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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요일(3일), 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침대에 누워 뒹굴 거리며 "채널은 많은데 왜 이리 볼 게 없는 거야?"하며 리모컨을 눌러댔다. 한 채널에 1분 이상 시선을 고정하지 않는, 시청자의 특권(?)을 만끽하면서. 그러던 중 기막히게 짜릿한 프로그램을 발견했다. 50분가량의 방송시간이 10분처럼 느껴질 만큼, 침대에서 내려와 TV 화면 속에 들어가고 싶어질 만큼! 그 재미난 프로그램은 바로, <넥스트 푸시캣 돌스>다.

'맷돌 춤' CF의 배경음악으로 유명한 'Don't cha'를 불렀던 그룹, 'I don't need a Man'을 외치며 란제리 패션을 선보였던 무서운 언니들(!) 푸시캣 돌스. 세계적인 유명 그룹 푸시캣 돌스의 새 멤버를 선발하는 <넥스트 푸시캣 돌스>는 <도전! 수퍼모델>을 탄생시켰던 CW 네트워크가 제작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5월 4일부터 온 스타일 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다.

'푸시캣 돌스' 새 멤버 찾는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 온스타일 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는 <넥스트 푸시캣 돌스>
ⓒ 온스타일
푸시캣 돌스의 멤버가 되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몰려든 수천 명의 지원자들을 물리치고 최종 후보에 오른 9명의 도전자들은, 카메라 앞에서 다시 처절한 경쟁을 시작한다. 8주에 거쳐 매 주마다 탈락자를 가려내고 남는 최종 한 명만이 푸시캣 돌스의 새 멤버로 발탁된다. 현재까지 5명이 탈락하고, 이제 4명만이 남아 치열한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지난 3월에 방영되었기에, 성질 급한(?) 몇몇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이미 인터넷 검색으로 우승자를 알아내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네티즌들이 이 프로그램이 방영되는 금요일 밤 11시만을 기다린다고 한다. 결과를 알아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손꼽아 방영시간을 기다리게 되는 <넥스트 푸시캣 돌스>의 매력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일단 <도전! 수퍼모델>을 제작했던 CW 네트워크의 탁월한 기획력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핑클이나 원더걸스의 새 멤버를 찾는 오디션을 실시한다고 하자. 그리고 그 오디션을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해나가며, 매 주마다 TV 쇼 프로그램으로 방영한다고 가정해보자. 아마도 가수를 지망하는 20대, 10대 여성들은 너나할 것 없이 오디션에 지원하지 않을까. 프로그램 시청률도 엄청날 것이다.

그래미상에 노미네이트 됐던 푸시캣 돌스의 멤버 오디션이라니! 당연히 수많은 지원자들이 도전할 것이며 시청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 프로그램 타이틀부터가 차별화되었기 때문에 이제 프로그램의 성패는 내용의 참신성에 달려있다.

재능과 매력, 스타성을 겸비한 오디션 지원자들의 출중함

▲ 현재까지 '살아남은' 도전자들- 아나스타샤, 첼시, 에이샤, 멜리사R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 온스타일
<넥스트 푸시캣 돌스>에는 뛰어난 실력과 미모를 갖춘 도전자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기존의 팝스타들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법한 스타성을 가지고 있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출연자들의 재능과 매력일 것이다. 시청자들을 저절로 '채널고정' 하게 만드는 도전자들의 외모와 가창력은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누리는 가장 큰 이유이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노래를 아길레라 만큼이나 잘 부르는 첼시, 18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안정된 춤과 노래를 선보이는 멜리사 R, 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아나스타샤, 그리고 매 회를 거듭할수록 실력이 무섭게 발전하는 에이샤. 이 네 명의 도전자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안구 정화'가 될 만큼 아름다운데다 노래도 잘한다. 1시간 만에 안무를 짜내서 소화할 만큼 춤에 대한 감각도 뛰어나다.

그들은 매 회마다 노래와 안무를 곁들인 공연을 선보이는데, 그 공연의 결과에 따라 탈락할지 도전을 계속할 것인지 여부가 가려지게 된다. 도전자들은 유명 가수들의 노래를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며 미니 콘서트 형식의 공연을 소화해낸다.

이들의 공연을 평가하는 심사위원단들도 눈여겨볼만 하다. 푸시캣 돌스를 만들고 스타로 키워낸 로빈 앤틴, 유명 래퍼 릴 킴, 제프리 레코드사의 사장 론 페어는 예리하고 냉정한 평가로 다음 단계로 갈 도전자들을 가려낸다. 도전자 한 명 한 명에 대한 분석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며 투명하게 공개된다.

알찬 내용은 '푸시캣 돌스'라는 포장지로 잘 싸여서, 시청자들에게 최고의 오락프로그램으로 제공된다. 빠르게 움직이는 카메라는 쉴 새 없이 눈을 잡아당기며, 도전자들이 머무는 최고급 호텔·파티장 등의 장소는 보는 이들에게 대리만족의 쾌감을 주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서바이벌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이 여러 번 방영됐었다. 하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을 뿐더러, 별다른 스타를 배출해내지도 못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프로그램 제작 여건에 엄청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제작 수준이 아쉬운 것 역시 사실이다.

우리나라 리얼리티 프로그램, <넥스트 푸시캣 돌스>처럼만!

프로가 되기 위해서는 프로 의식을 가지고 도전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서바이벌 오디션 도전자들 대부분은 아마추어 마인드로 스타가 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몇 해 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모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출연자는, 연기자 지망생이었지만 대본 한 줄을 제대로 읽지 못할 만큼 기본 실력조차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성형부터 하고 보자는 마음으로 수술대 위에 올랐고, 제작진들 역시 나이 어린 그녀의 수술 진행과정을 카메라에 담아 방송에 내보냈다. 외모지상주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씁쓸한 프로그램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서바이벌 오디션과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일단 재능 있는 출연자들을 선별해 그들의 매력을 가감 없이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감각적인 화면 구성과 열정적인 심사위원의 출연도 필수일 것이다. <넥스트 푸시캣 돌스>의 성공 요인을 잘 따져본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보고 또 보고' 싶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많이 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번 리모컨을 누르면, 쉬이 채널을 돌리고 싶지 않은 그런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자주 만나보고 싶다.

태그:#리얼리티 프로그램, #푸시캣돌스, #넥스트푸시캣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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