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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는 메뚜기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고 있는 메뚜기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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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르르르륵~"
"스르르르륵~"

조용하던 숲이 언제부터인가 이 소리로 점령이 된 듯 하다. 하지(夏至, 21일)가 지나고부터 들려 온 듯싶다.

광양 가야산(497m) 오르는 길. 산을 자주 찾은 덕분에 숲속의 작은 변화도 금방 알 수 있다. 점점 늘어나는 산행인들을 위하여 최근 시청에서 설치한 깔끔한 산악 이정표는 아담하게 만들어졌다. 박새나 직박구리 등 산새들이 좋아하는 까만 산 벚꽃 열매가 자취를 감추자 주홍빛 나리꽃이 산행하는 이들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가을 숲에서 많이 듣던 풀벌레 소리에 벌써 가을이 왔나하는 생각에 잠시 더위를 잊는다. 

녀석의 소리가 들리는 풀숲 가까이 다가가자 소리가 뚝 끊긴다. 풀벌레는 이방인의 접근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호기심에 찬 이방인은 소년 파브르(Jean-Henri Fabre)가 되어 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녀석을 기다렸다. 기다림도 잠시. 경계심을 낮춘 녀석의 노래 소리는 다시 시작되었다. 소리 나는 풀숲에서 꿀벌처럼 생긴 작은 곤충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녀석은 아닌 것 같다. 꽃잎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벌 종류인 것 같다.

드디어 풀숲 작은 이파리에서 가벼운 떨림이 포착된다. 자세히 살펴보니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보았던 녀석이다. 메뚜기였다. 긴 뒷다리를 날개에 비비자 "스르르르륵~" 제법 큰 소리가 난다. 작은 몸짓에 비해 제법 리듬감이 느껴지는 소리를 연주한다. 녀석이 소리를 내자 가까운 풀숲에서는 경쟁이라도 하듯 일제히 "스르르르륵~" 소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곤충들이 내는 소리의 목적은 주로 이성을 유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래서 벌레소리를 '사랑의 세레나데'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매미처럼 메뚜기가 만드는 소리는 수컷들이 암컷을 부르는 소리라고 한다. 암컷은 수컷이 내는 소리을 찾아 사랑을 받아 주기도 한다고 한다. 메뚜기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가 숲속 가득 울려 퍼지는 걸 보면 지금이 녀석들의 짝짓기 계절인 모양이다.

털중나리
 털중나리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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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을 돌아 내려오면서 만나는 동백쉼터. 어제 내린 장대비로 약수터 물받이 통에는 물이 넘친다. 큰 통을 넘어 작은 세숫대야로 넘치는 물에 손을 씻었다.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손끝에서 느껴지는 물은 시원함을 더한다. 목 시원하게 축였으면 좋으련만 아쉽게 식용으로는 적합지 않다는 경고판이 붙어 있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노랑 꽃송이에는 검은 망토 같은 날개를 가진 곤충이 자리를 떠날 줄 모르고 갈색 나비는 얇은 풀잎에 비상착륙이라도 한 듯 움직이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앉아있다. 보라색 엉겅퀴 꽃에도 하얀 까치수영 꽃에도 나비와 작은 곤충 손님들이 찾아와 분주한 모습이다.

비상착륙이라도 한 듯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는 나비
 비상착륙이라도 한 듯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는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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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겅퀴 꽃과 나비
 엉겅퀴 꽃과 나비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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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리나무 가지에 앉은 청설모는 무엇인가 게걸스럽게 먹어댄다. 아마도 솔방울인 모양이다. 녀석이 무엇인가 먹고 있을 때는 자리를 옮기지 않아 쉽게 구경할 수가 있다. 솔방울을 다 먹은 청설모는 또 다른 나무로 자리를 옮긴다. 상수리나무 열매의 방울이 제법 커졌다.  

하지를 지나 낮의 길이가 점점 짧아질수록 메뚜기의 사랑도 상수리나무의 열매도 조금씩 익어갈 것이다. 숲에 가거든 시원한 바람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메뚜기의 사랑의 세레나데를 들어보세요.

▲ 숲속에서 들려오는 사랑의 세레나데
ⓒ 조도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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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u포터, 전라도뉴스에도 송고됐습니다.



태그:#메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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