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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현민의 이매진]돼먹은 여자 김현숙을 만나다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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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돼먹은 영애씨> '영애씨' 김현숙.
 <막돼먹은 영애씨> '영애씨' 김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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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알고 보면 돼먹은 여자예요."

'출산드라' 또는 '영애씨'로 잘 알려진 배우이자 개그우먼 김현숙씨가 <오마이TV>와의 인터뷰에서 던진 첫 마디이다. 그의 짧고 굵은 한마디에서 '막돼먹은 영애씨'로 세상을 살아가기가 녹록치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의 본명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유명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개성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굳어진 이미지 덕분에(?) '김현숙'이라는 이름 대신 '출산드라' , '영애씨' 등으로 불리고 있다.

<탁현민의 이매진> 9번째 손님은 영화배우, 연극배우, 개그우먼, MC 등 모든 방송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김현숙이었다. 20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1시간 동안 <오마이TV> 스튜디오에 녹화된 '토크쇼'에서 김현숙은 '영애씨'다운 호탕한 말투로 일에 대한 열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지난달 방송된 <탁현민의 이매진- 개그맨 박준형편>에서 박준형이 밝혔듯이 김현숙은 연극배우 출신이다. 연극을 하던 김현숙은 우연한 기회에 박준형에게 발탁돼 <KBS 개그콘서트>의 '출산드라'로 데뷔하게 됐다.

"98년도쯤 부산 경성대학교 연극영화과에 다니고 있었는데, 캠퍼스 최강전이라고 하는 장기자랑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과대표로 장기자랑을 나간 모습을 보고 박준형씨가 개그를 해보자고 했어요. 그런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방송국에 갔다가 다시 부산으로 돌아오면 더 큰 상처를 입어 다른 일을 못할 것 같아서 거절했어요."

김현숙에게 개그우먼이라는 직업은 운명이었을까? 1998년으로부터 6년 후 그는 다시 한 번 박준형을 만났다.

"그로부터 6년 후 서울에 올라와서 뮤지컬 오디션을 보고 (극단에) 들어갔어요. 그때 개그맨 김지혜씨가 저를 보고 박준형씨에게 '나보다 더 정신이 이상한 여자가 있다'고 이야기 했나 봐요.(웃음) 그때까지 박준형씨가 저를 기억하고 계셔서 설득을 당했는데 3번 정도 거절했어요. 왜냐면 이 나라는 이분법이 너무 강하고, 많은 분들이 무엇으로 먼저 시작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요. 고민을 하다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개그를 안 하는 게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주름이 아름다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개그콘서트>에서 '출산드라'라는 캐릭터로 '대박'을 터뜨린 김현숙은 그 이후 영화 <미녀는 괴로워>와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통해 영화배우로도 인정을 받았다. 또 Olive 채널 <연애 불변의 법칙> MC로서도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엔터테이너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김현숙의 꿈은 무엇일까. 그의 꿈은 의외로 소박했다.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주름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주름은 그 사람의 인생의 앨범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늙어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배우가 되고 싶어요. 또 <막돼먹은 영애씨>를 시작할 때 이 드라마를 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과 힘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즌5까지 오다 보니까 자만한 생각인 걸 알았어요. 지금은 (제 드라마를 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봅시다'라는 걸 전달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김현숙은 종종 동료나 기자들로부터 캐릭터가 너무 강해 발전이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달랐다.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는 건 '출산드라' 때부터 있었어요. 처음부터 '출산드라'가 너무 강해서 어떤 사람은 대놓고 '넌 앞으로 아무것도 못해'라고 말한 적도 있었죠. 그러나 남들이 뭐라고 해도 내가 다른 걸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자만할 만한 실력은 아니지만 자신감은 항상 잃지 않았어요. 남들이 다 아니라고 해도 제 스스로가 믿음이 있을 때는 별로 겁날 게 없었던 것 같아요."

"긍정적으로 보면, 너무나 강한 캐릭터를 해봤기 때문에 다른 것을 했을 때 더 수월하게 하지 않을까요. <막돼먹은 영애씨> 같은 경우도 '겨털' 깎는 장면, 기저귀를 차는 장면, 노상방뇨 등도 있었는데요.(웃음) 여배우든 남자배우든 간에 그 역할에 충실한 게 배우죠. 어떤 장면에서 '예뻐 보여야지'라는 생각을 가진 배우는 별로 아름답지 못하다는 저만의 기준이 있기 때문에 거리낄게 없어요."

