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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만합창단
ⓒ 희망제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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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아니 찐다. 도시 전체가 대형 찜통 같다. 거기에 습도까지 높아 불쾌지수가 최고조에 이른다. 이런 날이면 자기 자신도 모르게 짜증을 부리기 일쑤다.

 

매일 아침, 일터 혹은 학교로 향하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싣지만, 꽉꽉 들어찬 사람들로 짜증만 증폭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로도 모자라 길까지 막히면 그야말로 제대로 짜증이다. 결국 따라오는 것은 지각이고 "일찍 일찍 다녀라"는 상사의 잔소리는 반갑지 않은 덤이다. 웃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찌푸려진 얼굴은 펴지지 않는다.

 

이렇게 짜증·불만 100%인 채로 계속 지내다간, 폭발하거나 속병이 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렇다면 이걸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짜증나니? 불만 합창 페스티벌에 참가해봐

 

방법은 있다. '불만 합창 페스티벌'에 참가하면 된다.

 

오는 10월 10일 서울 시내와 전북 익산, 전남 나주 등에선 개인적 불만과 사회적 불만을 넘어 지구적 불만까지 노래하는 '불만 합창 페스티벌'이 열린다. 희망제작소가 주최하고 <오마이뉴스>가 후원하는 이 페스티벌은 말 그대로 불만을 노래하는 행사다.

 

불만합창단은 2005년 영국 버밍엄에서 처음 조직됐다. 핀란드와 독일 출신 예술가 텔레르보 칼레이넨(Tellervo Kalleinen)과 올리버 코챠 칼레이넨(Oliver Kochta-Kalleinen)는 '불평·불만이 보편적이니만큼 어디서든 불만을 합창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불만합창단을 조직한 것.

 

이후 핀란드 헬싱키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독일 함부르크 등에서도 합창단이 조직됐고 각 불만합창단의 동영상이 인터넷으로 퍼져나가면서 미국 시카고, 싱가포르 등 세계 각지에 불만합창단이 생겨난 것이다.

 

불만합창단의 취지는 서로 모여 자신의 불만을 이야기하고 내 이웃의 불만을 듣고 이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 각지 사람들은 어떤 불만을 이야기할까? 한 번 들어보자.

 

나만의 불만인 줄 알았는데, 다 비슷하네

 

"재활용은 시늉만 내지, 딱 어쩔 수 없는 만큼만~ 차는 줄섰지, 카풀 따윈 안 해, 발밑에는 가래침과 쓰레기 불평해도 불평해도 모자라." - 영국 버밍엄 불만합창곡 가사 일부

 

"아침이면 일하러 가고, 밤이면 집으로 오지. 계속 이러다간 미쳐 버릴 거야. 여자는 아직도 남자보다 월급이 적어! 이건 불공평해!" - 핀란드 헬싱키 불만합창곡 가사 일부

 

"내 마음은 꽉 차 있으나 내 지갑은 비어있네. 다들 차 막히면 내 앞마당을 지름길 삼아 지나가네."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불만합창곡 가사 일부

 

"왜 학교는 이렇게 아침 일찍 시작해? 왜 숙제는 이리도 많아. 체육 시간 마치면 샤워를 해야 해! 학교에선 자꾸 방귀 냄새가 나!" - 핀란드 포이킬락소 불만합창곡 가사 일부

 

불만합창곡 가사를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맞아, 맞아'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른 나라의 불만이지만 우리와 동떨어진 생활의 불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사에는 불친절한 버스 운전자, 상태가 안 좋은 바나나, 느려터진 컴퓨터, 많은 양의 숙제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부터 사회·정치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불만들이 들어있다.

 

어느 정도 불만합창단에 대한 감이 온다면, 참가 신청을 해보자. 이번 행사를 주최하는 희망제작소는 지난 1일부터 불만합창단 홈페이지를 통해 불만합창단 단원 참가 신청을, 4일부터 Daum아고라를 통해 불만을 접수받고 있다. 13일까지 게시된 불만은 60여개이고, 그 중 4일부터 10일까지의 베스트 불만을 공지하기도 했다.

 

불만을 노래하고 싶다면, 합창단 참여도 가능

 

자기가 올린 불만을 목이 터져라 불러보고 싶은 사람은 합창 단원으로 신청하면 된다. 자격 조건은 아무 것도 없다. 누구라도 참여 가능하다. 단원으로 참가하고 싶은 이들은 불만합창단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오는 31일까지 주최 측으로 보내면 된다. 주최 측은 이들을 지역에 따라 분류해 연결해준다. 이후 9월부터는 각 지역별로 불만합창단원들이 모여 불만 분류, 가사 정하기, 노래 만들기, 노래 연습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9월중엔 불만 노래 가사 선정을 위한 온라인 토론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 행사와 관련해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사람마다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에 불만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자기 공동체에 대한 희망을 풀어내는 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불만합창단이 그러한 장을 평화적이고 재미있게 이끌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전환시키려고 하지만, 빠르게 전환되지 않고 있는 점이 불만"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불만에 동감은 하지만 각자가 말하는 불만은 각양각색이다. 나의 불만은 무엇일까? 엄마, 아빠의 불만은 무엇일까? 친구의 불만은 무엇일까? 불만을 속 시원히 이야기하고 내 주변의 불만은 무엇인지 들어보고자 한다면 불만합창단 홈페이지를 클릭하자!

