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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한국사회'~이주민이 말하는 한국사회~1부
ⓒ 야마다다까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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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1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이하 이주민의 날)'이었다. 충남 천안에서도 '이주민의 날'을 맞아 이주여성인권연대 등의 주최로 '야!한국사회'~이주민이 말하는 한국사회'라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12명의 이주민들이 한국사회에 하고 싶었던 말을 하는 것으로, 일본 출신 결혼 이민자인 나도 참여하게 됐다. 나는 한국 이주노동자 인권센터에서 진행한 '다문화 강사 양성강좌'를 함께 수강했던 필리핀 출신 결혼 이민자 빌마 파티완씨와 한국사람이지만 파키스탄 남편을 둔 박영금 다문화 가정 지원 팀장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이날 행사장에선 베트남, 필리핀, 카자흐스탄, 스리랑카, 일본, 중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10여명의 이주민들이 한국사회에 바라는 점,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행사 당일날 찍은 동영상을 편집하느라, 좀 늦었지만 다시 봐도 좀 새롭게 다가온다. 특히 1부에 이야기를 한 박재신씨가 인상 깊다. 박씨는 간호사로서 독일로 이주노동을 하러 간 사람인데, 그곳에서 이주노동을 하다 독일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따기도 했다고. 자신도 타국에서 경험을 했기 때문인지, 행사장을 찾은 이주여성들을 바라보는 눈이 따뜻했다.
 
이날 1부 마지막 이야기는 나와 함께 동행한 빌마 파티완씨가 했다. 사실 나와 그는 7년 전부터 아는 사이였다. 하지만 중간에 이사를 가게 된 것. 그러던 중 '다문화 강사 양성 강좌'를 수강하면서 4년만에 재회했다. 그녀는 2007년, 남편을 암으로 떠나보냈다. 그 후 남편이 떠난 충격으로 치매 증세를 보이는 시어머니와 아이 셋과 함께 살고 있다. 가끔 그런 그의 모습이 가슴아프기도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새해를 맞아 그녀에게 인사도 할 겸, 전화를 걸어봤다.

 

'다문화 가정'이며 '한 부모 가정'이라는 것의 어려움

 

▲ '야!한국사회'~이주민이 말하는 한국사회~2부
ⓒ 야마다다까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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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작년의 12월의 이야기지만 천안시에서 '야! 한국사회'에 참가한 소감부터 알려주세요. 사람들의 앞에서 스피치 잘 하셨지만 긴장되지 않았어요?

"조금 긴장했지만 '내 이야기가 다문화 가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이라는 생각으로 참가 했어요. 내 그런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 또 작년에 사회복지법인 '한국사랑밭회'가 주최한 다문화 캠프에 참여한 계기로 '다(多)사랑 후원 캠페인'의 도움으로 7년만에 필리핀 고향에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네. 그렇지요.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어요. 할아버지를 만나서요. 오랜 기간 필리핀의 친정에 가지 못하자 남편은 '2008년에는 꼭 필리핀 친정에 보내줄게'라고 약속했지만 2007년에 임파선암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면서 이 계획을 접어야 했고 그동안 속상했던 마음을 캠프 마지막 날 친정 아버지에게의 '눈물의 편지'에 썼어요.

 

'남편 살아 있을 때 2008년에 필리핀 간다고 했어요. 우리 남편 약속을 못 지켰어요. 아이들 아빠가 가면서 정말 많이 힘들고…. 아이들은 영어와 타갈로그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필리핀에 가면 할아버지와 이야기하고 싶어해요. 아버지, 우리 필리핀 갈 때까지 꼭 건강하셔야 해요'라는 내용인데요. 그 후 사랑밭회는 격월간 소식지나 온라인 '사랑밭 새벽편지'에 내 사정을 소개하고 '빌마 타파완씨에게 필리핀행 티켓을 선물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다(多)사랑 후원캠페인'을 해주셨어요.

 

필리핀의 고향(루손섬 북부에 위치한 이사벨라)에서 오래만에 가족과 친족, 동내 사람들과 만나면서 마을 잔치도 하고 그 모양을 사랑밭회에서(파견된 직원이) 촬영도 해주시고 DVD도 만들어주셨어요. 신장병으로 투병 중였던 아버지도 치료를 잘 받았고요. 이제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어요. 이 같은 기회를 만들어 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며 앞으로 우리가 받았던 이 최고의 선물을 다른 이에게도 꼭 나누어 주기 위해서도 더 열심히 살아야 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 다문화 가정으로서, 학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피부색이나 외모가 다르기 때문에 학교 들어가면서 친구들의 놀림의 대상에 될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올해 4학년에 될 큰 딸은 그런 놀림을 극복하며 공부도 잘하고 상도 받았어요. 그러면서 친구들도 생겼고요. 그러나 작년에 1학년이 된 둘째 딸 같은 경우 보기에도 이국적으로 생겼기 때문에 친구들이 '너의 엄마 외국인이지!'라고 놀린다고 해요. 한 번은 어떤 남자애가 신발가방로 때려 얼굴에 상처가 남았던 일도 있었어요. 아이가 '학교 가기 싫어. 엄마가 외국인이기 때문이야!'라며 우는 모습을 보면 참 속상하고 마음이 아파요. 우리 같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차별 받는 일이 생기지 않게 학교선생님께서도 신경을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 앞으로의 다문화 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리는 '다문화 가정'이기도 하지만 2007년에 남편을 잃은 후에 '한 부모가정'이 되면서 아이들 마음에 상처가 커요.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 막내는 아빠가 참가하는 수업이 있을 때면, '우리는 왜 아빠도 없어'라고 짜증내기도 하고 속상해 해요. 이런 다문화 가정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며 도움을 줄 프로그램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뭔보다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살릴 교육이 중요하다

 

▲ '야! 한국사회'~이주민이 말하는 한국사회~3부
ⓒ 야마다다까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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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빌마씨와 처음에 만났을 때 인상 깊었던 것은 '아주 사이가 좋은 부부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4년만에 다문화 강사 양성 강좌에서 그를 만났을 때, 그녀가 남편을 잃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너무 젊은 나이에 남편을 떠나보낸 그녀를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거기다 그녀의 아이들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괴롭힘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더 마음이 아팠다. 그녀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아직 다문화 수업도 없단다. 그 학교에도 하루 빨리 다문화 수업이 생겨 아이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줄여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어른들부터 바뀌어야 한다. 빌마도 외모만 다를 뿐 귀화한 한국 사람이고 그녀의 자녀들도 외모만 다를 뿐 한국 국적을 가진, 소중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을 어른들부터 인정해야 한다. 그런 사회가 돼야 아이들도 바뀐다.

 

여러까지 어려움이 있었더라도 이번에 그녀와 아이들을 필리핀 친정에 보내준 따뜻한 한국사회의 힘을 믿고 감사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e조은뉴스 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주민, #한국사회, #다문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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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이주민영화제(MWFF) 프로그래머 참여 2015~ 인천시민명예외교관협회운영위원 2016~ 이주민영화제 실행위원 2017.3월~2019 이주민방송(MWTV) 운영위원 2023 3월~ JK DAILY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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