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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겉표지.
ⓒ 휴머니스트
요즘 인문학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다. 고려대학교 인문대학 교수들의 선언이 있은 직후 인문학 위기론은 그 어느 때 보다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러나, 그런 한 편에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대 통섭(서로 사귀어 오감)을 주창하는 사람도 있다. 그 두 인물은 <대담>의 두 당사자인 도정일 교수와 최재천 교수이다.

신화를 품은 인문학자라 불리는 도정일 교수는 경희대 영어학부 교수로 문학평론가로 활동 하고 있으며, '기적의 도서관'운동과 '책읽는사회만들기' 운동을 하고 있다. 공적인 일에도 활발하여 문화연대 공동대표로도 활약하고 있다. 잡지편집장, 기자 등의 일을 하였고, 평론집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도정일의 신화읽기>, <만인의 시학> 등의 저서가 있다.

개미를 사랑한 생물학자라고 불리는 최재천 교수는 동물행동학의 세계적 원위자로 현재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과학을 과학자들의 폐쇄적 커뮤니티 바깥으로 끌고 나온 귀한 학자 중의 하나로 개미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성 곤충과 거미, 까치, 조랑말 등의 사회구조와 성의 행태를 연구하였다. <곤충과 거미류의 사회 행동과 진화>, <개미 제국의 발전>, <열대예찬> 등의 저서가 있다.

<대담>은 두 교수가 2005년까지 벌인 10차례의 대담과 인터뷰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2002년 부터 2005년 후반부에 벌어진 황우석 신화의 붕괴에 따른 내용들은 실지 못하고 있다. 황우석 교수에 대해서는 2004년의 황우석 교수의 인간 배아 복제 성공 정도로만 취급하고 있어 아쉬운 점은 있으나, <대담>에는 정보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 이후 우리 사회의 새로운 화두가 된 생명공학(BT, Biotechnokogy)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서도 밀도있게 다루고 있다.

<대담>은 주요 테마별로 13개의 장으로 꾸며져 있다. 두 교수가 대담을 한 기록이지만 사실상 대담을 주도한 것은 도정일 교수였고, 최재천 교수는 자신의 전공인 사회생물학의 관점에서 같은 테마를 부차적으로 해석해 나가고 있다.

<대담>에서 최재천 교수는 이학전공의 교수답게 인문학의 거봉인 프로이트를 시효 폐기된 인물로 평가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비과학이며 더구나 프로이트적인 정신요법에 의한 환자치료는 위험하기까지 하다고 예를 들며 주장한다.

그러나, 도정일 교수는 신화와 프로이트의 현재적 의의를 주장하며 프로이트와 라캉 심리학이 여전히 인간을 해명하는데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두 교수의 프로이트를 둘러싼 의견대립은 결국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상호간의 지적 배경의 차이를 인정하는 선에서 봉합된다. 그러나, 독자에게 주요한 것은 그 결론이 아니라 두 교수의 대담 전개에서 등장하는 풍요로운 인문학과 자연과학적 사유와 논거들이다. 흥미로우며 유익한 이야기들!

또 다른 흥미로운 대립은 도정일 교수의 사회생물학에 대한 비판이다. 사회생물학이 가진 역사적인 오류들, 즉 인종론과 성차별에 이론적 근거를 대었다는 것이다. 그에 대해서 사회생물학의 대가 미 하버드대 윌든 교수의 수제자인 최재천 교수는 사회생물학의 역사적인 실수를 인정하나 사회생물학의 진면목은 다르다고 해명을 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해설들은 어려워 보이기만 하는 자연과학에 대해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흥미를 돋운다.

도정일 교수와 최재천 교수는 기독교의 창조론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의견의 일치를 보인다. 도정일 교수는 기독교 신화가 가지는 윤리적 의미는 인정하지만 현실적으로 기독교가 행한 야만을 비판하고, 최재천 교수는 창조론과 창조론의 뉴버전인 지적설계론의 비과학성을 논박한다.

<대담>의 마지막 장은 21세기형 인간인 호모 심비우스의 도래로 의견이 취합되며 마무리 된다. 세계화의 시대에 인류가 고독한 밀실에서 벗어나 광장으로, 공생의 축제로 나아가기를 바라며 마무리 되는 것이다. 단지 인간만을 위한 지구가 아니라 엄연히 수억 종의 동식물이 공존하는 지구를 보호하는 것이 인류의 진정한 윤리적 의무라는 것이다.

<대담>은 두 지식인의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다. 보기 드문 대담체의 책이고, 풍요로운 지식의 책이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패러다임, 그리고 두 패러다임의 통섭을 꿈꾸어 보는 자라면 한 번 쯤 읽어 둘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책제목 : 대담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 
지은이 : 도정일 지음 
출판사 : 휴머니스트 펴냄 
판매가 : 정가 25000원 
부가정보 : 2005.11.14 발간


대담 - 인문학과 자연과학이 만나다

도정일.최재천 지음, 휴머니스트(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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