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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세계일주를 목표로 지난 5월 인천항을 출발, 8월 18일 중국 대륙 종단을 마치고 인도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당찬 젊은이가 있습니다.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 박정규의 생생한 자전거 세계여행 현장 보고서를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 연 날리는 필자, 실의 길이가 2km나 된다.
ⓒ 박정규

중국대륙 종단 종착지인 쿤밍에서 다음 여정인 인도 여행을 준비하며 모처럼 쉬었다. 중국인 친구 리차오와 쿤밍에 있는 한 호수공원에 들렀다. 호수 주변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고 여기저기 작은 공터에서는 전통복장을 입고 다양한 악기로 공연하는 팀들이 많았다.

낚시하는 듯한 자세로 하늘을 바라보고 계신 분이 계셨다. 그 시선을 따라가 보니 까마득히 먼 곳에 연 같은 게 보였다. 리차오가 아저씨께 말씀드려 내게도 연을 날릴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연 날리는 틀은 마치 작은 선박을 조정하는 키 같이 생겼다.

실의 총 길이는 2km. 키를 놓으면 키가 회전하면서 실이 빠른 속도로 풀리고, 줄을 감을 때는 마치 릴낚시 하는 것 같다.

리차오 여자친구 왕매이가 한글을 가르쳐 달란다. 월요일 인도로 갈 것 같다고 하니까 1주일만 더 함께 지내다 가란다. 미안하지만 일정이 많이 지연되어서 그럴 수 없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 호수 안에서 배타는 사람들
ⓒ 박정규

2006년 8월 19일 토요일. 쿤밍-인도 준비 1일차 / 맑음

08시 50분 기상.

친구가 깨우러 왔다. 같이 나가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외국인의 안전을 위해서 더 이상 이곳에서 머물 수 없다"고 말씀하신다. 결국, 친구 집으로 짊을 옮겼다.

오늘 일정. 신문사 인터뷰. 친구들과 시내 구경.

날 도와준 친구는 리차오(22). 집은 구이저우 구이양, MAXIAN이란 MP3 업체 직원. 대학을 가지 않고 바로 취업. 7남 1녀 중 막내. 아버지의 연세는 81살, 어머니 69살. 여자친구 왕매이(22). 집은 구이저우 구이양, 구이양 미술대학생, 구이저우 2년, 쿤밍 1년, 상하이에서 1년 동안 미술공부를 할 예정이란다. 현재 함께 동거 중.

여자친구가 신발을 칫솔로 닦고 있어서, '치약'을 이용해서 하라고 조언을 해줬다. 신발의 액세서리(보석)가 떨어져, 자전거용 본드를 빌려주니 고마워한다. 리차오도 자신의 떨어진 신발을 가져와서 붙인 후 아주 흡족해한다. 그런 후, 샤워하러 가자면서 갈아입을 옷과 슬리퍼를 챙기란다. 친구 집에서 불과 20m 채 되지 않은 곳 도착.

▲ 중국인 친구가 필자의 옷을 빨고 있다.
ⓒ 박정규
공동 화장실 같은 느낌의 실내에, 샤워 칸 8개. 1회 사용에 4Y.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아, 친구가 이야기하러 갔다. 잠시 후, '웅- 웅-' 대형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고, 샤워기 없는 수도꼭지에서 작은 폭포수만큼, 강한 물줄기가 '콸- 콸-' 쏟아진다.

친구 집으로 돌아와 빨래를 하려는데, 친구가 나에게서 빨래를 빼앗았다. 그리고 '중국인 친구의 우정'이라며, 자신이 직접 하겠단다.

왕매이가 한글을 가르쳐 달란다. 기본적인 것들을 가르쳐 준 뒤, 월요일 '인도'로 갈 것 같다고 하니까, 1주일만 더 함께 지내다 가란다. 미안하지만, 일정이 많이 지연되어서 그럴 수 없다고 정중히 거절.

점심은 왕매이가 돼지고기와 옥수수 콘 볶음, 시홍시지떼탕(토마토계란탕), 차이탕(나물탕)을 준비해줬다. 밥을 먹는데, 친구들이 여러 가지 반찬들을 밥숟가락 위에 얹어준다. 그리고 밥을 다 먹어갈 때쯤 밥을 알아서 채워준다. 그들의 배려에, 늘 '맛있는 반찬'을 먹고 있어도, '맛있는 반찬'을 권하시던 어머니가 생각났다.

▲ 공원 가는 길목에 AIDS 교육 간판들이 있었다.
ⓒ 박정규

19시. 함께 버스 타고 2km 가량 떨어진 그린파크란 공원으로.

공원 가는 길목에 거대한 'AIDS 교육용 간판'들이 늘어서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간판 앞에 서서 병의 심각성을 생각하는 것 같았다.

