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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BC쿤밍. 깔끔하고 전망좋은 거실 모습(21층)
ⓒ 박정규
2006년 8월 25일 금요일. 쿤밍–인도 준비 7일차 / 맑음

오전 6시 30분 기상. 쿤밍 도착.

터미널서 5km 달려 '차화빈관(미얀마 영사관 있는 호텔, 게스트하우스는 오른쪽 건물에 있다. 도미토리 30Y)' 도착. '미얀마' 영사관을 찾아봤는데 보이지 않는다. 데스크에 문의하니, 얼마 전에 '이전'했다고 한다. 먼저 저렴한 여관을 찾고, 영사관을 찾아가기로. 30분 만에 시장 인근의 저렴한 여관(4층 1인실, 15Y) 발견, 짐을 풀고 바로 영사관을 찾아 출발.

약도를 잘못 이해해서, 30분 가량 헤맨 후 고층 빌딩 앞 도착. 알고 보니 '차화빈관'에서 멀지 않은 거리다. 영사관은 27층 건물의 5층에 있었다(A504: 비자업무).

'청두총영사관' 직원분과 이쪽 직원과 전화 통화를 했지만, 국가의 정책이라 '육로입국'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국경에서 관광버스(단체)만 타고 들어갔다가, 바로 나오는 것(짧은 기간)과, 내국인도 육로입국은 불가능하고 모두 항공편으로만 출입국이 가능.

이제 항공편을 알아보는 수밖에. 쿤밍-방콕-인도(뭄바이):337$(CITS), 쿤밍-미얀마: 276$(차화빈관 내 여행사), 쿤밍-방글라데시-인도(뭄바이): 469$(CHINA EASTRN).

한 여행사에 들어갔다 나오는데 한국인을 만났다. 인근에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아주 좋은 숙소가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숙소로 돌아가 '환불' 요청을 하니 50%만 가능하단다. 짐을 챙겨 1시간 가량 걸려 그 숙소를 찾아갔다.

큰 은행 건물(민생은행) 21층에 'BBC 쿤밍'이라고 적힌 사무실이 있다. 혹시나 싶어서 안으로 들어가니 그곳이 숙소란다. 깜짝 놀랐다. 굉장히 정돈이 잘된 거실에는 '태극기, 대형TV(다수의 DVD보유), 성능 좋은 스피커, 푹신한 소파, 전용 인터넷 컴퓨터 1대(무료), 세탁기, 주방 사용 가능, 아침 식사 제공.

잠자는 곳은 오른쪽 계단과(남자 숙소, 10인실. 푹신한 침대, 화장실 있음), 왼쪽계단으로(여자 숙소, 8인실, 화장실 있음) 입구가 나뉜다. 이 모든 것이 20Y(9월 1일부터 30Y으로 인상 예정).

▲ 남자 숙소 내부
ⓒ 박정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저녁이면 여행자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음식을 나눠 먹는 등, 가족 같은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점.

사장님은 90년 초부터 여행을 시작하셨고, 매년 최소 3개월씩 여행을 하셨다고 한다. 안 가본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여행 베테랑이시다. 지금은 중국에서 잠시 머물면서 여행자들에게 저렴한 숙소와 좋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좋은 친구들과 함께 'BBC쿤밍'을 운영 중.

이곳에 우연히 방문했다가 분위기에 빠져서(?), 장기체류하고 계신 분들도 몇 분 계셨다. 이곳은, 여행자들에게 '다합'(많은 여행자들이 장기체류하는 곳) 같은 또 하나의 '블랙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2006년 8월 26일 토요일. 쿤밍–인도 준비 8일차

▲ 인도 콜카타로 가는 항공권
ⓒ 박정규
오전 8시 기상. 10시15분 항공권이 도착했다. 사장님의 도움으로 저렴하게 구입.

쿤밍-방콕 경유-인도(콜카타): 281$. 원래 25일 비행기로 바로 갈려고 했는데,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어 표를 구입하지 못했다. 좀 쉬다가 28일 15시 20분 비행기로 드디어 인도로 가게 되었다.

