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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진 슈퍼 연어. 예전 같으면 절대 먹지 못할 것들을 우리는 지금 너무나 당연히 먹고 있다.
ⓒ KBS

우리가 먹는 음식의 90%는 석유이다. 종자에서부터 논밭갈기·씨뿌리기·모심기·농약 뿌리기·가을걷이·가공·포장·저장에 이르기까지 들어가는 석유는 엄청나다. 사실상 우리는 밥을 먹을 때 다량의 석유까지 함께 먹고 있는 셈이다. 축산업 또한 마찬가지이다.

석유를 투입하는 관행농은 자원순환 농업이 아니라 '자원약탈' 농업이다. 단지 몇 십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전통 농사꾼들은 땅과 작물을 사람과 마찬가지로 생명체로 귀하게 생각할 줄 알았다. 그러나 관행농은 이런 농민들의 생각을 순식간에 뒤바꾸어 놓았다. 오늘날 관행농민들은 땅에 뿌리박은 농민들이 아니다.

어느새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돈에 뿌리박은 노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농민들은 자신이 먹을 작물에는 농약을 치지 않고 시장에 내다팔 작물에는 농약을 듬뿍 뿌려대는, 아주 상식의 '경제인(호모 에코노미쿠스)'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물론 석유를 투입하면서 식량 생산이 예전보다 엄청나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195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전세계 곡물 생산량은 2.5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에너지를 투입하면 그 정도의 에너지는 다시 나오는 게 당하다. 해서 현재 전 세계에서 생산된 곡물로도 지구상의 65억 인구는 충분히 굶주리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다. 문제는 사람들 사이의 불평등이다.

세계 곡물 생산량의 40%는 가축사료로 소비된다. 미국은 곡물 생산량의 80~90%를 가축사료용으로 쓴다. 거기다 중국과 인도의 25억 인구의 곡물 소비 성향이 단순 곡물소비에서 곡물 집약의 축산물과 물고기를 통한 단백질 섭취로 급속히 이동 중이다. 더구나 에너지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이제는 사람이 먹을 곡식을 바이오디젤이라는 고상한 이름 아래 자동차가 먹어치우려 하고 있다.

당신은 지금 석유를 먹고 있습니다

석유농업이 더 이상 지속불가능하고 머지 않아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건전한 상식을 조금만 동원해도 금방 알 수 있다. 지구상에는 석유가 무한정 매장되어 있지 않고 또 지금처럼 미친 듯이 석유를 쓰면 금방 고갈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무엇보다도 화학비료는 농토를 완전히 병든 산성 토지로 만들어 놓았다. 산성의 땅에서 병충해는 더욱 극성을 부려 더 많은 농약을 뿌려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농약은 벌레만 죽이는 게 아니라 사람과 생태계 자체를 파괴하는 독약임이 명백하다.

녹색혁명 또한 불가능한 환상임이 드러나고 있다. 더 이상 종자개량을 통한 농업생산량 증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른바 생명공학이 유전자조작을 통해 농업생산량을 높일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는 위험천만한 자살 행위에 가깝다.

▲ 전세계 경지 면적은 1980년대를 기점으로 감소로 돌아섰다. 흙이 1cm 만들어지는 데 대략 200년이 걸리는데, 매년 약 240억톤이 넘는 표토가 유실되고 있다. 표토가 유실된 농토는 곧바로 염분이 많은 불모의 땅으로 변하고 사막화가 진행된다.
ⓒ 조창완
오늘날 모든 나라에서 농지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전세계 경지 면적은 1980년대를 기점으로 감소로 돌아섰다. 흙이 1㎝ 만들어지는 데 대략 200년이 걸리는데, 매년 약 240억톤이 넘는 표토가 유실되고 있다.

표토가 유실된 농토는 곧바로 염분이 많은 불모의 땅으로 변하고 사막화가 진행된다. 또 세계 식량생산량은 1996년 이후에는 정체에 머물러 있다. 밀과 쌀 가격이 2배로 뛰었던 1970년대 초 이래 세계 곡물 재고량은 60일분이 채 안되는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실보다 더 중대한 쓰나미가 바로 눈 앞에 다가와 있는데도 사람들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바로 화학농업의 근간인 석유가 고갈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석유생산이 정점에 도달하는 피크오일(Peak Oil)은 2007년에서 2015년일 것으로 석유가스정점연구회(ASPO)는 예측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1970년에 피크오일을 경험했다. 석유를 생산하는 전 세계 50개 남짓 산유국 가운데 그 절반인 25개 이상이 이미 정점을 지났다. 석유업계는 석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사우디의 오일피크가 언제인지를 놓고 치열한 정보전쟁과 논쟁을 지속하고 있다. 그만큼 석유정점이 가져올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정점이 되면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돈 주고도 석유를 사기 어려워진다. 지금의 값싼 비료와 농자재·농기계는 더 이상 불가능해진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사막화·홍수 등 크고 작은 자연재해와 이상기후는 10배나 늘어났고 그 빈도는 더욱 잦아지고 있다. 이같은 기후변화는 곧바로 식량생산에 엄청난 혼란과 충격을 가져올 것이다.