 

불만을 이야기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 불만을 이 기사의 댓글로 남기면 기사에 반영할 예정이다. 또 <오마이뉴스> '엄지뉴스'(전화번호 #5505)로 불만 가사가 담긴 문자와 사진을 보내거나, 직접 작사·작곡한 불만 노래를 폰카 동영상으로 담아 보내면 된다.
 

"키가 쪼매난 사람은요, 버스 타면 맨날 발이 들려요"

'불만합창단 홈페이지'에 접수된 불만 일부

"키가 쪼매난 저 같은 사람은요. 버스 타도, 지하철 타도, 맨날 맨날 '발이 들려요!' 그래서 의자에 엉덩이 붙이고 못 앉고 의자에 걸터앉아서 '꼬리뼈'가 아파요~ 키 큰 사람이 앉았을 때 다리를 너무 구부려야하지 않는 선에서, 키 작은 사람들에 맞춰서 공공장소(버스, 지하철, 그 외 공공장소) 의자 높이를 좀 낮일 수 없을까요?" - 옥제비님의 불만 중 일부

 

"아이스크림 먹고 막대 버리려면 아주 한참을 찾아 헤매야 하네. 자판기 옆에 컵홀더만 있을 뿐 왜 쓰레기통을 치워버린 거야!! 심지어 자판기에서 뽑아먹은 캔 음료도 빈 깡통 버릴 데가 없네. 집에까지 가서 버리라는 거야? 오 쓰레기통이여~ 제발 눈 돌리면 그곳에 있어줘. 제발. 예전처럼." - 좀더님의 불만 중 일부

 

"서울의 보도블럭은 틈이 참 많아~ 힐만 신으면 내 발길을 강하게 물고 안 놓지" - 자일리톨님의 불만 중 일부

 

"드라마에서는 손만 들면 잡히는 택시가 비오는 날 아기업고 가방 들고, 우산 든 상태에서 잡으려면 그놈의 택시 귀하기도 하지! 드라마에서는 쭉쭉 잘만 달리던 도로가 나만 나서면 주차장이 되는 건 일쑤야~!" - 행복한 바보님의 불만 중 일부

 

"마치, 행복하면 벌 받는 나라에 사는 것 같아요. 시장에서 장사하는 아줌마도, 버스 운전하는 아저씨도,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들도, 교실에서 가르치는 선생들도, 공원에서 바둑 두는 할아버지도, 은행에서 마주치는 아가씨도, 심지어는 유치원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조차도!" - 초란군님의 불만 중 일부

 

"수학여행 한번 가면 용인 에버랜드, 더운 여름에도 여자는 웃통도 못 벗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언어 쓰면서도 영어 배우고 좋은 거는 서울에서만 열리고. 지하철에서 좋은 일하면 돌아오는 건 뺨따구가 벌게지는 거. 버스에서 자리양보하면 왠지 뻘쭘한 건 나뿐인가. 세상에는 미인만 예뻐하면 남은 여자는 어떻게 살라구. 촛불 들고 평화 시위해도 돌아오는 건 물대포 한 방뿐. 하, 세상 살기 참 힘들다 그치?" - 류희님의 불만 중 일부

 

"각종 카드 포인트 사용 기간 있어 언제 나 모르게 없어지는지. 지금 사는 카레엔 쇠고기 첨가물이 들어 있는지. 눈 안 좋은 아빠가 잘못 보고 사는 건 아닌지." - 육님의 불만 중 일부

 

"사무실에서 에어컨 안틀어줘도 괜찮아요♬ 나에겐 부채질을 할 수 있는 튼튼한 팔이 있으니까요♬ 밥값만 주고 일 시켜도 괜찮아요♬ 집에서 부지런히 도시락 싸오면 되니까요♬ 컴퓨터 버벅거려도 괜찮아요♬ 저장되는 동안 화장실 갔다 오면 되니까요♬" - 리리님의 불만 중 일부

덧붙이는 글 | 정미소 기자는 <오마이뉴스> 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불만합창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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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 활동을 통해 '기자'라는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가고 싶습니다. 관심분야는 사회 문제를 비롯해 인권, 대학교(행정 및 교육) 등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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