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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전 보건 복지부 장관의 시
 유시민 전 보건 복지부 장관의 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하면 당연히 노란색이 떠오른다. 아마도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언제나 그를 지지할 때 사용하는 색이 노란색일 뿐더러 그의 성이 '노(盧)'로 시작되어서 일 것이다.

사실 노란색은 현대에 이르러 대개 부정적, 경멸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고 있다.  'yellow dog contract(黃犬契約: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조건하의 노사간의 고용계약)', 'yellow journalism(선정주의)'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아무래도 세계화되면서 의미의 표준이 동양 쪽 전통보다는 서양 쪽 전통의 따르는 것으로 일반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동양에서는 노란색이 임금, 황제 등을 나타내며 긍정적 의미를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 2002년, 2003년을 기점으로 노란색의 의미가 새로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노란색 =가능성, 변화, 개혁 그리고 희망"

노 전 대통령의 기적적인 대통령 당선이 그 시작이었다. 지방 출신, 빈농의 아들, 고졸, 인권변호사, 재야 정치인, 만년 야당. 이 모든 것들의 총합을 상징하던 노 전 대통령이 16대 대선에서 당선된 것이다. 이때부터가 아마 노란색이 희망, 가능성, 변화를 상징하기 시작한 시점일 것이다.

다음으로 노란색이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탄핵 무효 촛불 집회 때다. 당시에 87년 민주화 이래 가장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서울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리고 그 때 그들의 손에는 노란 촛불, 노란 풍선, 노란 손수건이 들려 있었다. 여기서 노란색은 단순히 기대와 희망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 자발적 민중의 힘, 깨어있는 국민 의식, 스스로 만들어가는 변화, 개혁 그리고 불의에 대한 항거를 상징하기 시작한다.

즉, 이 시점부터 노란색은 단순히 노무현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개혁, 변화에 대한 국민적 의사표현의 수단, 상징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때가 그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노무현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정의와 세상의 변화를 꿈꾸며 노란 촛불을 들고 자발적으로 나온 것이다. 이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상관없는 일이든 상관있는 일이든 모든 대한민국의 사건 사고에서 변화가 필요하고 희망이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노란' 촛불이 불타올랐다.

희망이 필요할 때면 어김없이 '노란' 촛불이 불타올랐다

6.10 항쟁 기념일인 10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일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 행진을 하고 있다.
 6.10 항쟁 기념일인 10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일대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며 촛불 행진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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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서거하였다. 사람들은 슬픔과 충격 속에서 그와 노란색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400만이 넘는 자발적 추모객이 모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만큼 국민들은 함께 꾸었던 노란 꿈, 무모했지만 설렜던 그 꿈을 그리워하는 것이다. 생전의 그의 영상에서 그가 말했던 것처럼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한 번도 권력에 맞서 권력을 쟁취한 적이 없던 국민들이 그와 함께 시작되었던 노란색의 변화를, 희망의 '노란' 이미지를 다시금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그에게서 처음 시작되었지만  그와 잠시 분리되어 홀로 존재하는 듯 보였던 노란색이 다시 그와 그를 기억하는 국민들과 함께 '더 밝은' 노랑으로 새롭게 빛나고 있다. 그의 제2의 고향이었던 인터넷 공간에서는 새로운 '노란 변화'가 목격되고 있다. 자성의 분위기 속에서 성숙한 시민의식이 싹트고 있는 것이다. 그는 고인이 되었지만 그가 남긴 '노란색', 그 변화와 개혁의 찬란한 유산은 더 빛나게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에게서 시작되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서 완성, 재탄생된 대한민국의 '노란색'은 더이상 부정적 의미가 아니다.

29일 그의 영결식에서 유시민 전 보건 복지부장관은 노란 넥타이를 맨다고 한다. 사람들에게 노란색은 이제 '변화'인 것이다.


태그:#노무현 서거, #노란색, #노란 넥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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