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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더워지는 날씨와 함께 몸이 고단해지고 있지만 마음만은 평상심을 잃지 않으려고 늘 마음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음이란 놈은 변덕이 심해서 잠시라도 방심하면 오리발을 내밀기 일쑤거든요.

내년 4월이면 결혼 25주년이 됩니다. 이벤트 좋아하는 이 몸이 혼자 산책을 하다가 무릎을 쳤습니다.

`좋았어~ 역쉬~'

내 생각이지만 어찌나 맘에 들던지 두 팔을 번쩍 들고 하늘을 향해 소리를 지를 뻔 했습니다. 기특한 생각이란 바로 이겁니다.

"결혼 25주년 기념 선물로 남편에게 나의 건강을 선물하자."

대충 역산을 해보니 내년 결혼 기념일까지 300일 정도 남은 시점이었습니다.

"오메메... 어쩌면 이리도 맞춤이라냐."

즉흥적인 발상이었지만 이렇게 해서 나의 300일 기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이 27일째군요.

' 건강기원 300일 참회 기도' 로 제목을 달고 정성껏 기도문을 만들었습니다. 제대로 된 등산로를 따라 가야 빨리 정상에 오를 수 있듯이 제대로 만들어진 기도문을 보면서 기도해야 기도발이 먹힐 것 같아 일주일의 산통끝에 기도문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27일 째인 오늘까지 기도문을 한 번도 읽지 않았습니다. 참 알 수 없는 마음입니다. 기도 시간도 따로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날의 형편을 봐서 운전 중에도 하고 산책을 하면서도 합니다.하지만 하루도 거른 적은 없습니다.

매일 매일 내게 말하죠. 정말 내 몸만 생각해야 한다고. 이제 아무도 걱정하지 말라고.
그들은 모두 나보다 건강한 사람들이니까 신경 끊으라고 속삭입니다. 늙으신 친정 어머니,술자리 많은 남편, 강박증에 시달리는 딸, 고3 아들 ........그들은 내가 없어도 너무나 잘 지낸다고 일러줍니다. 어리석게도 그들을 걱정하며 자신을 괴롭혀 온 지난 시간들을 깊이 깊이 참회합니다.그리고 내게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오늘 하루를 주심에 감사합니다.

참회와 감사의 기도는 언제나 가슴을 덥히고 한 줄기 눈물을 흘리게 해줍니다.흐르는 눈물 속엔 분명 나쁜 기운도 녹아있는 듯 합니다. 눈물을 흘리면 기분이 좋아지니까요.

요즘 기순환 장애로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명치 쯤에서 기가 내려 가지 않는 듯 가슴이 답답하고 음식을 삼키는 것도 힘이 듭니다. 고개를 숙이려면 기운이 얼굴로 쏠려 세수를 편히 할 수가 없습니다. 자연히 몸이 자꾸 지치고 오전 오후로 한 숨 씩 잠을 자게 되지요.

아침에 기도를 하는 데 기침이 터지고 가래가 나오더니 며칠 전처럼 숨이 넘어가질 않았습니다. 끄륵끄륵 꺼이꺼이 요란을 떨다가 얼른 물을 조금 마시니까 숨통이 트였습니다.그리곤 더 심한 기침과 함께 계속 가래가 올라왔습니다.

'그래,그래,올라 오너라. 자꾸 자꾸 올라 오너라. 가슴에 걸린 덩어리 툭 빠져 나오게 자꾸자꾸 올라 오너라. 숨이 멎는 고통이 있고서야 나쁜 덩어리 빠져 나오겠지만 두렵지 않다. 죽을 고생 없이 어찌 살겠느냐. 두려워서 대충 살던 내가 아니다. 이 가래,이 기침,이 숨막힘 모두가 거쳐가야 할 과정인 거야.'

꾸밈과 거짓이 없는 마음이 늘 몸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끝없이 일어나는 마음,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마음의 자유를 얻을 때까지 마음을 지켜보고 돌볼 겁니다.

내년 4월이 오면 이 몸에 건강의 꽃이 화알짝 피어날 겁니다.
애만 태웠던 남편 가슴에 건강의 꽃 한아름 안겨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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