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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첫날 밤이었다. 이렇게 뜻깊은 한 달의 첫날을 보낸 적이 없었다. 이번 '한일 시민 친구 만들기'에 참가한 양국의 시민기자들은 여러 그룹 지어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침을 향해 끝없이 흘러가는 시간들…. 12명 남짓 되는 일본 시민기자분들에 둘러싸인 내게 야마자키 유코씨가 말했다.
 
"우리 계속 만날 거잖아요, 일본에 오면 연락해요. 이 중 한 명한테 연락하면 우리 다 같이 만날 수 있어요. 다 근처에 사니까~"

 

우리는 오마이스쿨의 첫 손님이었다

 

미리 받은 이번 참가자 프로필에는 지난여름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열렸던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만났던 분들이 계셨다. 프로필을 보면서 며칠 전부터 질문들을 검토하며 어떤 대화를 나눌지 생각했다.
 
드디어, 11월 30일이 되어 버스를 타고 강화도에 도착했다. 소박하지만 깔끔하게 꾸며진 오마이스쿨이 우릴 반겼다. 24일 입소식 후 이번 한일 기자들이 이곳의 첫 손님이었다. 오마이스쿨 시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학교를 구경했는데 유난히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계단 쪽에 페인트칠을 덜 끝낸 듯했다. 질문 하기도 전에 내 궁금증은 풀렸다. "이 페인트 칠 일부러 안 한 거예요~ 폐교의 느낌 살리려고요."

 

방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수납장도 잘 되어 있었고, 가지런히 놓인 하얀 침대를 보니 고등학생 때 수학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불도 폭신폭신해서 기자분들도 맘에 들어 하셨다. 하지만, 금방 문제점을 발견! 해버리고 말았다. 수납장의 열쇠가 말을 듣지 않았던 것. 10개 가량의 수납장 중 하나만 잠겨서 결국 귀중품은 내내 몸에 지니고 다녀야 했다.

 

그리고 개교한 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아서인지 페인트 냄새가 강하였다. 그래서 자주 환기시켜야 했다. 화장실은 한 층에 하나씩, 즉 오마이스쿨에 2곳 있었다. 남녀 구분없는 화장실이라 화장실 칸은 3개, 샤워장에는 샤워기가 3개 있었다. 그 옆은 옷을 넣어두는 사물함도 3개 나란히.

 

한국인인 나는 별문제가 없었지만, 일본 기자분들이 걱정되었다. 일본인들은 보통 남에게 자신의 알몸을 보여주는 것을 무척 꺼리는 편인데, 샤워장이 나누어져 있지 않아 샤워하는 동안 자연히 남에게 보이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일본 화장실은 휴지를 휴지통이 아닌 변기에 물과 함께 흘려보내는데, 그에 대한 영어로 된 안내문구 정도는 필요하지 않았을까.

 

앞으로 이주외국인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공익 프로그램과 ‘세계시민기자포럼’을 여기 오마이스쿨에서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전에 각 시설에 영어문구를 제작하여 붙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반가운 얼굴들, 그리고 포근한 밤

 

시설을 둘러보고 식당에 앉아 한국기자분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일찍 도착해 전등사 관광을 하고 온 일본기자분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중에 가장 반가웠던 사람은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만나 줄곧 연락을 했었던 니시와키 야스히로(줄여서 얏짱이라 불렀다)였다. 서로 참가하는 줄 몰랐다가 프로필 사진을 보고 얼마나 놀랬던지!

 

얏짱에게 “한일 시민 친구만들기”에 참가 하느냐고 메일로 물었었는데 일본에서 이 행사는 “한일시민교류회”라는 이름이어서 좀 다른 행사인 줄 착각했다고 했다. 한국명이 더 친근하다고 했다. 역시, 일본어로 ‘교류’라는 뜻은 문화나 사상 등이 서로 섞이는 것을 의미하여 ‘친구만들기’와는 약간 다른, 좀 더 진지한 느낌이 들었다.

 

‘놀랄만한’ 리셉션장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어 한층 더 아름답게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한 테이블에 마주 앉은 사람들과 꼭 가족 같았다. 와인을 함께 마시며 행사가 진행되었는데 예상 외로 길어지는 바람에 가장 기대했었던 조별 토론을 못 하게 되어 안타까웠다.

 

시간도 문제였지만, 강당이 너무 추워서 있는 것조차도 힘들어질 정도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국, 모두 세미나실과, 모닥불 쪽으로 이동했다. 술을 마시며 개별적으로 자신이 얘기하고 싶었던 화제들을 얘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서 여러 사람과 함께 의견을 나누지 못한 점은 아쉬웠다.

