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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 프랑스대사관 전경.
ⓒ 프랑스 대사관

호떡집에 불이 났다.

26일 외교통상부 의전장실 주한공관담당관실 이야기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이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아침 신문에 난 뒤의 풍경이다.

오전부터 퇴근 시간 때까지 10여 번이 넘는 전화통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맡고 있는 김아무개 과장과는 통화할 수 없었다.

오전에는 관계 부처 협의차 외부에 나갔다는 답변이, 오후에는 '회의' '보고' '회의' '보고' 때문에 통화할 수 없다고 했다. 주한프랑스 대사관 종합부동산세 문제에 대한 대책회의로 잠시의 짬도 낼 수 없었던 모양이다.

휴대전화에 문자 메시지를 남겨 두기도 했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26일 저녁 8시경까지도 아무런 답신이 없다.

하루 늦게 조간신문 리뷰를 쓰게 된 까닭

문제는 접촉 창구가 '김아무개 과장'으로 일원화돼 있다는 데 있었다. 아주 간단한 기본적인 사항, 그 중에는 아침 신문에 이미 보도가 됐지만 확인이 필요한 부분, 또 몇 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서 물어보려 했지만 결국 '불통'됐다.

궁금한 것 중에는 프랑스 대사관이 정확하게 어떤 이유로 종합부동산세 납부를 하지 않고 있는지 하는 점이 가장 관심사였다. 또 내더라도 재산세율 기준으로 깎아달라고 하는 근거는 무엇인지도 궁금했다.

명색이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관에서 시장에서 물건값 흥정하듯이 깎아달라고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됐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주한 외국 공관 가운데 다른 나라 공관 쪽에 이와 유사한 사례는 없었는지 하는 점 등이었다.

그리 어려운 질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외 접촉 창구가 꼭 아니어도 이 정도 질의에 답해 줄 다른 실무 관계자도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외교부 주한공관담당관실의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김 과장에게 물어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런데 김 과장은 도통 연락이 안 된다. 그는 너무 바빠서 연락을 못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연락하지 않기로 작정한 것일까?

결국 하루 늦은 '한꼭지 조간신문 리뷰'가 되고 말았다.

재산세와 종부세 내면 상호주의 취지에 어긋난다?

서론이 길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 4월26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 중앙PDF
문제가 된 주한 프랑스 대사관 소유 부동산은 대사관 직원 관사 등 모두 13채다. 다른 대사관들이 직원 관저를 대부분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프랑스 대사관은 땅부자인 셈이다. 한남동에 있는 대사관저 2채는 97년 외환위기 때 매입한 것이다.

문제가 된 것은 이들 부동산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 부동산에 매겨진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았다는 데 있다. 2005년도분 5000만원을 내지 않았다. 2006년도분 1억1000만원은 오는 4월까지 내야 한다. 국세청은 법에 따라 반포동 빌라에 대해서 압류조치를 취했다.

사실 문제될 것은 없다.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을 내지 않았다면 적법 절차에 따라 압류 등의 조치를 통해 세금을 받으면 된다. 그런데 문제가 됐다. 프랑스대사관이 세금을 내지 않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빈협약에 따라 치외법권이 인정되는 대사관과 대사관저에 대해서는 각종 세금이 면제된다. 그러나 직원 공관 등 사택에 대해서는 상호주의가 적용된다. 더 정확하게는 양국 간 조세협약이 적용된다.

땅부자 프랑스 대사관의 치사한 버티기

프랑스와 우리나라는 양국 간 조세협약에 따라 부동산에 대한 각종 세금은 부동산 소재국에서 세금을 납부하도록 돼 있다.

대사관이 소유하고 있을지라도 빈협약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사택 등 기타 부동산에 대해서는 양국 간 조세협약에 따라 처리된다. 그렇지 않다면 외국 대사관이 극단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부동산 투자를 하더라도 전혀 세금을 매길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프랑스인들이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다른 부동산과 별도의 대접을 받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프랑스 대사관 쪽에서는 재산세에 종합부동산세까지 내는 것은 상호주의 취지에 벗어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종합부동산세를 내더라도 일반 재산세율로 낮춰 납부하면 어떻겠느냐는 수정안을 냈다고 한다.

