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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일폭포 지리산 쌍계사를 지나 불일폭포를 찾았습니다. 시원한 물줄기의 마력에 빠져보세요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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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에서 섬진강 줄기 따라 백리 벚꽃나무 들은 푸른 녹음터널 따라 가다보면 피부에 와 닿은 찜통더위는 어딜 가고 마음은 어느새 푸름에 젖어있다. 5일 재래시장, 영호남인들이 한자리에서 장을 보았던 시장이 이제는 전국 관광객들이 빠뜨리지 않고 찾는 매일시장으로 바뀌어버린 화개장터를 지나 쌍계사로 가는 길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유명세를 타는 길이다.

 

70여 년이 넘은 왕 벚꽃이 피는 4월이면 화사하게 피어나는 벚꽃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 섬진강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지리산 골짜기 따라 굽이굽이 흘러 내려가는 화개천을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깨끗해진다.

 

사랑하는 연인들이 손을 잡고 가면 결혼이 성사된다는 '혼례길'. 이 길 따라 가다 보면 전통고찰 '쌍계사'에 다다를 수 있다. 지리산 등산객들이 산을 오르거나 내려올 때 자주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매표소가 있는 작은 다리 지나자 계곡에서 '쏴~' 쏟아지는 물줄기가 시원스럽다. 쌍계사로 가는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편안한 마음이 절로 든다. 그래서 가끔씩 찾는 길이기도 하다. 불교음악 ‘범패’ 도장인 팔영루를 지나 대웅전까지 가려면 세 개의 문을 거쳐야 한다. 

 

‘일주문’은 속세를 떠나 불도에 들어서는 첫 번째 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금강문’과 ‘천왕문’은 지나야 대웅전에 다다를 수 있다. 대웅전 계단 아래에는 '진감선사대공탑비'가 천여 년의 긴 세월을 간직한 채 절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여 준다. 학창시절 국사 시험문제로 출제되곤 했던 만수산 성주사의 낭혜화상 백월보광 탑비와 더불어 통일신라 말 최치원의 4개 비문으로 유명하다.

 

신라의 고승 혜소의 공덕을 기려 세운탑비. 최치원이 직접 쓴 글씨로서 한나라 때 발생해 남북조시대 때 전성기를 누렸던 한문 문장 사륙변려문이라는 문체로 기록되어 있어 읽기가 어렵다고 한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기도 잠시, 대웅전은 한여름의 무더위에 아랑곳 않고 불공을 드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목탁소리와 함께 불경을 외우는 스님의 목소리에서는 불볕 무더위와 무관하다는 느낌이 든다. 무슨 공을 열심히 드리는지 궁금해진다. 혹 나도 드려야 할 공은 없는지, 드려할 공이 있는데 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보살님의 간절한 기도를 보면서 같은 시공에 있으면서 그들과 동떨어지진 내가 그 곳에 이방인처럼 서있는 것 같다.

 

대웅전 옆 큰 바위에 두터운 돋을새김으로 불상을 새기고 불상 둘레를 깊이 파내 작은 공간 실안에 모셔진 석불이 눈에 띈다.  마애불(磨崖佛)이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마애불이라고 한다. 부드럽고 자애로운 얼굴은 이방인처럼 서있는 나의 시선을 끈다.

 

"스님, 법명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갑작스런 질문에 스님은 허허 웃으시면 법명 같은 것은 없다고 한다. 석불에 대해 궁금증을 묻자….

 

"부처님 상으로 보면 부처님이고 자신의 상으로 보면 자신의 상이고 그렇지요."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할 수 있는 원만한 상이죠."

"인간으로서 가장 편안한 상태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상태가 중요한 거겠죠."

 

세상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하여도 다 싫다고 하여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 상태가 중요하다고 스님은 말한다. 쉽게 분위기에 편승하여 나를 잃어버리고 허상을 쫒아가면서 살고 있지는 않은지 새삼 생각하게 한다.

 

불일폭포로 발길을 돌리는 대웅전 계단 아래 수국이 가득 피었다. 부처님의 머리를 닮은 불두화인줄 알았는데 수국이라고 한다. 꽃잎은 엷은 보랏빛을 머금은 채 조용히 불경소리에 귀 기울이듯 다소곳이 조용히 피었다. 쌍계사 경내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면 불일폭포로 가는 길이 있다.

 

오솔길 따라 가다보면 숲속에서 불어오는 바람따라 향긋한 나무향이 코끝에 느껴질 때면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 길 따라 줄지어있는 나무 이름표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언제부터인가 숲속 있는 나무보다 나무의 이름이 더 궁금해졌다. 수목의 이름을 알수록 친근감이 더 느껴진다.

 

옻나뭇과에 속하는 붉나무, 느릅나뭇과에 속하는 팽나무, 산뽕나무, 느티나무, 합다리나무, 백동백, 가을 산을 붉게 물들게 한 당단풍나무, 짝자래나무, 산돌배나무, 참개암나무, 물개암나무, 콩과에 속하는 자귀나무, 사람주나무, 상처 난 가지나 잎에서 생강냄새가 나는 생강나무 등 다양한 수목을 만날 수 있어 좋다.

 

작은 계곡물을 건널 수 있는 나무다리와 오르막길을 걷다보면 이마와 등에 흥건히 기분 좋을 정도로 땀이 날 무렵이면 웅장한 폭포소리가 저만치 숲속에서 들려온다. 울창한 숲 때문에 폭포모습은 바로 보이지 않는다. 산막쉼터를 지나 산허리를 조금 돌아가다 보면 커다란 물줄기가 만들어 준 웅장하고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교향곡을 연주하는 불일폭포를 만날 수 있다.

 

청학봉과 백학봉 계곡이 만들어 낸 60여 미터의 물줄기는 장관을 이룬다. 마치 하얀 머리를 풀어헤치듯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은 가슴깊이 응어리진 한을 토하듯 속 시원하게 깊은 계곡 숲속을 향하여 토하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물줄기를 이루고서 산 아래쪽으로 유유히 흘러내려간다.     

 

불일폭포는 지리산 10경중 하나로, 고려 희종(1204~1211)때 보조국사 지눌이 폭포근처에서 수도하였는데 입적하신 후 희종은 시호를 “불일보조”라 내렸다고한다. 그 시호를 따서 '불일폭포'라 하였다고 한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의 하얀 포말처럼 매일 쏟아지는 스트레스와 더위를 불일폭포에 던져버리려 떠나볼까요.   

덧붙이는 글 | u포터에 송고했습니다.


태그:#불일폭포, #쌍계사,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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