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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는 아직도 우리나라 그 어느 곳보다 이름 난 피서지이지요. 매년 많은 사람들이 찾아 와, 크고 작은 추억들을 만들고 간직하는 곳입니다.

 

동백섬을 베개 삼아 누워 있는 백사장에서, 달맞이 언덕으로 눈을 돌리면 한 쪽 어깨를 바다에 떨군 큰 산이 있습니다. 그게 와우산입니다. 옛날에는 그 산위에 골프장이 있었는데, 그곳에 큰 아파트단지를 조성했습니다. 바로 해운대 AID(주공) 아파트였습니다. 여기에 동백테니스코트가 자리 잡고 있답니다.

 

나는 1983년 여기로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이 아파트 단지 안에는 테니스코트 2면이 있더군요. 초보시절 테니스에 폭 빠져 있었던 처지라 너무 좋았습니다. 문틈이 닳을 정도로 다녔습니다. 그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공기 맑고 고요한 이 천혜의 코트에서 중장년을 불태워 온 셈입니다. 지금도 백사장에서 보면, 옥색 바다를 끼고 있는 짙은 녹음위에 꼭 숨어 있답니다.

 

그런데 이곳에도 어김없이 재개발 바람이 불어 막 철거가 시작되었습니다. 30층, 40층짜리 고층 아파트가 들어 서게 되었습니다. 많은 논란이 있어 왔지만 피할 수가 없었지요. 완공 후 스카이라인을 상상해 봅니다. 보기 흉한 해운대의 랜드마크가 또 탄생할 것 같습니다.

 

그 여파로, 테니스코트는 사라질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정든 보금자리를 잃게 되었지요. 그동안 예견되어 충격은 덜하지만, 오랫동안 몸을 담았던 나로서는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 없었습니다.

 

27년이란 세월, 승패에 일희일비했던 순간들, 코트를 밟고 간사람들, 남아 있는 사람들, 모두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호형호제하며 나눈 수 많은 술잔. 그 중심이 된 '골뱅이' '백두대간'. 또, 잦은 갈등을 이겨 낸 당신의 질서와 포용이 자랑스럽습니다. 이것이 30여 년 동안, 올 곧은 맥을 이어온 사람들이 놀던 곳이었습니다. 

 

 

"회원 여러분, 우리의 땀이 배여 있는 코트를 이제 떠나려 합니다. 이제, 아쉬움보다 오히려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곳은 줄 곳 우리에게 놀이터이자 안식처였기 때문입니다. 다시 갖게 된 우리의 새 보금자리는 불편한 점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서로 배려하면, 우리 동백클럽의 전통은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정든 코트여, 안녕! 그동안 고마웠단다.

덧붙이는 글 | 동백클럽회원님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태그:#테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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