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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쓸한 도심 하천풍경 겨울이 한창인 도심 하천은 갈대와 억새꽃이 흐드러져 매우 쓸쓸한 풍경이었다. 예년에 비해 철새들의 숫자도 적어보였고 낚싯대를 드리운 낚시꾼들의 모습도 쓸쓸해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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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6일)가 소한, 날씨가 포근하다고는 해도 겨울이 한창이다. 겨울이 깊었으니 봄도 멀지 않았으리라. 한겨울의 도심 하천풍경은 어떤 모습일까? 가까운 청계천과 중랑천이 합류하는 청계천 하류지점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조용하다. 이맘때면 한창 꽥꽥거리는 철새들의 소리로 시끄러워야 할 하천이 침묵 속에 잠겨있었다. 오히려 추위 속에서도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만 크게 들린다. 찬바람이 쏴아 스쳐 지나간다. 품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의 숨결이 싸늘하다.

 

하천변에는 갈대와 억새가 지천이다. 억새밭이 움푹 들어간 곳은 지난번 내린 눈에 억눌려 쓰러진 곳이다, 그래도 억새꽃은 아직 새하얀 모습이다. 그 새하얀 억새꽃이 바람에 휩싸인다. 마침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에 힘없이 흩날리는 모습이 너무나 쓸쓸하다.

 

그래도 물에는 청둥오리 몇 마리가 헤엄을 치고 있었다. 부리로 열심히 먹이를 찾는 모습이다. 물 가운데의 낮은 흙 위에도 몇 마리의 철새들이 쉬고 있었다. 추운 것일까. 추위를 타는 새 종류가 아닌데도 목을 움츠리고 있는 모습이 왠지 추워 보인다.

 

해마다 날아오던 철새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왜 올해는 저들의 숫자가 저리 적을까. 혹시 태안 바닷가의 기름유출 사고의 여파는 아닐까. 공연스레 철새들의 걱정이 앞선다. 날씨는 겨울답지 않게 기온이 너무 높아 걱정이라는데 왜 이리 마음이 을씨년스러울까. 적은 무리의 철새들 때문인지 도심 하천이 이날 따라 더욱 쓸쓸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커다란 청둥오리 한 마리는 물가 풀 섶에 들어 쉬고 있다가 반기듯 일어선다. 공연히 놀라게 했을까싶어 조심스레 바라보자 녀석도 안심하는 표정이다. 물가의 얕은 얼음 위에도 몇 마리의 오리들이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하구로 내려가면서 바라본 물가의 갈대와 억새꽃은 여전하다. 쓸쓸해 보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아름다운 풍경이다. 저 아래쪽으로 물을 가로지른 살곶이다리도 쓸쓸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다리 위로 건너는 사람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하천 물가를 걸으며 문득 신경림 시인의 “갈대”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새해가 되었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스산할까? 처연해 보이는 갈대풍경뿐만 아니라 철새들의 몸짓에서도 쓸쓸함이 묻어난다.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살곶이다리 아래 물가에는 외투를 뒤집어 쓴 낚시꾼들이 보인다. 세 명이다. 낚싯대를 드리웠지만 물고기가 낚일 것 같지 않은 모습이다. 그래도 저들은 짧은 겨울해지만 하루 종일 저렇게 앉아 있었을 것이다.

 

물고기들의 입질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저들은 무엇을 낚았을까? 아니 무엇을 낚겠다고 겨울 한복판의 추운 하천변에서 하루해를 보냈을까. 흐르는 물에 절망을 띄워 보내고 있지는 않았을까. 어쩌면 보이지 않는 새로운 희망을 낚아 올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뿌아앙! 성동교 위의 고가철교를 지나는 전철이 경적을 울리며 지나간다. 저 경적이 새해를 향한 팡파르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전철이 지나는 고가철교 위로 겨울 해가 저물고 있었다. 쓸쓸한 마음처럼….

 

어느 팀이 골을 넣었는지 축구경기를 하는 청년들이 함성을 지른다. 그래 바로 저거야, 희망은 일구며 사는 거야, 옷깃을 여미며 다시 걷는 옆으로 자전거를 탄 청년 몇이 힘차게 페달을 밟으며 내달리고 있었다.


태그:#이승철, #억새꽃, #철새, #저무는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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