공원 안에는 여기저기에 큰 호수들이 있었다. 호수 안에는 '페달을 밝으면 움직이는 배' 타는 사람들과 오리들이 즐겁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호수 밖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하고 있었고, 여기저기 작은 공터에서는 전통복장을 입고 다양한 악기로 공연하는 팀들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 주위에 둥근 원을 만들고 있어서 구경하기도 어려웠다. 다행히 악기 연주하는 분 근처로 갈 수 있었는데, 사진 촬영을 하고 있자, 멋진 포즈까지 취해주셨다.

▲ 공연하는 사람들
ⓒ 박정규
다른 곳으로 가니 '낚시'하는 듯한 자세로 하늘을 바라보고 계신 분이 계셨다. 하늘을 바라보니, 아주 먼 곳에 '연' 같은 게 보인다. 리차오가 아저씨께 말씀드려, 나에게도 '연' 날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연' 날리는 '틀'은 마치 작은 선박을 조정하는 '키(배의 방향을 조정하는 장치)'와 같이 생겼다.

실의 총 길이는 2km. '키'를 놓으면 '키'가 회전하면서 실이 빠른 속도로 풀리고, 줄을 감을 때는 마치 '릴낚시(낚싯대에 장치한 릴의 손잡이를 돌려 줄을 풀었다 감았다 하면서 물고기를 낚는 낚시)'하는 것처럼 하면 된다.

'한국상품'이라고 적힌 가계에 들어가니, 반가운 '고추장'이 가득하다. 힘든 순간에 먹을 비상식량으로, 조금 비싼 가격이지만 '초장' 하나 구입. 그 외에도, '한강, 청와대'라고 적힌 한국 음식점들이 있었고, 한 슈퍼에서는 '한국음료홍보'가 한창이었다. 낯선 땅에서 '한국상품' 들을 만날 때마다, 가슴이 뿌듯해진다.

친구들이 인도 가려면 35시간이나 버스를 타야 한다고 쇼핑 제안을. 라면, 카스타드, 소시지, 물 등을 골라주는데, 양이 3일치는 될 것 같다. 저 많은 걸 어떻게 들고 갈까 고민하다가, 필요한 만큼(1일치)만 선택 후에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 시내 길목에 한국 음식점과 상점들 많았다.
ⓒ 박정규
집까지 걸어가면서 친구들이 갑자기 말다툼을 한다. 그러다 왕매이가 분에 못이겨 리차오의 등을 때리면서 울먹인다.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집까지 갔는데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다행히 집에 와서, 리차오가 먼저 화해를 시도해서 분위기가 좋아졌다. 내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싸운 게 아니고, 여자친구가 '복통'이 심해서 운 거란다….

▲ 대도시 뒷골목 주택가에 저런 '펌프'가 있었다.
ⓒ 박정규
사진 정리하는데, 다시 말다툼을 한다. 이번에는 여자친구가 많이 화가 났는지, 리차오의 MP3를 집어 던져버렸다. 참고 있던 리차오도 이번에는 왕매이에게 소리치며 뭐라고 한다. 그러자, 또 울면서, 제법 심하게 리차오를 때린다. 마치 '엽기적인 그녀'처럼. '구타'에 가깝게.

잠시 나와서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렸는데, 리차오가 밖으로 나왔다. 잠시 생각 후에 방으로 들어가 먼저 화해를 시도. 잠시 후 우린 모두 웃는 얼굴로 '왕바(인터넷 카페)'로.

많이 걸어서 다리 근육통이 조금 느껴지지만, 즐거운 하루였다. 높은 산 날씨 같은 커플의 극진한 배려 때문에… 이제 '정리'할 것들을 마무리하고, '인도'로 가야 한다.

아 참, 자연스럽게 '인터뷰' 이야기는 사라졌다. 한 나라에서 한 번의 인터뷰를 목표로 하고, 중국에서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기로.

이 친구들의 숙소는 3층 건물 안에 있다. 보통 한 층에는 6개의 철문(가구)이 있다. 10평 남짓 한 방에 침대 하나, 책상, 소파, 옷장(천으로 된), 작은 정수기, 주방 용기용 책상, TV. 모두 공동 화장실(3층) 열쇠를 가지고 있다. 건물 입구 왼쪽에는 '펌프'가 있고, 인근에 유료 샤워장(1회 4Y)이 있다. 계단의 등은 절약형 소리 감지 방식(손뼉을 치면 일정시간 불이 켜진다).

▲ 박정규 중국 자전거 종단 코스도
ⓒ 오마이뉴스 고정미

여행 수첩

1.이동경로: 윈난 쿤밍-그린 파크(호수가 많은 공원), 시내구경(버스, 도보)

2. 주행거리 및 시간:

3. 사용경비: 친구들 제공

4. 섭취 음식

1)식사
아침: 면타오(중국식 라면): 얼큰, 매콤
점심: 옥수수 콘과 돼지고기 볶음, 시홍시 지떼 탕, 밥 세 그릇
저녁: 점심이랑 비슷함.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박정규 기자는 중국여행을 시작하면서, 현지에서 배운 중국어를 토대로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글 중에 표기한 중국 지명이나 중국어 표현들이 부정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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