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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는 우리나라에서 더운 곳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덥다. 믿지 못하겠다면 올 여름 가장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 가장 더운 곳이 어디인지 확인해 보라.

진주도 덥지만 지은 지 30년된 2층 상가 안에 있는 우리 집은 정말 덥다. 해넘이 때까지 해는 우리 집을 아예 불가마와 한증막으로 만들어준다. 여름 두 달은 아예 찜질방에서 산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 웬만한 찜질방 불가마는 마음에 차지 않고, 갈 필요도 없다. 2000년부터 살았으니 올해 10년째 찜질방 살이다. 겨울? 정말 춥다.

10년을 찜질방에서 살았으니 웬만한 더위는 참는다. 아이들도 이제는 몸에 배였는지 덥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에어컨은 있지만 23평용이고, 예배당에 있어 예배 시간을 제외하고는 켜 본 일이 없다. 켰다가는 전기요금을 어떻게 감당하겠는가.

낮에는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만 밤이 문제다. 창문을 열 수 없다. 아무리 30년 된 건물이라도 창문은 있지만 열고 싶어도 열 수 없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처럼 창문이 있어도 열지 못하는 이 답답한 심정.

창문이 있어도 열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실을 고백하겠다. 이유는 냄새 때문이다. 무슨 냄새? '고기굽는 냄새'다. 앞에서 말했듯이 우리집은 2층 상가 건물이다. 재래시장이라 상권은 없지만 우리집 아래 1층은 대부분 식당이다. 생각보다 손님들이 많다.

초저녁이지만 사람들이 벌써부터 모여들기 시작한다.
 초저녁이지만 사람들이 벌써부터 모여들기 시작한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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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장국집, 제비초리, 돼지 껍데기 따위를 굽는 식당이 다섯 집인데 초저녁부터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재래시장이란 홀이 비좁기 때문에 바깥에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고기를 굽는데 이 냄새가 우리집으로 올라온다. 다섯 집에서 구워 올리는 냄새, 아 감당이 안 된다. 찜질방 같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고기냄새는 먹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지긋지긋하다. 

아이들 소원은 고기 냄새 없는 집으로 이사가는 것이다. 찜질방같은 집이 싫은 것이 아니라 고기 냄새 때문에 싫다고 한다. 창문을 열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창문을 닫아도 2중창이 아니라 외창이고, 창틀이 벌어지고, 뒤틀려 그 사이로 냄새가 스며들어온다. 겨울이면 아예 비닐로 막아버리면 되지만 낮에는 창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밤에 더워 견딜 수 없으면 창문을 살짝 연다. 하지만 고기 냄새는 한 순간도 우리 집 안으로 들어오는 일을 포기하지 않는다. 정말 지독한 고기 냄새다. 고기 냄새와 10년을 싸운 우리 가족들,  2009년 여름 더위뿐만 아니라 고기 냄새와 싸워야 할 것을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하다. 하지만 10년을 싸운 경험으로로 올해도 견딜 수 있으리라. 승자는 고기냄새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다.

덧붙이는 글 | '냄새에 얽힌 사연' 응모



태그:#고기냄새, #찜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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