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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항쟁 당시 '넥타이부대'의 모습.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1987년 6월, '호헌 철폐! 독재타도!’의 물결이 거리에 넘쳤다. 전두환 정권은 뒤로 물러섰으며, 시민들은 1960년 4·19 혁명 이후 최초의 승리를 맛보았다.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정부는 6월 10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였고, 이제 곧 정부가 주도하는 여러 행사와 민간단체의 행사들도 열리게 될 것이다. 이런 행사가 어떤 의미를 지니게 될지 의문이다. 꺾어지는 숫자를 기념하는 것을 넘어선 무언가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일부는 새해 벽두부터 6월 항쟁 20주년의 해, 외환위기 10주년의 해가 밝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이 대선을 앞두고 지지부진을 거듭하는 이른바 '민주파'의 결집을 위해서나, 또는 구 세력의 실정을 강조하는데 도움이 되는 언사인 것은 분명하지만, 어떤 해 역사적으로 10주년의 해, 20주년의 해로 기억되지 않는다는 상식을 거스르는 그저 그들만의 바람일 뿐이다.

항쟁 2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모임에는 당시 항쟁에 참여했던 '주역'들이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다. 무슨 후일담 소설을 보는 것 같다.

어떤 선배 운동가는 20주년을 맞아 자기에게 어울릴 한 자리 없을까 하고 기웃거리며 서랍에서 꺼낸 민주화운동의 훈장을 닦는 꼴이 전쟁 직후 돈푼이나 뜯으러 다녔던 상이용사들의 가슴에서 빛나던 훈장과 너무도 닮아있다고 안타까워한다. 항쟁의 경력을 팔아 현실적인 재미를 봤던 인사들이 자꾸 꾀이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물론 일단의 민주화운동가, 학생 운동가들이 항쟁을 촉발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노고가 폄하되어선 안 되고, 정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항쟁의 진정한 주역은 누가 뭐래도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이었다. 말로는 '시민들의 공'이라면서도 과실은 운동의 주역들이 모두 다 차지하려는 한 항쟁은 그저 지난 역사로 박제될 뿐이다.

6월 항쟁 20주년 기념사업, 하려면 논공행상부터 제대로 다시 하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편집부에서 작성한 글입니다.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6월 항쟁, #민주화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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