의 교수 휴게실에 그대로 새겨져 있다고 한다.

“신은 교묘하지만, 심술궂지는 않습니다.” ("Raffiniert ist der Herr Gott aber boshaft ist Er nicht")

아인슈타인, 신이 선택한 인간 (보급판)

데니스 브라이언 지음, 채은진 옮김, 말글빛냄(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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