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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던 모습.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던 모습.
ⓒ 엄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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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4월 말, 나는 4주간의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인구가 700명도 안 되는 경북 의성의 한 오지마을에 신임 공중보건의사로 배치되었다.

의대 졸업반 시절까지 <오마이뉴스>에 축구 기사를 주로 써오던 나는 시골 생활이 주는 무료함과 무사안일함에 빠져 있었다. 게다가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는 과거의 여자친구는 시골 공보의의 생활을 더더욱 적막하게 만들었다.

보건지소 앞에 흐르던 개울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애국가가 나올 때까지 TV를 보기도 했으며, 밤을 새워 컴퓨터 게임에 매진하기도 하였다.

시민기자가 일깨워준 열정

그렇게 무료한 생활을 보내던 어느 날 진료실에서 인터넷 포털에 제휴된 신문을 보던 중 <오마이뉴스> 스포츠 시민기자들이 쓴 주옥같은 기사들을 만나면서 예전의 열정이 되살아났다. '그래 다시 기사를 써보자!'

2007년 6월 19일 'U-17 축구대표팀, 아이티에 2-0 승'이라는 단신 기사를 시작으로 '쓰러진 김남일의 공백 어떻게 메우나' 는 분석기사까지 단번에 올렸다. 일부 언론과 네티즌들이 김남일 선수에 대해 '부상투혼'을 발휘할 것을 주문했고, 나는 '부상투혼'은 대표팀과 선수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김남일 선수의 부상을 의학적으로 어떻게 연결시켜 잘못된 언론의 보도를 바꿔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왜 김남일 선수는 쓰러졌을까?'라는 제목으로 초벌 기사를 올렸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생나무'.

나는 당장 <오마이뉴스> 편집부에 내 잘못은 돌아보지 않고 '겁도 없이' 항의하기 위해 전화기를 들었다. 통화 상대는 편집부 상근 기자인 유창재 기자님이었다.

<뉴스 속 건강>, 빛을 보다

첫 <뉴스 속 건강> 기사가 된 김남일 선수의 스포츠 헤르니아
 첫 <뉴스 속 건강> 기사가 된 김남일 선수의 스포츠 헤르니아
ⓒ 엄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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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다시 보아도 기사로서 별로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첫 건강 기사는 기사라기보다는 그냥 설명문일 뿐이었다. 그러나 유창재 기자님은 다듬어지지 않은 나의 기사에서 가능성을 보았던 것 같다.

기사의 방향에 대해 몇 번의 통화를 하고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생각들이 체계적인 기사의 색깔을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뉴스 속 건강>의 첫 작품 '김남일 선수는 왜 쓰러졌을까?'가 빛을 보게 되었다.

첫 기사의 반응은 의외로 좋았고, 유창재 기자님도 크게 격려를 해주었다. 그리고 1주일에 1번씩 '뉴스' 속에 숨어있는 '건강'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 기사를 쓰기 시작하였다.

<뉴스 속 건강> 기사를 하나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비교적 길었다. 보통 2~3일 정도는 신문과 전공 서적을 펼쳐가며 비교해야 했고, 권위 있는 교수님의 도움말을 얻기 위해 전화통을 붙잡고 1시간 이상 씨름하기도 하였다. 편집부에서도 많은 격려를 해주었지만, 날카로운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그러나 <뉴스 속 건강>에 투자하는 시간은 행복했다. 내가 쓴 기사로 인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가 좀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뉴스 속 건강>, 세상과 다리를 놓다

<뉴스 속 건강>으로 인해 무료했던 공보의 생활은 바빠졌다. 마치 어미가 자식을 돌보듯 나는 <뉴스 속 건강>을 돌보기 시작했고, 덕분에 그해 8월, '7월의 뉴스게릴라'가 되었다.

SBS에서는 기사를 보고 취재차 내가 있는 오지마을까지 방문을 하였고,  KBS 원주 방송국에서도 <뉴스 속 건강이야기>라는 주제로 2008년 1월부터 매주 한 번씩 현재까지 방송하고 있다.

기사를 보고 연락한 헬스로그 운영자 양광모 선생님(2008년 다음블로거 대상 수상)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의사 출신 블로거들이 연합해 만든 '닥블'의 창단 멤버가 되었고, 오프라인을 통해서도 전국의 많은 선생님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듬해 2008년, <오마이뉴스>로부터 영광스러운 '2월 22일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오마이뉴스> 때문에 생긴 가장 행복한 일

<오마이뉴스> 덕분에 결혼에까지 골인하게 되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오마이뉴스> 때문에 생긴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닐까?
 <오마이뉴스> 덕분에 결혼에까지 골인하게 되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오마이뉴스> 때문에 생긴 가장 행복한 일이 아닐까?
ⓒ 엄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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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음 한 곳에는 허전한 구멍이 뚫려 있는 것 같았다. 추위가 가시기 시작한 작년 비록 대외적으로는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마음 한구석을 채워줄 누군가가 절실한 때 한 여성을 만났다.
선한 인상의 그녀와의 첫 만남은 즐거웠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것은 의문이었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두 번째 만남 이후 우리는 만남을 지속해왔고, 결국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인 오늘 결혼을 한다. 그런데 <오마이뉴스>가 왜 천생연분을 맺어줬느냐고?

나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나서 나의 신부는 원래 만날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첫 만남에서 내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에 나의 발자취를 찾아보았고, 김귀자 기자가 쓴 뉴스게릴라를 찾아서 "생나무 충격에 1년 6개월 만에 다시 기사 썼어요"를 보게됐다.

"그 기사를 보고 첫 만남에서의 이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지요."

시골 마을 어르신들과 잘 어울리는 푸근한 모습에 다시 한 번 만날 생각을 했던 그녀. 오늘 결혼하는 나의 신부가 내게 건네준 청혼의 비밀이었다. 오늘은 내 인생에 있어서 <오마이뉴스> 때문에 생긴 일 중 평생 기억에 남을 날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 엄두영 기자는 오늘(14일) 1시 결혼식을 잘 마쳤습니다.

'오마이뉴스 때문에 생긴 일' 응모글



태그:#오마이뉴스, #결혼, #뉴스 속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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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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