돈이 없는 나라도 아니고, 우리보다 형편이 나은 나라의 대사관이 보이는 행보치고는 조금 치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문제는 외교통상부다.

1면에 비중 있게 보도한 <중앙일보> 기사 '"프랑스에 없는 세금 부과 부적절"…프랑스 대사관 종부세 안냈다'(김창규·정용환 기자)에 따르면 외교통상부는 "프랑스 대사관측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어서 재경부·국세청 등 관계 부처와 심도 있는 검토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니, 프랑스 대사관이 버틸 만도 하다. 왜 외교부 김아무개 과장이 그처럼 바빴는지, 끝내 연락이 없었는지 짐작이 간다.

재경부와 국세청은 "세금 면제할 이유 없다"는데

그렇다면 관계부처의 생각은 어떨까?

먼저 재정경제부. 명쾌했다.

"종합부동산세도 보유세의 하나일 뿐이다.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나 다 보유세다. 또 부동산을 매각해 발생한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양도소득세 또한 우리나라나 프랑스나 다 부동산 소유지에서 세금을 내도록 돼 있다. 이중과세 방지라는 차원에서 상호주의가 적용되는 것이다. 프랑스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들은 그 나라 세제에 따라 보유세와 양도세 등을 내도록 돼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교부에서 '프랑스대사관이 보유한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검토해달라'는 요청이 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부가 어떤 의견을 구했는지 궁금했다.

"외교부의 의견이 특별히 첨부된 것은 없었다. 검토해보겠지만, 종합부동산세를 면제해 줄 이유는 없다고 본다. 또 어떻게 세율을 깎아주겠는가."

다음 국세청. 역시 명쾌했다.

"내는 게 당연하죠. 종합부동산세나 재산세는 항목이 나눠져 있을 뿐 부동산 보유세인데, 재산세는 내고 종합부동산세는 못 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그런데, 왜 프랑스대사관이 이를 못 내겠다고 버티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말에 대한 대답은 이랬다.

"글쎄, 말이죠. 신문들 보면 그런 쪽으로 기사를 써야 할 텐데, 오히려 엉뚱하게…."

프랑스가 세금을 안 내겠다고 버티고 있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데도, 오히려 말이 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 신문 기사들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자신만만한 프랑스 대사관의 "노 코멘트"

▲ 필립 티에보 주한 프랑스 대사.
ⓒ 프랑스 대사관
결국 언론의 보도태도가 문제였다. 왜 이런 보도가 나왔을까?

그 근원을 따라가 보면 다시 '외교부'다. 이들 기사의 출처는 외교부다. "프랑스 대사관측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외교부의 시각이 그대로 투영된 기사들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언론의 시각이다.

이를 1면에 비중 있게 보도한 <중앙일보>는 종합부동산세제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로 일관해왔다. 프랑스 대사관은 종부세를 납부하지 않은 이유로 "종부세는 프랑스에 없는 특수한 세제이고 부동산 투기 방지가 주목적이기 때문에 주거용 사택에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법 적용"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세제…. 프랑스 대사관이 하고 싶던 말을 <중앙일보>가 대신 해준 것일까?

마지막으로 프랑스 대사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노 코멘트(할 말이 없다)'가 공식입장이다."

당연히 내야 할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그것이 언론 보도를 통해 한국민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데, "노 코멘트"라고 하는 것은 종부세 부과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닌가, 종부세를 왜 낼 수 없다고 하는지, 왜 법인세율을 적용해달라고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답변이라도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되물음에 잠시 후 이런 응답이 왔다.

"현재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특별히 코멘트할 게 없다. 한국민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민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다."

한국민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

이게 무슨 말인가. 제국주의 역사의 그림자가 여전한 프랑스의 오만이 읽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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