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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28일 오후 5시 36분]
 

노무현 대통령이 22일 국무회의에 이어 다시 한 번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거부권행사를 강력하게 시사했다.
 
노 대통령은 28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연 긴급기자회견에서, 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안 전반을 비판한 뒤 "굳이 떠나는 대통령에게 (개편안에 대한) 서명을 강요할 일이 아니라 새 정부의 가치를 실현하는 법은 새 대통령이 서명 공포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여기(이번 개편안)에 서명하는 것은 그동안 참여정부가 한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를 바꾸는 일에 동참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떠나는 대통령이라 하여 소신과 양심에 반하는 법안에 서명을 요구하는 일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때 두 번의 부분적인 정부개편 사례가 있지만 이것이 예외적인 것이고, 어느 나라에서 당선자가 정부조직을 다 뜯어고치고 취임하면서 물러나는 대통령에게 서명하라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제게 제 양심에 반하는 내용에 서명하게 하지 말아달라"고도 말했다.
 
"거부권 시사로, 국회논의에 영향 미치는 것은 자연스러운 정치적 과정"
 
그는 "참여정부의 가치를 모두 부정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넘어왔을 때, 그때 재의를 요구한다면 새 정부는 아무 준비도 없이 낭패를 보게 될 것"이라며 "국회에서 통과된 법만 믿고 새 정부 구성을 준비했다가 뒤통수를 맞았다고, 그야말로 발목잡기를 했다고 저에게 온갖 비난을 다 퍼부을 것이기 때문에 미리 예고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또 "개편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사가 국회 논의에 영향을 미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정치적 과정"이라고 말해, 이날 회견이, 개편안에 대한 거부권행사를 예고함으로써 인수위의 개편안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목적임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국회의 충분한 심의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수년에 걸쳐 공들여 다듬은 정부조직에 대해 인수위 출범 20일 만에 개편안을 확정하고, 이를 불과 1∼2주 만에 국회에서 처리하자고 하는데, 이처럼 큰 일이 정말 토론이 필요 없는 일이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저도 헌법재판소가 수도이전문제에 대해 위헌판결을 하는 바람에 한참 늦어졌는데, 개편안도 조금 늦어진다고 무슨 혼란이 있겠느냐"며 "이제 대선은 끝났으니 선거분위기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또 벌써 4월 총선분위기로 가는 것도 안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선 이겼다고 모든 권한 위임받은 것 아니다"
 
그는 또 "국민들이 선거로 대통령을 뽑아 주었으니 이런 문제는 물어 볼 것 없이 백지로 밀어주어야 하는 것이냐"는 점도 지적했다. 대선에서 이겼다고 해서 모든 권한에 대한 백지위임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견 서두에서 인수위 개편안의 기조인 대부처주의에 대한 문제제기에 이어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 축소, 통일부·여성가족부·정보통신부 폐지, 기획예산처 통합 등에 대해 비판했다.
 
특히 기획예산처에 대해서는 "기획예산처가 독립하고 나서부터 문화, 환경, 노동, 인권, 복지 예산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경제 분야 예산을 넘어 섰다"며 "이제 예산 기능이 경제부처로 들어가면 예산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예산 기능이 경제 부처로 통합되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은 축소될 것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인수위에 충고한다"며 인수위를 직접 겨냥해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인수위는 법에서 정한 일만 하기 바란다"며 "인수위가 부처 공무원들에게 현 정권이 한 정책의 평가를 요구하고, 새 정부의 정책을 입안하여 보고하라고 지시 명령하는 바람에 현직 대통령은 이미 식물 대통령이 돼 버렸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를 "국회에서 심의를 잘 해달라는 것과 제 임기를 지켜달라는 것" 두 가지로 정리했다.
 
"물러날 사람이 왜 나서냐고?"
 
그는 인수위 개편안에 대한 자신의 비판에 대해 "많은 비판이 따를 것임을 잘 안다"고 했다. 그는 "언론이 제대로 토론의 장을 열고 있다면, 그리고 국회가 미리 잘 대응하고 있다면 욕먹을 일에 굳이 제가 먼저 나서겠습니까, 그러나 사정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저도 답답하다"라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는 손학규 통합신당 대표 등을 겨냥해 "국회에 맡겨 둘 일이지 대통령이 왜 미리 나서느냐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며 "저도 정치권이 어떻게 하나 지켜봤는데, 통일부와 여성부 존치를 주장하고 있을 뿐, 다른 부분은 대체로 인수위원회의 주장을 수용하면서 부분적 기능 조정을 모색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인수위측은 "떠나는 대통령이 새 정부 출범을 왜 이토록 완강히 가로막으려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마지막까지 소모적인 부처 이기주의를 부추기고, 소수의 집단 이기주의와 국론분열을 조장하는 듯한 포퓰리즘적 행태에 끝까지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혹시라도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논평했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이명박 당선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한 기자회견 보고를 받고 일체의 반응을 보이지 않으셨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명박 당선인은 오늘(28일) 오전에 국회 유인태 행자위원장에게 직접 전화 걸어서 정부 조직 개편 필요성과 배경, 국회에서의 협조 등에 관해서 부탁했고, 오후에는 임태희 비서실장으로 하여금 청와대 비서실장에게도 같은 내용을 설명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태그:#정부조직법 개편안, #노무현, #인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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