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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서울 명동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소속원들이 나눠주는 '박종철 고문 사망' 호외를 받아든 시민.
ⓒ 오마이뉴스 안홍기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가져온 87년 6월 민주항쟁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아 11일 서울 명동에서는 '박종철 고문 사망' 호외가 뿌려졌고, 국회에서는 '6월 10일을 국가기념일로 정하자'는 토론회가 열렸다.

명동에 뿌려진 '박종철 고문 사망' 호외 3000장

11일 정오 서울 명동에서는 녹색 스카프를 두른 50여명이 흩어져 20년 전 소식을 알리는 '호외'를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이 호외의 제목은 '대학생 고문받던 중 사망'. 6월 민주 항쟁의 불길을 당겼던 박종철 열사가 경찰의 물고문으로 사망한 소식이 20년 만에 다시 '호외'로 만들어진 것.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포함, 6월 항쟁사업추진위원회는 이날 이 '호외' 3000장을 명동거리에 배포했다.

'호외입니다'라며 내미는 유인물을 무감각하게 거절하거나 받아놓곤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이들도 많았지만, 호외를 받아들고는 발걸음을 멈춘 채 배포하는 이와 짤막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도 있었다.

특히 미성년인 학생들은 20년전의 소식이 다시 뿌려졌다는 것에 대해 호기심을 나타내기도 해, 배포하는 이들이 간략하게 당시의 일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 11일 서울 명동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소속원이 '박종철 고문 사망' 호외를 나눠주다 내용을 물어보는 학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안홍기

정해구 교수 "4·19, '광주'는 있는데 '6월'만 기념일 없다"

이날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6월 민주항쟁 20년 사업추진위원회' 주최로 '6월 민주항쟁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6월 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평가하면서 국가기념일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 교수는 6월 민주항쟁 이전을 "한국에 근대적 민주주의의 제도와 형식이 도입되었음에도 냉전과 권위주의 체제에 의해 그 정상적인 작동이 지체되고 있던 상황"이라고 평가하고 "6월 민주항쟁을 통한 권위주의 체제의 민주화는 한국 민주주의의 정상적인 작동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4·19혁명과 광주민중항쟁, 6월민주항쟁은 한국의 민주화운동 전체를 잇는 서로 연결된 주요 사건"이라고 전제했다.

해방 뒤 위로부터 주어진 한국의 민주주의가 4·19 혁명으로부터 아래로부터의 민주화운동으로 전환됐고, 광주민중항쟁은 민주화운동을 더욱 심화시키고 발전시킨 사건이라면 마침내 권위주의 체제의 민주화를 이뤄낸 6월 항쟁은 민주화 운동의 절정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

정 교수는 "그럼에도 4·19혁명과 광주민중항쟁은 국가기념일로 제정돼 그 경험과 정신이 기념되고 있지만, 6월 항쟁은 그렇지 못하다"고 국가기념일 제정의 당위성을 내세웠다.

그는 이어 "3·1운동과 4·19혁명의 정신은 헌법 전문에 반영돼 있지만 87년 6월항쟁의 결과로 개정된 헌법에서 6월항쟁의 정신을 찾아볼 수 없다"며 "한국 민주주의 초기 내용의 주춧돌이 됐다는 점에서 6월 항쟁의 경험과 정신은 헌법 정신에까지 반영돼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11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6월 민주항쟁 국가기념일 제정을 위한 공청회'.
ⓒ 오마이뉴스 안홍기

손봉숙 "'6월' 기념하는 것 공감" - 장영달 "한나라 집권 시 '6월' 원위치 우려"

이어진 토론에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대부분 기념일 제정에 호의적이거나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은 "6월 항쟁을 기념일로 만들어야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유보적인 입장에 있다"면서도 "6월 10일의 시대적인 의미를 되새기면서 이 날을 기념하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 의원은 "6월 항쟁의 역사적 의미는 특정 계층이나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화이트 칼라를 포함한 중산층까지 참여한 전국민의 민주화 항쟁이었다"며 "6월항쟁 기념일을 시위에 참가한 이들만의 축제로 축소시키거나 '민주세력'이라는 말로 포장해 특정세력에 이용되는 일이 없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영달 열린우리당 의원은 기념일 제정은 물론 6월 항쟁의 정신이 헌법 전문에 포함돼야한다는 정 교수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를 표하면서 차기 대선과 관련한 걱정을 털어놓았다.

장 의원은 "최근에는 일부 젊은이들이 '5·16'을 '혁명'이라고 해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서는 등 참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원희룡 의원 같은 분이 한나라당을 이끌어간다면 안심이 되겠지만, 대선에서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간다면 6월 항쟁까지 이어온 민주화운동의 정통성이 대부분 원위치 돼 버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원희룡 "'6월의 가치 못 되돌려" - 노회찬 "대선 주자 '6월' 계승 검증해야"

장 의원에 이어 토론발언을 한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은 "장 의원의 지적에 동의한다, 한나라당의 국회의원으로서 무거운 가슴으로 받아들인다"면서도 "6월 항쟁으로 쟁취한 민주화의 가치를 은근슬쩍 되돌리려는 이념집단이나 정치세력이 있다면 결국은 도도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 의원은 "6월 10일은 당연히 국가기념일이 돼야한다"면서도 "그러나 민주화를 이뤄낸 뒤의 정권들은 대다수 국민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고 여유를 만들어 내는데는 부족함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원 의원은 이어 "6월 10일이 국가기념일이 된다면 20년 전 과거의 전리품을 확인하는 날이 아니라 가슴 뿌듯한 미래지향적인 기념일이 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회찬 의원도 "당연히 국가기념일로 제정돼야한다"며 "6월 항쟁은 이때 희생 당한 사람들뿐 아니라 이후 태어날 후세들을 위해 아주 중요한 일대 사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노 의원은 이어 대선주자들의 역사관 검증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6월 항쟁의 정신을 근본적으로 계승할 생각이 없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며 "요즘 대선주자로 보도되는 이들에게 '6월 항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6월 항쟁 정신을 계승할 것이냐'를 반드시 따져 물어 검증해야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는 오는 14일 박종철 열사 20주기를 맞아 추모식 및 6월 민주항쟁 20년 사업 선포식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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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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