"세상이 막장이니까 이런 드라마가 나왔겠죠"

▲ [탁현민의 이매진]돼먹은 여자 김현숙을 만나다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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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김현숙을 다시 배우 김현숙으로 돌려놓은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는 벌써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이했다. 김현숙은 극중에서 뚱뚱하다는 이유로 무시받지만 언제나 당당한 '영애씨' 역으로 출연한다. 극중 '영애씨'에 대한 편견이 현실에서도 나타날까?

"이 드라마 자체가 편견에서부터 시작됐어요. 이 드라마에는 편견에 반하기 위한, 한편으로는 편견을 인정한다는 의미도 들어있어요. 일단 '이영애'라는 이름이 배우 이영애씨와 같아요. 예를 들면 은행에 갔을 때 '이영애'라고 이름을 부르면 모두 쳐다보지만 얼굴을 보고 '뭐야' 라고 하는 편견이 있을 수 있어요. 또 직장 상사들이 뚱뚱한 여자들에게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인식, 속된말로 '갈군다'는 거죠. 이런 부분들이 현실에서도 가장 심하다고 생각해요."

<막돼먹은 영애씨>가 '막장 드라마'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사회자 탁현민 교수의 말마따나 '막장 드라마'는 '막장 세상'을 표현한 것일 뿐이다. 김현숙은 '막장 드라마'에 대해 "세상이 더 막장이니까 이런 드라마가 나온 것 아닌가"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인데 세상이 심하니까 이런 드라마가 나왔겠죠?(웃음) 겉으로 보여지는 '영애' 캐릭터는 할 말 다하고, 힘들면 폭력이나 육두문자를 날려줘요.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리디 여린 '돼먹은 영혼'이 들어있는 것 같아요. 영애라는 캐릭터는 매우 매력적이죠."

"'영애'로 살려고 노력... 페미니스트는 아냐 "


"처음에는 작가들과 많이 싸웠어요. 누구나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지만 이왕이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보려고 많이 세뇌하는 편이거든요. 처음에는 '내 자신은 너무 못났어. 직장은 힘들어'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작가에게 물었더니 작가는 '내가 봐도 현숙씨는 다른 이들에 비해 콤플렉스가 덜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건 알겠다. 그러나 우리 현실의 30대 여성들이 다 당신 같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몰입을 해서 많은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그 말을 듣고 바로 교만을 버리고 영애로 살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그렇다면 '출산드라'로 성공한 개그우먼이 공중파로 떠나 케이블 드라마 '영애씨'로 나타난 이유는 무엇일까.

"개그를 하면서 제 스스로 한계가 온다는 걸 느꼈어요. 개그 자체에 한계라는 건 없지만 조금 쉬었다 해도 되겠다고 판단했어요. 공중파와 케이블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작품인가가 중요했던 것 같아요."

"드라마나 영화는 반응이 늦게 오는데 개그콘서트라는 곳은 바로바로 기를 받고 와요. 나라는 존재로 등장만으로 사람들이 좋아해 주잖아요. 개그콘서트 특집 때마다 가는데 갈 때마다 희열이 느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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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숙은 페미니스트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김현숙의 그동안 활동을 보면 페미니스트라는 이야기를 들을 만도 했다. '출산드라'로 출산을 장려했고, '영애씨'로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남성들을 혼냈다.

"어떤 기자분이 인터뷰를 하러 오셨는데 저를 페미니스트로 알고 있더군요. 근데 생각해보니까 데뷔도 (출산을 장려하는) '출산드라'였고, <미녀는 괴로워>, <막돼먹은 영애씨>에서의 역할도 그랬죠. 그래서 '난 페미니스트인가'라는 생각을 했죠.(웃음) 저번에는 홍석천씨와 안티 포르노 페스티벌에서 MC를 본적도 있어요. 페미니즘에 입각해서가 아니라 사회활동과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싶어요."

또 그는 TV에서 사라진 풍자와 정치 개그에 대해서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저는 (풍자와 정치 개그를 하는 것이) 좋죠. 저는 아직까지는 도전을 많이 즐겨야 하는 나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 이쪽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혼자서 하고 싶어서 되는 건 아니에요. 하고 싶어서 하는 것 보다는 선택되어야 하는 면이 많기 때문에 고민과 섭섭함이 많죠."

덧붙이는 글 | 김환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기자입니다.



태그:#김현숙, #출산드라, #막돼먹은 영애씨, #영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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