어제 봐 두었던 삼각대(기존의 것이 파손됨)를 구입하기 위해 매장으로. 180Y이라고 적혀있다. 여행을 잠시 소개하고, 꼭 필요하다고, 학생이라고 할인해달라고 하자 160Y을 계산기에 찍어서 보여준다. 미리 준비한 130Y을 주머니에서 꺼내 보여주며 미소 짓자 아주머니 역시 미소 지으며 그냥 가져가란다. 사실 어젯밤에 사장님이 130Y까지 할인 가능할 거란 정보를 주셨기 때문에 시도해본 것이다.

저녁에는 1년 6개월 동안 전 세계를 여행하신 분(국태봉님)과 함께 시장에서 저녁 식사를. 재정부분과 여행방식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자신은 800만 원으로 지금까지 버텼다고 한다. 그만큼 도움의 손길이 많았다는 것. 난 더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을 거라며 '믿으란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한 자전거 여행자(윤옥환: 100개국 이상 달리신 분)를 만났단다. 그 분은 어느 나라를 가든지 현지 말만 사용하고(작은 언어 책을 가지고 다니셨단다), 현지 음식만 먹는다고 한다.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나도 그 자전거여행자 분의 방식을 따라 해보고 싶다. 그리고 재정이 채워지리라는 믿음을 갖고 끝까지 달려보기로. 그날 저녁은 국태봉님이 계산하셨고, 내일이면 귀국하니까 중국 돈은 필요 없다면서 3Y까지 후원해주셨다.

2006년 8월 27일 일요일. 쿤밍–인도 준비 9일차 / 맑음

오전 8시 기상. 인근 자전거 상점에 가서 자전거 포장을 위해 '자전거 박스'를 '무료'로 얻어왔다. 13시40분. 자전거 항공 포장 시작. 뒷바퀴만 분리한 후 포장하려는데 박스가 좀 작다. 그렇다고 뒷바퀴를 분해하기는 싫고, 그냥 박스를 덧붙이기로.

▲ 자전거 항공 포장
ⓒ 박정규

1. 들고 온 박스를 원 상태로 재조립, 아랫부분에 '박스테이프'를 충분히 감아준다.

2. 앞바퀴를 분해한 뒤,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려서 그 아래 '앞바퀴'를 '박스테이프'를 사용해서 고정시킨다.(차체에 바로 테이프를 바르는 건 좋지 않은 것 같다. 나중에 테이프 자국이 여기저기 남아서 떼는데 고생했다.) 미리 타이어 바람을 뺀 후(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타이어가 '뻥'하고 터질 수 있다) 자전거를 박스 안으로 밀어 넣는다.

▲ 자전거 포장
ⓒ 박정규

3. 뒷변속기 부분이 박스와 직접 부딪히지 않게, 작은 박스 덮개(4개 사용)를 접어서 변속기 바로 앞 차체에 박스테이프로 가로로 고정. 이로써 박스와 일정한 공간을 유지할 수 있다.

4. 변속기 반대편에는 일반 박스를 반으로 접어서 대충 넣어 주어 반대쪽과 균형 유지.

5. 이제 덮개를 덮고 박스테이프로 충분히 감아준다.

▲ 자전거 포장
ⓒ 박정규

6. 박스 입구로 돌출한 핸들 바와, 앞바퀴만큼 박스를 덧붙여서 충분히 박스테이프로 고정하면 '항공포장 끝'


앗! 뒷타이어 바람을 빼지 않았다. 다시 포장을 뜯을 수는 없고, 뒷타이어 아랫부분에 주먹만 한 구멍을 낸 뒤 바람을 빼고 다시 테이프로. 전체를 확인하니 왼쪽 '페달'이 박스 밖으로 돌출했다. 그 부분만 추가 보수 후 거의 3시간 만에 포장 완료. 다음에는 좀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이면 인도로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두근거린다.

▲ 3시간 만에 항공포장 성공!
ⓒ 박정규

덧붙이는 글 | 박정규 기자 홈페이지 '꿈을 위해 달리는 청년'(http://www.kyulang.net/)에서도 그동안 올린 생생한 자전거 여행기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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