 

본격적인 역사 교육과 새벽까지 이어진 교류의 시간들

 

다음 날 아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강연이 있었다. 순차통역 때문에 시간이 2배로 걸렸지만 동북아시아 문제에 관심이 꽤 많았던 내게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이윽고 끊임없이 쏟아지는 질문들. 지연된 시간 때문에 나는 질문하지 못했다. 그날 참석했던 양국의 모든 기자분들은 아마 이 문제에 대해 각자의 생각들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다 같이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해 열리는 “한일 시민 친구 만들기”에서는 공통된 하나의 주제에 대해 함께 얘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해질 무렵까지 이어진 강화도 역사탐방. DMZ에서 한국 군인을 만난 일본기자들은 큰 관심을 보이며 한국군 징병제에 대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들은 북쪽을 바라보며 움직임이 없었던 군인들을 보면서 남북분단상황의 긴장감을 느꼈으리라. 버스에서도 이어진 강사님의 말씀과 순차통역까지 이번 모임에 관한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강사님과 함께 다니면서 설명을 들으면서 ‘중, 고등학교에서 국사를 배웠지만 정말 많이 잊어버렸구나!’ 하고 생각했다. 솔직히 대학생들은 시험공부가 끝나면 역사공부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들으면서 몇 년 전에 배웠던 것들을 기억해 내려고 노력했다. 행사 팸플릿에도 잘 설명되어 있었고, 마찬가지로 일본 쪽의 팸플릿에도 일본어로 빠진 내용 없이 소개가 되어 있어 오타니 노리후미씨는 이번 탐방이 만족스러웠고 이해하기 쉬웠다고 했다.

 

한 시간 가량 찜질방에서 매서운 바람에 지친 몸을 녹이고 나온 양국 기자분들의 얼굴은 모두 환해져 있었다. 저녁은 일본인의 입맛에 맞춰 매운맛이 덜했던 닭 매운탕과 동동주였다. "おいしい~"(맛있어요)를 외치며 일본분들은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 동동주의 깔끔하고 고소한 맛과 닭 매운탕의 얼큰함(조금 달기도 했다)이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한국요리에 대해 칭찬을 하는 그 모습들이 고맙고, 또 기뻤다. 그 사랑이 한국요리로부터 점점 한국 전체로까지 퍼져가길 나는 바랐다.

 

 

모든 시민기자들이 즐겁게 지내는 동안 뒤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중에 일본 오마이뉴스 스태프인 하기하라 코스케, 바바 카즈야씨. 세미나실에서 줄곧 기사를 쓰시던 바바씨와 함께 일본 문학계에 대한 얘기도 나누었다. 일본 소설과 고전문학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았는데 바바씨는 일본소설이 대학 전공이었기 때문에 자세히 알고 있었다.

 

하기하라씨는 방송을 전공하고 이번에 오마이뉴스에 취직한 신입사원이었다. 나와 동갑이라 급속도로 친해졌다. 이승엽 선수가 활약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팬이라는 점도 같아서 일본 야구계 화제로 대화가 무르익었다. 내년에 도쿄돔에 같이 경기를 보러 가자는 약속을 하면서 일본 오마이뉴스사에 놀러 오라고 하기도 했다. 이런 뜻깊은 행사를 만들어주신 한일 스태프분들께 정말 감사드리며 또 그분들과도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할 만큼 아쉬웠던 서울 관광

 

마지막 날 창덕궁을 다 함께 둘러보고 인사동에서 점심을 먹었다. 전통적이고 꽤 유명한 가게에 음식 또한 고급이라 거의 모든 분들은 음식이 나올 때마다 사진기를 꺼내 촬영하는 재밌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하였다.

 

인천공항으로 출발까지 30여 분 가량밖에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에 급하게 인사동 관광을 나갔다. 한국에 처음 온 일본분들이 있으셨는데 서울 관광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인사동 관광안내 센터에서 통역 자원봉사를 하던 경험으로 바쁘게 움직이며 중요한 장소에 대한 안내를 해주었다.

 

주말이라 사람들도 많고 볼거리도 많은 인사동 거리를 마사토시씨와 야마구치씨는 멋지다며 좋아했다. 얏짱은 쌈지길 앞에 서 있던 프리허그(FREE HUG) 참가자와 다정하게 포옹하며 기뻐했고 하기하라씨는 전통적인 떡 찧는 모습을 촬영하며 재미있어했다.

 

 

금세 2시가 되어 버스에서 단 한마디 인사를 나누고 바로 헤어져야 했다. 급하게 헤어진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이번 만남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슬프지 않았다. 다음 만남에서는 또 어떤 화제들로 밤이 뜨거워질지 벌써 기대가 된다.


태그:#한일 시민 친구만들기, #오마이스쿨, #일본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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