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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다가올 때 '무서워'

 

짧지만 이틀간(26~27일) 집회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있으며 몇 가지 느낀 것들이 있어 이렇게 씁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제1조로부터 연유한 공권력이 국민을 억압하고 탄압하는데 쓰이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목소리는 아예 들으려고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게 민주주의입니까? 이게 2008년의 현실입니까?

 

감시의 불을 밝히며 시위하는 시민들을 간접적이나마 보호해주던 기자들조차도 아랑곳않고 그들에게마저 폭력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억울합니다. 화가 납니다.

 

처음에 전 화면으로 시위 장면을 보면서 '폭력경찰 물러가라! 평화시위 보장하라!'라는 구호가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전경이 무슨 죄냐? 그들에게 지시한 대통령을 규탄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직접 현장에서 바닥을 울리는 방패 소리를 듣고, 그들이 다가올 때 느끼는 그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저절로 나오는 구호였습니다.

 

'우린 평화시위 하고 싶다. 폭력을 휘두르지 마라. 우리는 절대 폭력을 쓰지 않는다. 때리지 마라. 무섭다. 제발 우리의 목소리를 알리는 것을 방해하지 마라.'

 

이런 마음에서 나오는 구호였습니다.

 

지금 당장 도망가고 싶지만… 너무나 무섭지만  그래도 이 나라가 이래선 안 되지 않느냐, 이대로 우리나라가 죽어가고, 내가 죽어가고, 미래의 내 아이들의 땅이 죽어가는데 더는 이래선 안 되지 않겠느냐 그럼 심정에 참을 수가 없어서 나온 것입니다. 이런 마음으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다잡으며 나온 것입니다. 소리친 것입니다.

 

주동자 없다, 모두 자발적으로 참가해 논의하는 것일 뿐

 

이번 시위의 몇 가지 쟁점에 관해 제 생각을 적어봅니다.

 

- 과격시위로 모는 주동자가 있는가?

없습니다. 오늘(27일) 가두 시위할 때 명동 골목을 다니면서 갈림길마다 고민해야 했습니다. 어디로 갈 것인가? 가다가 명동 끝에 서서 차도로 나갈 것인지, 여기서 마무리 발언 후 해산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차를 끌고 구호를 외치던 나름(?) 주최측에서는 밖(도로)으로 나가면 위험하니 여기서 끝내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일부(저 포함)는 우리의 목소리를 더 알리자는 의견이었습니다.

 

이렇게 지체하다가 많은 분들이 떨어져 나갔고 남은 분들은 계속 갈 것을 결의했습니다. 결의를 하니 어디로 갈 것인지가 문제였습니다. 한참 우물쭈물하다가 서울역 광장으로 가자는 말이 나와 모두 서울역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가다가 시청역 앞을 보니 전경들이 쫙 깔려 있었습니다. 경험상 한번 전투경찰과 대치하면 결국 둘러싸여서 잡혀가기에 전 여기서 방향을 틀어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으나 역시 주도적인 세력이 없는 관계로 그냥 가던 길 계속 갔고 결국 시청앞 호텔 부근에서 전투경찰에게 완전 포위되었습니다.

 

포위되는 그 순간에도 주도적으로 우리의 길을 정하는 사람은 없었고 어떤 분은 해산하자, 어떤 분은 길을 틀자, 어떤 분은 계속 가자 등 의견이 분분한 상태였습니다.

 

한마디로 주동자는 없습니다. 단지 현 정권의 잘못된 정책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려고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었습니다.

 

- 경찰 진압 방식은?

오늘 서울시청 앞에서는 단 200~300명의, 아무 무기도 없고 폭력을 휘두를 의사도 없는 시민을 검거하기 위해 수천명의 전투경찰이 헬멧까지 쓴 상태로 토끼몰이 하듯 시민들을 몰아넣었습니다. 이러한 진압 방식은 공포감을 조성하여 국민의 목소리를 억압하고자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국민의 의지는?

전체 국민의 의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집회에 참가하신 분들의 의지는 매우 분명합니다.

