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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포장도로를 2인용 자전거를 타고 가는 연인
ⓒ 조찬현

순천만의 잿빛하늘을 왜가리가 날아간다. 개개비 지저귐 소리 가득한 순천만의 갈대숲은 초록이 짙어만 간다. 뭍에는 게들이 나와 기어 다니다 인기척에 쏜살같이 달아난다. 비포장도로를 연인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간다.

아름다운 추억 하나 만들고 싶다면 순천만으로 가라. 언제 어느 때 불쑥 찾아가도 좋은 곳 순천만은 풍경 하나하나에도 깊고 풍부한 볼거리가 깃들어있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나섰다. 물웅덩이를 피해 보려고 이리저리 달려보지만 그래도 어쩔 수가 없다. 출렁대는 차량은 어릴 적 시골길의 추억을 불러오고 흙길을 달리는 기분은 말 잔등에 오른 듯 즐겁기만 하다.

아름다운 순천만의 속살 화포해변

▲ 화포해변
ⓒ 조찬현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인안교 아래 물골에는 거룻배 한 척이 밧줄에 묶여 있다. 하늘빛은 점점 짙어만 가고 구름은 금방이라도 무너져내릴 듯하다. 소나기가 한바탕 훑고 지나간다.

푸른 들녘과 양식장, 칠면초 군락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양식장의 수차는 힘차게 물을 뿜어대고 일곱 번 변한다는 1년생 염생식물 칠면초는 붉은 모습으로 거듭나기 시작한다.

화포해변에 닿았다. 이곳은 순천만에서 유일하게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순천만의 전망대라 불린다. 포구에는 어부가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속살을 드러낸 광활한 갯벌에는 수많은 게들이 먹이 활동을 하느라 분주하다. 뽀글뽀글 갯벌에서 들려오는 소리 정적을 깨뜨리고 먼 바다 위에는 백로가 날아간다.

▲ 푸른 들녘과 양식장, 칠면초 군락
ⓒ 조찬현

▲ 죽전마을 갯벌에서 아낙들이 갯것을 해가지고 뻘배를 타고 나온다
ⓒ 조찬현

▲ 참고막을 골라내는 할머니
ⓒ 조찬현

죽전마을 갯벌에서 아낙들이 갯것을 해가지고 뻘배를 타고 나온다. 할머니는 참고막을 잡았다.

"아이고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맛도 잡고, 밥값이라도 해야 할 거 아니요. 요래 잡어가지고는 밥값은커녕 죽값도 안돼. 죽 먹고 살겠소. 5시간을 잡았는디 요것밖에 없어."

바다에서 잡아온 어패류가 영 신통치 않다. 할머니는 당신이 눈으로 본 것은 다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것도 많은데 벌이가 별로라며 안타까워한다. 이렇게 잡아갖고는 순천시장까지 오가는 교통비 제하고 나면 밥값도 안 된다며 타박이다.

"차비 지하고 나면 밥값도 못 벌어. 순천 오간디 5천원, 그런거 저런거 다 지하고 나면 암껏도 없어, 살도 못해."
"참고막 값이 그렇게 밖에 안 해요?"
"맛이 있는 철이 아니어, 알잖어."

바닥 드러낸 뚝배기 짱뚱어탕

▲ 머위대와 시래기가 듬뿍 들어간 짱뚱어탕
ⓒ 조찬현
돌아 나오는 길에 짱뚱어탕을 맛보려고 화포전망대가든에 들렸다. 주방 앞은 삶은 배추를 손질해 시래기를 만드느라 부산하다.

"무얼 만드시나요?"
"실가리여, 배추를 삶아갖고 씻어서 칼질해서 실가리를 만들어."
"짱뚱어탕, 와~ 입맛 확 당기네."

짱뚱어가 곱게 갈아져 나와 부드럽고 자극적이지 않아 좋다. 탕 속에 시래기는 많다 싶을 정도로 가득하다. 하지만 거칠지 않고 술술 넘어간다. 경치 한 번 끝내준다. 순천만이 내려다보이는 평상 마루에 앉아서 짱뚱어탕을 먹는 맛 정말 좋다. 한 번 와서 느껴보시라.

짱뚱어 펄쩍펄쩍 뛰노는 갯벌을 바라보며 먹는 뜨끈한 짱뚱어탕. 이곳에서 먹는 그 맛은 시원함이다. 한 술 떠서 후후 불며 먹노라면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도 온몸이 시원하다. 발아래 해안은 푸른 갈대숲이 감싸고돌고 끝없이 펼쳐진 갯벌에서 내 마음은 한없이 뛰논다.

▲ 시래기
ⓒ 조찬현

▲ 아삭하고 새콤달콤한 매실장아찌
ⓒ 조찬현

▲ 맛있는 짱뚱어탕
ⓒ 조찬현

머위대와 시래기가 듬뿍 들어간 짱뚱어탕은 먹을수록 깊은 맛이 배어난다. 아삭하고 새콤달콤한 매실장아찌는 매실의 싱싱함이 살아 있다. 여린 배춧잎으로 담근 겉절이는 짱뚱어탕과 환상적인 호흡을 맞춘다. 큼직한 깍두기도 남도 찬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이 집은 화포 가는 길에 눈여겨 봐두었던 집이다. 그냥 지나쳤으면 후회할 뻔했다. 짱뚱어탕을 먹다 고개 돌리면 순천만의 멋진 풍경에 사로잡혀 숟가락을 놓고 넋을 빼앗기기 일쑤다. 맛과 풍경이 잘 어우러진 멋진 집이다.

자연에서 온 음식은 자연과 더불어 먹어야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짱뚱어탕을 담아온 뚝배기의 바닥이 어느새 다 드러났다.

▲ 청정갯벌에서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짱뚱어
ⓒ 조찬현

짱뚱어는 물속을 헤엄치기보다 갯벌을 뛰어다니길 더 좋아하고 두 눈이 툭 튀어나와 희한하게 생겼다. 특이하게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겨울잠을 잔다. 가슴과 꼬리지느러미 근육으로 갯벌을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이 녀석은 어찌나 민첩한지 손이나 그물로는 잡기 힘들어 훌치기로 잡는다.

청정갯벌에서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짱뚱어는 해양오염을 알리는 지표종으로 쓰이며 비린내가 없고 영양가가 많아 여름철 보양식으로 인기 만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큐(http://www.newsq.co.kr/)에도 보냅니다.


태그:#순천만, #짱뚱어탕, #보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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