지난 50년 동안 석유처럼 세계 곡물시장은 늘 과잉생산과 과잉공급 상태였다. 그런데 21세기 들어 곡물시장은 '공급과잉'에서 '공급부족'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2004년 초 중국이 마침내 밀 800만톤을 수입하는 식량수입국으로 전락했다. 돈을 주고도 석유와 식량을 사지 못하는 시대가 멀지 않은 것이다.

유기농 직거래운동이 해답이다

▲ 유기농 실천은 아픈 사람들이 먹는 병원급식과 다음 세대를 위한 학교급식에서도 이뤄져야 한다. 사진은 김치와 쌀을 유기농으로 제공하고 있는 상지대 학생식당.
ⓒ 함박은영
석유고갈과 함께 한국농업의 유일한 대안은 바로 유기농이다. 더 이상 농약을 친 농산물을 생산하면서 '농촌과 농민을 살리자'고 말하는 위선은 그만두어야 한다.

농촌과 농민을 살리자고 도시민들에게 호소하려면 우선 농업 자체가 생명살림과 생태순환의 유기농이어야 한다. 또 우리가 먹는 식품만큼은 생산지와 생산농민과 교류를 통해 구입해야 한다. 시장에서 얼굴 없는 식품을 고르는 게 아니라 직거래로 얼굴 있는 식품을 공급받아야 한다.

우리는 지금 이상한 '독약'을 '음식'이라고 먹고 있다. 미국이나 호주 등 멀고 먼 이역만리에서 배를 타고 운반돼 온 먹을거리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훈증을 비롯해서 다양한 살균처리법으로 우리가 먹는 라면이나 국수의 원료인 밀은 사실상 농약으로 뒤범벅된 독약에 다름아니다. 하긴 한미FTA가 체결되고 나면 이런 말도 함부로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생산 농민을 알 수 없는 시장의 식품은 대부분 이같은 비양심과 이윤극대화의 믿을 수 없는 식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바로 우리 이웃집에서 생산된 상추가 몇 번의 유통단계를 거쳐 농수산물도매센터로 갔다가 다시 몇 번의 유통단계를 거친 뒤 비로소 동네 대형유통점의 판매대에 올라오는 지금의 식품 유통 구조는 정말 기괴하기 짝이 없다. 푸드마일(식품의 유통 거리)이 길면 길수록 그 식품의 안전성은 믿을 수가 없음은 상식이다.

'유기농'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비싼 중산층의 먹을거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노동자나 도시 서민들의 가계비에서 차지하는 식품비는 이제는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 가운데 절반이 또한 외식비이다.

유기농으로 전환한다 해도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것이다. 문제는 자신의 몸과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과 유기농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다. 지금 당장 주판을 갖다 놓고 계산해 보라. 아니 그런 숫자 계산보다 오늘 점심을 농약으로 뒤범벅된 석유를 먹을 것인지 건강한 유기농 식품을 먹을 것인지 판단해보라.

특히 학교에서 우리의 미래 세대인 아이들에게 유기농 식품을 먹이지 않는 것은 범죄행위와 다름없다. 병을 고치는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유기농 식품을 공급하지 않는 것은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파렴치한 짓이다.

더구나 2006년 하반기부터 건강보험으로 병원 급식비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며, 그 정도 액수의 급식비면 아주 훌륭한 유기농 식단으로 전환하고도 남는다. 병원 급식이 유기농으로 전환되지 못할 그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다.

땅에 뿌리박은 공동체는 사람 냄새가 나는 우정과 환대의 공동체이다. 시멘트 포장도로 위에 세워진 석유사회는 공동체가 아니라 갈기갈기 찢어진 섬들의 집합체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건강한 인간관계와 자연과 조화되는 심성을 길러주고자 한다면, 나아가 석유문명을 극복하고 미래의 식량위기에 대처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지금 당장 유기농 생산농가를 찾아가 유기농 직거래를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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