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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깔창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날엔 녹음이 우거진 숲과 그 속에서 내리는 시원한 계곡 물이 그리워진다. 숲은 스스로의 삶을 거스르는 법이 없다. 인간의 쉼터인 동시에 자연을 배울 수 있는 숲은 삼복더위도 비켜 가는 곳이리라.

▲ 여우주머니가 작은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 김계성
민통선, 하포리의 한 야산이다. 수년간 식생을 탐사하면서도 정작 꽃을 보지 못했던 여우주머니를 찾아나섰다. 그동안 열매만을 봐 왔던 터, 도감이며 인터넷사이트를 뒤져봐도 정작 꽃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열매가 있으니 당연히 꽃도 피리라. 오늘은 카메라 장비에 큼직한 돋보기까지 챙겨 넣어야 했다.

▲ 위로 보일락말락한 꽃과 그 아래로 열매가 보인다
ⓒ 김계성
초록의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던 지난해 여름의 여우주머니를 기억하며 열흘이나 앞서 꽃을 찾아 나선 이틀째다. 웬 모기는 그렇게 헌혈을 요구하는지. 앵앵거리며 온몸 구석구석을 파고든다.

다행히 여우주머니가 뾰족한 타원형의 잎을 자랑하며 반겨주었다. 그 잎이 여우꼬리를 닮은 듯 하지만 잎겨드랑이에 내린 열매가 하도 앙증맞아 여우주머니라 불린 것 같다.

▲ 잎겨드랑이에서 암꽃과 수꽃이 사이좋게 피어 있다.
ⓒ 김계성
성급한 녀석들은 벌써 작은 열매를 훈장 마냥 매달고서 뽐을 내고 있었다. '어디 보자, 꽃이 피었나?' 큼직한 돋보기를 들고서 눈 높이를 맞춰가며 찾아본다. 에구! 이게 꽃이야? 드디어 발견한 꽃은 반가움과 함께 실망을 안겨주었다. 도무지 육안으로 형태를 가늠할 수 없는 먼지 알갱이나 다름이 없는 꽃이기 때문이다.

▲ 여우주머니 암꽃(위)과 수꽃(아래), 만개한 상태다.
ⓒ 김계성
▲ 암꽃은 열매를 만들고 수꽃은 살며시 시들어 간다.
ⓒ 김계성
애기땅빈대의 꽃도 작지만 여우주머니 앞에선 명함도 못 내밀 것 같다. 잎겨드랑이에서 암꽃과 수꽃이 사이좋게 피어있다. 하루, 이틀…. 시간이 흐르면 수꽃은 시들어 가고 암꽃은 열매를 만들어 간다. 그동안 접해본 수많은 들꽃들 중에 가장 작은 꽃이 아닐까 싶은. 마이크로 렌즈의 한계점이 보였다. 이틀씩이나 도대체 뭘 찍었는지.

▲ 애기땅빈대꽃과 비교해 본 여우주머니꽃의 크기다.
ⓒ 김계성
여우주머니는 대극과의 한해살이풀이다. 높이 한 뼘 내외로서 크게 자란 것은 두 뼘 이상도 보인다. 잎은 원줄기와 가지에 어긋나며 긴 타원형이다. 꽃은 황록색으로 잎사귀가 줄기와 붙어있는 데 착생하며 꽃자루는 짧다. 6~7월에 개화하며 육안으로는 식별하기가 쉽질 않다. 암꽃은 화피 갈래조각이 6개, 수꽃에서는 4∼5개이며 2개의 수술과 4개의 선체가 있다.

열매는 삭과로 편구형이며 황록색이다. 여우구슬과 비슷하지만 원줄기에 잎이 달리고 열매에 자루가 있다. 현재 의학계에서 항암의 효과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져 있다. 여우주머니꽃을 만났으니 여우구슬꽃은 또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증이 앞선다.

태그:#여우주머니, #민통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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