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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유난히도 '똥배'가 많이 나왔지만 그렇다고 뚱뚱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지지리도 가난했던 덕에 한동안 굶다시피 지내다가 한번 먹을 때는 폭식을 하는 식습관서 비롯된 똥배. 그것이 나이가 들수록 문제가 될 줄이야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30대에 접어 들면서 내 몸 집은 점점 더 불어나기 시작했습니다. 결혼도 하고 아내가 차려주는 밥상을 정신없이 꾸역꾸역 먹어 그런지 자꾸만 뚱뚱해졌습니다. 키가 170센치 정도에 68키로 나가던 몸무게가 70키로, 71키로. 72키로… 자꾸만 불어났습니다.

그러다 30대 후반부터는 80키로가 넘더니 급기야 40대에 와서는 85키로에 이르렀습니다.그것도 그대로 있는게 아니라 86키로 87키로, 그렇게 자꾸만 몸무게는 늘어만 났습니다. 손아래 동서가 어느날 산타러 가자고 했습니다. 평소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저인지라 공차기나 다른 건 잘 안 하지만 건강관리 차원서 걷기는 가끔 하거든요.

어느날 그렇게 동서가 산 타러 가자고 해서 동네 산을 한 바퀴 돌 양으로 출발했습니다.

"형님, 이리 가면 평지 같아 산탄 감이 안오니 이리 가입시다"

동서가 가자는 대로 따라 갔습니다. 완만한 경사가 아니라 가파른 경사였습니다. 몇 발 자국 걷지 않았는데도 숨이 목까지 차올랐습니다. 동서는 평소 산을 자주 타는지라 잘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저는 웬걸요. 걸을수록 숨이 매우 차올랐습니다.

"형님, 살 좀 빼셔야겠어요. 이정도로 힘들어 하시면 곤란한데요"

동서는 저의 건강에 대해 걱정을 해서 하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에 저는 정신적 충격을 심하게 받게 되었습니다. 살 빼라, 살 빼라, 살 빼라… 그날 산을 오르는 내내 마음속으로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가파른 산 언덕을 다 오르기까지 너무도 힘들더군요. 숨이 너무도 차오르고 다리가 다 후들거렸습니다.

"형님, 먼저 가세요. 저는 좀 더 걷다 갈께요"

산등성이 하나를 다 타고 찻 길로 내려온 동서는 다시 옆 산으로 갔습니다. 얼굴이 벌개지고 많이 힘들어 보였던지 동서는 저더러 버스타고 집에 가라고 했습니다. 창피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습니다. 작년만 해도 그 정도 앞 산 타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는데 1년 사이에 제 체력이 이리도 떨어지다니 말입니다.

직장서 받은 신체검사에서도 고지혈증 위험과 고혈압 위험, 복부비만 체중과다 등으로 나왔습니다. 이거 안되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살 빼자고 다짐했습니다. 올해 안에 70키로 만들어 보자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다짐한 지 2개월 정도 됩니다.

대기업 사내 하청에 다니는 저는 늘 피곤합니다. 주야간 막교대를 하고 토, 일 중 하루는
17~08이라는 기나긴 특근 작업을 해대기 때문에 몸이 피곤하니까 걷기 운동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됩니다. 그래서 나온 작전, 바로 밥을 안 먹는거죠.

주간, 야간 때 출근 전에는 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점심을 굶는 것입니다. 배에 지방이 쌓이는 게 탄수화물과 지방 과다 섭취로 인해 그런 거니까 굶기면 제까짓게 어쩌겠습니까? 배고프면 배에 잔뜩 끼어있는 지방을 태워 생명을 보존시키려 하겠지요.

점심을 먹지 않고 오후 작업을 합니다. 잔업시 간식이 나오는데 그걸로 허기짐을 메웁니다. 그리고는 저녁을 먹지 않고 잡니다. 대신 0칼로리인 물을 조금씩 마시면서요. 그렇게 악으로 깡으로 2개월 지났네요. 86키로 나가던 몸무게가 지금은 75키로 나갑니다. 무리하게 살빼기 하면 몸에 이상이 온다는 말이 들리기에 탄수화물과 지방을 먹지 않는 대신에 식물에서 축출한 비타민, 미네랄제를 복용해 줍니다. 지금까진 잘 버티고 있는데 75키로에서 현상유지 중이네요.

저는 어려서 많이 굶고 커서 먹는 걸 무지 좋아 합니다. 아주 게걸스럽게 마구 먹어 대지요. 배가 바가지 엎어 놓은듯 불룩해지고 포만감도 어지간한 포만감 가지고는 먹는 걸 중단하지 않거든요. 제 마음이 만족할 정도로 포만감을 느낀 후에야 먹는 걸 그만 둔답니다. 음식을 다 먹은 후엔 또 물을 한사발 들이켜야 먹은 거 같다니까요.

그렇게 먹는걸 즐기던 제가 요즘 주, 야간 출근 때만 밥을 먹고 그 이후론 간식으로 충당하고 되도록 먹지 않으려 노력 중입니다. 86키로 넘을 때는 가만히 있어도 속이 버겁던데 75키로 나가는 지금은 배가 많이 홀쭉해진 기분이 듭니다. 보는 사람들도 그러구요.

"창기씨 요즘 살이 많이 빠진 거 같네"

10키로 정도 뺐다니까 사람들이 다 놀랍니다. 어떤 분은 "10키로가 아니라 10그램이겠지" 하고 놀리기까지 합니다. 10키로 정도 빼고 나니까 속이 좀 편안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고혈압, 고지혈증 위험자로 분류되어 매월 한차례씩 회사로 혈압 재러 오는 의료인이 있습니다. 그분도 환영하는 분위기더군요. 살 빼면 혈압 내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나요. 얼마 전 혈압을 재어보니 조금 떨어진 수치가 나왔습니다. 혈압약 먹지 않았는데도 말이지요.

운동을 아주 싫어하고 먹는 걸 아주 좋아하는 저지만 독한 마음먹고 살빼기 하고 있는 중입니다. 올 안에 70키로 꼭 만들고 다시 동서랑 산타기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그 땐 86키로 몸무게 나갈 때보다 잘 오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몸무게가 늘어나면 여러 가지 좋지 않은 몸의 증상들이 나타나더군요. 우선 숨쉬기가 불편해요. 신체검사 때 의사 진단 중 하나가 내장 비만도 들어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숨쉬기가 많이 불편했습니다. 조금만 걸어도 숨을 헐떡거렸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고혈압도 생기고 고지혈증도 생겼습니다. 게다가 신장에 이상이 생겼는지 30분 가량 걷고 나면 손이 부어 오릅니다. 그래서 비만을 가리켜 각종 성인병의 주범이라고 하나봅니다.

살을 빼야겠습니다.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일주일 한두 차례 가까운 산이라도 타야겠습니다. 40대 중반이니 이제 건강에 대해 염려할 나이가 된 거 같습니다. 육류를 좋아하는데 그것도 줄여야겠습니다. 70키로 몸무게 만들고 그 몸무게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아직 자식들도 어리고 그 아이들 다 클 때까지 부양 책임이 있는 가장으로서 건강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거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 뱃살아 미안해 응모글



태그:#뱃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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