한마디로 '이러한 탄압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겠다'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이명박 정권이 반대하는 목소리에 대한 무차별 폭행과 탄압을 지속한다 하여도 계속 잘못된 정책을 규탄하겠다는 것입니다.

 

'과격 시위'로만 몰고 가는 일부 언론들

 

- 기자의 역할은?

단순한 사실보도만이 아닙니다. 그들이 카메라의 조명불을 켜고 있으면 경찰의 폭력진압의 강도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보는 눈이 있는 곳에서는 강제 연행도 잘 하지 않습니다.

 

저는 시청앞에서 시위대의 자진 해산 결정에 따라 해산을 풀고 집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가면서 시위가 끝났다는 생각에 '경찰 아저씨 고생 많으셨어요'라고 외쳤습니다. 그때 경찰이 갑자기 우르르 몰려와 우리를 둘러쌌습니다. 그 때도 난 단순히 잔디밭을 넘어서 그런 줄 알고 "여러분! 경찰 힘들게 뛰지 않도록 잔디밭 밟지 마세요"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순식간에 우리를 포위했고 전 비교적 가장자리에 있어서 포위망이 구축되기 전에 간신히 빠져나왔습니다. 그러나 무리지어 가던 분들은 순식간에 고립되었고 그곳에선 어떤 기자도 없었기에 모두 다 연행됐습니다.

 

나는 외곽에서 지휘자로 보이는 사람에게 "지휘자 아저씨! 그냥 해산하고 인도로 가고 있잖아요. 왜 가두는 거예요. 풀어주세요"라고 외쳤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이 호위하던 전경에게 "잡아"라고 했고 나는 순식간에 양쪽 어깨를 잡힌 채로 무릎이 꿀리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연행될 뻔했지만 주변에 길 가던 분들이 비명을 지르며 "왜 그러냐?"고 해서 간신히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사방이 캄캄한 곳은 그들의 공간입니다. 어떻게 생긴 상처인지 모르지만 지금 몸 군데군데 멍과 상처가 들어있습니다. 왼쪽 검지손가락은 부어서 움직이기 힘든 상태입니다.

 

그 지휘자가 '잡아'라고 하는 순간 나도 연행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왕 연행되는 거 가급적 몸 성히 안 다치게 연행되자'라는 판단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어떤 보호장비도 걸치지 않고 맨살 맨몸인 저를 그들은 우악스럽게 잡아끌었습니다.

 

이런데도 일부 언론 매체(일부 언론매체라고 쓰고 '조중동'이라고 읽습니다)들은 '폭력시위', '과격시위' 문제에 대해서만 떠듭니다. 그들의 눈과 입은 이미 사실을 볼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유신시절, 5공 시절과는 다릅니다. 수많은 디지털 눈들이 '사실'을 생생하게 전 세계로 방송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보는 날카로운 눈을 가진 기자분들에 의해서 우리들의 소리는 살아 전달됩니다.

 

아무리 말해도 안 들으니 뛰쳐나왔습니다

 

인터넷에서만 외치니 이명박 정부는 '어디서 개가 짖나'라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조용히 말을 하니 상황의 심각성을 모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합니다.

 

그래서 눈에 띄어보고자, 우리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전하고자 계속 외쳤습니다. 그랬더니 시끄럽다고 강제로 잡아갑니다. 시청에서 한 경찰 지휘자가 '검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분이 '검거'하겠다고 하는 순간 우리는 졸지에 검거해야 할 '폭력배'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들은 2백 명이 되든, 2천 명이 되든 위에서 명령만 하면 다 잡아들일 것입니다. 그저 명령이니 잡는다? 위에서 '검거'하라고 했기에 잡아들인다는 식으로 자진해산한 시위대를 잡아가는 그들은 이미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춰버렸습니다. 그들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려면 잘못된 권력의 '주구' 노릇 하는 것을 그만 두어야 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가장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태그:#촛불집회, #촛불문화재, #촛불, #시위,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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