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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 손영지]

▲ 다우드 카하탁 아프가니스탄 기자. 그는 스스로 아프간의 유일한 시민기자라고 말했다. 는 아프간의 독립언론이라고 소개했다. 이 언론사는 민영통신사다.
ⓒ 오마이뉴스 김귀현
다우드 카하탁(Daud Khattak). 그는 올해 서른네살의 직업기자다. <파자왁 아프간 뉴스>에서 일하고 있으며,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소식을 전하는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시민기자다.

그에게 물었다.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오마이뉴스의 캐치플레이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는 대뜸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직업기자로서 모든 시민은 기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사는 6하 원칙에 의해 써야 한다. 이름 없는 한 시민이 잘못된 보도를 했을 때 그 책임을 물을 길이 없다.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다우드는 "어떤 기준을 통해 선발된 기자들만이 시민기자로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사는 어떤 두 사람의 갈등이 있을 때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고 경찰을 만나고 병원에 가서 경위를 파악하는 등 철저한 취재를 거쳐야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기자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 시민들은 철저히 조사하지 않고 기사를 쓴다"면서 "모든 시민이 기자라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다우드에게 시민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이 아닌가? 그의 생각이다.

"시민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이다. 저널리즘은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다.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에 내가 쓴 기사가 다른 나라로 건너가 정보나 지식이 된다. 미국이나 캐나다, 한국 등으로 말이다. 여러 국가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소스를 기사로 다루는 것이 시민저널리즘이다."

그는 "시민저널리즘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터넷 때문"이라며 "인터넷이 전 세계의 공통기반이 된다면 모든 행동을 함께 할 수 있게 되고 아주 중요한 정보의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다우드 카하탁 아프간 기자.
ⓒ 오마이뉴스 김귀현

다음은 다우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아프간에는 최근에도 폭탄테러가 터지는 등 정치상황이 불안하다. 요즘 사정이 어떤가.
"군중들이 매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어떤 돌파구를 찾지 못해 막막함을 느끼고 있다. 2001년 탈레반이 실각한 뒤로 국제기구와 평화유지군이 아프간에 와 있지만 전쟁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UN은 아프간에 도시를 재건하겠다고 했다. 수도시설을 다시 만들고 여러 건설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5~6년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된 것이 없다. 치안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전기공급이 되지 않고 있고, 수도사용도 안 되고 있으며, 의료서비스 또한 전무한 상태다. 10~15% 정도만 의료혜택을 누린다. 나머지 85%는 아무런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고통에 노출돼 있다. 전기와 의료, 교육이 모두 파괴됐다.

이게 수도 카불의 현주소다. 그러니 지방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폭탄이 터지고 있다. 탈레반은 현 정부에 협조적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집단을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고 있다. 그 사람이 교사이든, 의사이든 간에 말이다. 모두 불안에 떨고 있다."

- 모든 게 초토화 돼 있는 아프간에서 시민저널리즘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나.
"우선 아프간 저널리즘 상황에 대해 말하고 싶다.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치안문제를 보도하려고 하면 정부에서 그 보도를 막으려고 악을 쓴다. 군인이나 정보원들을 동원해 어떻게 해서든지 그 보도를 막으려고 한다. 정부관련 문제점을 취재하는 기자들을 위협하거나 폭력을 쓰거나 살해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3명의 아프간 기자가 살해됐다. 1명의 남자기자는 교수형에 처해졌고, 다른 두 여성 기자는 모두 집에서 살해된 채로 발견됐다. 한명은 < TOLO >라는 민간TV 기자였고, 다른 한명은 < SULH >라는 FM라디오 기자였다.

아프간에는 전체 인구의 20% 정도도 신문을 읽지 않는다. 대다수의 가정에 TV가 없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TV를 볼 수 없다. 라디오가 그나마 최고의 접근 가능한 매체다. 아프간의 시민저널리즘을 세계 다른 나라의 저널리즘과 동등하게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프간 문맹률도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따라서 신문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인터넷 이용도 마찬가지다. 아프간에서 시민저널리즘은 아직 시기상조다. 앞으로 오랫동안 평화가 유지된다면 언젠가는 시민저널리즘이 꽃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내가 아프간의 유일한 시민기자다."

- 다우드씨도 정부로부터 고문을 당한 적이 있나.
"다행스럽게도 그런 적은 없다. 다만 나의 동료들이 치안시위를 취재할 때 카메라를 빼앗기거나 경찰에게 폭행당한 적은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뿐이고, 어디론가 끌고 가서 고문하지는 못한다. UN 평화유지군이 있기 때문이다."

▲ 다우드 카하탁 아프간 기자
ⓒ 오마이뉴스 김귀현

- 아프간과 같은 언론 상황에서 시민저널리즘은 어떤 의미가 있나.
"나는 모든 시민이 기자라는 캐치플레이즈에 동의하지 않는다. 모든 시민은 기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사는 6하 원칙에 의해 써야하고 개인적인 생각을 주저리 늘어놓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름 없는 한 시민이 잘못된 보도를 했을 때 그 책임을 물을 길이 없다. 그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어떤 기준을 통해 선발된 기자들만이 시민기자로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두 사람이 싸우고 있다면, 두 사람이 싸우는 광경을 지켜본 기자가 왜 싸우는지, 원인이 뭔지, 경찰에 확인해보고, 병원에 가서 경위를 파악해보고 등등의 여러 과정을 거쳐야 기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래야 정확한 기사가 나온다. 일반 시민들은 철저하게 조사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시민은 기자라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 아프간에서만 그런가. 아니면 모든 시민저널리즘에서 그렇다고 보는가.
"아프간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에서도 이 원칙은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잘못된 기사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지킬 용의가 있는 사람에 한해 기자증을 주고 기사를 쓰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국에서는 '시민저널리즘'에서 '시민'이라는 비전문성 때문에 저널리즘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다우드도 그 의견도 비슷한 것 같은데, 시민저널리즘이 왜 저널리즘인가.
"저널리즘은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일이다. 시민기자가 쓴 글은 미국이나 캐나다, 한국 등 여러 국가의 사람들이 읽을 수 있다. 다양한 소스를 전달하는 것이 시민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직업기자다. 그래서 아직은 기존 미디어가 믿을만하다고 본다.

그럼에도 시민저널리즘에 미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터넷 때문이다. 인터넷이 전 세계의 공통기반이 된다면 모든 행동을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는 시민저널리즘이 정보의 출처가 될 것이고 소스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프간에는 아직 그런 인프라가 없다."

- 아프간에서는 인터넷 대신 라디오가 '대안언론의 도구'가 될 수 있지 않나.
"물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접근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정부가 허가권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런 큰돈이 없다."

태그:#아프가니스탄, #기자, #오마이뉴스,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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