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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도 멀고 똥오줌도 잘 못 가리는 어머니가 계실 곳은 결코 서울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나는 어머니에게 파란 하늘도 보여 드리고 바위와 나무, 비나 눈, 구름도 보여 드리려고 한다. 어머니가 철따라 피고 지는 꽃도 보시고 시시각각 달라지는 계곡의 바람결도 느끼시고 크고 작은 산새들이 처마 밑까지 와서 노닥거리는 것도 보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2008년 우수문학도서로도 선정된 전희식·김정임 공저(共著)의 <똥꽃>(그물코 刊)의 33페이지에 나오는 구절이다.

 

나이가 오십 줄에 들어서고 보니 이따금 더 늙어졌을 때의 우리 부부 삶에 대하여 고민하곤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지은 지가 20년도 더 된 누옥(陋屋)이다. 단열재를 안 쓰고 집을 짓는 바람에 겨울엔 퍽이나 춥다. 그래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거실엔 연탄난로를 놓았는데 그 덕분에 더 추운 겨울이 도래해도 큰 걱정은 없다.

 

아무튼 이 집은 내 집이 아닌 관계로 언젠가는 비워주고 이사를 가야 한다. 지금의 생각으론 충남 금산군이나 충북 옥천군 방향으로 이사를 갔음 하는 것이다. 농사를 짓다 이사를 간 빈 집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러한 집을 수소문하여 내가 손수 리모델링을 하여 살고 싶은 때문이다. 그러한 집의 곁에 조그만하나마 텃발이라도 있다면 동가홍상이리라.

 

거기서 손수 기른 채소로 반찬을 해 먹고 밤이면 쏟아질 듯한 별을 바라본다면 이보다 더한 목가적인 풍경이 또 어디에 있으랴. <똥꽃>은 스스로를 농부라고 자처하는 저자가 거동이 불편하신 팔순의 노모를 모시고 살면서 벌어지는 시골 일상의 질펀한 이야기가 읽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제목에서도 이미 눈치챌 수 있듯 이 책의 저자는 먹거리의 거개를 손수 농사를 지어 해결한다. 한 마디로 슬로푸드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어렸을 적엔 모두가 공기 맑은 환경과 아울러 주변에서 기른  채소류로 만든 반찬을 먹고 자랐다. 된장과 고추장 역시 어머니와 할머니의 합작품으로 빚은 걸로만 먹었다.

 

그러했기에 당시엔 성인병이란 게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과 초등학생에게서도 성인병의 증상이 보인다고 하니 참으로 심각하고 우려스런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고 살면서 기록한 수필집이기에 그 효심(孝心)만으로도 갈수록 효심이 증발되어 가는 이 즈음에 던지는 화두 또한 만만치 않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선택한 슬로푸드의 농촌생활은 결국 현대의학마저 그 치료를 포기한 노모의 치매까지를 거뜬히 치유하는 마력으로 도출된다. 이 책이 저자와 저자의 모친 공저(共著)로 되어 있는 건 다 까닭이 있다. 늙고 병든 노인 부모를 심지어는 방기까지 하는 비정한 세태에서 저자는 하지만 모친을 진실로 사랑하고 존경한다.

 

또한 언제나 큰절로 인사를 드리는 등의 효자로서도 충실함에 평소 어머니의 말씀 한마디조차 허투루 흘려듣지 않는다. 하여 이 책이 이처럼 어머니와 아들의 공동이름으로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효자 농부가 치매 어머니와 함께 한 자연치유의 기록인 <똥꽃>은 누구라도 읽으면 가슴 찡한 감동의 마중물로 다가온다.

첨부파일
DSC01854.JPG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했습니다


똥꽃 - 농부 전희식이 치매 어머니와 함께한 자연치유의 기록

전희식.김정임 지음, 그물코(2008)


태그:#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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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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